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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1.01.07 17:50:19
  • 최종수정2021.01.07 17:50:19

최유라

청주 청원초 교사

"기린이 목이 짧으면 어떻게 될까? 기린이 목이 긴 것이 문제가 되는 때도 있을까?"

교실에서 읽은 <목기린씨 타세요, 이은정 글 윤정주 그림, 창비>와 <목 짧은 기린 지피, 고정욱 글 박채현 그림, 맹앤맹> 속에 담긴 질문이다.

첫 번째 기린, 목이 길어 속상한 목기린씨

목이 유난히 긴 목기린씨는 화목 마을에 살며 여덟 정거장 떨어진 회사로 매일 걸어 출근한다. 걷는 걸 좋아해서가 아니라 긴 목 때문에 탈 수 있는 버스가 없기 때문이다. 매일 자신도 버스를 타고 싶다고 편지를 보내는데, 들어줄 수 없는 고슴도치 관장님도 목기린씨를 외면하고 지나가야 하는 버스 안의 화목 마을 동물들도 모두 마음이 불편하다. 목기린씨가 이사 오기 전까지는 모두가 만족하는 버스였으니까.

두 번째 기린, 목이 짧아 슬픈 지피

지피는 아프리카 초원에서 태어난 목이 짧은 기린이다. 초원의 동물들은 수군거리고 같은 기린들은 슬금슬금 피한다. 높이 있는 나무 위의 나뭇잎도 먹지 못 하고, 멀리 내다보지도 못하니 굶어 죽든 잡혀 죽든 오래 살지 못하리라 생각했겠지.

교실에서 아이들은 책을 읽고 목기린씨가 탈 수 있는 버스를 디자인하고, 지피를 위해 높이 있는 나뭇잎을 먹을 수 있는 도구를 만들어 낸다. 그림책을 통해 나와 다른 사람들이 함께 모여 살아가는 방법을 고민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기 "만약 목기린씨와 지피가 사는 곳이 서로 달랐다면 어땠을까?"

목기린씨가 아프리카 초원에 살고 지피가 화목 마을에 살았다면? 목기린씨의 긴 목을 초원의 다른 기린들은 부러워했을 테고 지피의 짧은 목은 버스를 타기에 딱 맞았을 테니 환영받았을 텐데. 어쩌면 우리는 너무 쉽게 '다른 점'을 단점, 부족한 점이라 판단하는 게 아닐까.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정말 그것은 단점일까?

교실에서 책상 사이를 뛰어다니는 아이가 있다. 선생님은 매번 "뛰어다니지 마!"라고 소리를 지를 테고 친구들은 '쟤는 맨날 혼나는 아이'라 여길 것이다. 정말 그 아이는 뛰지 말아야 할까? 그 아이가 교실이 아니라 운동장에서 뛰어다녔다면? 체육 달리기 활동 중에 그랬다면? 칭찬받았을 것이다. 교실에서 뛰는 아이에게 "뛰어다니지 마!"라는 말 뒤에 교실은 안전의 문제로 뛰지 말라는 규칙이 있으니 혼나는 것이며, 운동장에서 체육 수업 시간에 지금처럼 뛴다면 칭찬을 듬뿍 해주겠노라 설명을 덧붙여 준다면 어떨까. 혼이 났지만 그 아이는 왜 혼이 나는지 이해했을 테고 자신이 가진 특성이 장점이 되는 법을 알게 될 것이다. 충분한 설명을 들은 아이는 사람의 특성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 사람으로 성장하지 않을까 하는 소망도 덧붙여 말이다.

호주에 사는 에마 리남은 다운 증후군, 자폐성 스펙트럼, 청력손실, 구개열 등 다양한 장애를 가졌고 그로 인해 글을 읽고 쓸 줄 몰랐다. 그런 에마의 특성은 어때 보이는가? 그 특성을 단점, 부족한 부분으로만 보아야 할까? 에마는 부족해 보이는 그 특성을 장점으로 활용하여 에마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직업을 얻었다. 바로 '기밀문서 파쇄가'. 글을 읽고 쓸 줄 모른다는 특성은 기업의 기밀문서 파쇄를 맡기기에 더할 나위 없는 에마만의 장점이었다.

목이 길어야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목이 짧아야만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같은 이유로 각각 할 수 없는 일도 있을 테고. 그렇기에 우리는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간다.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얼마나 다양한 세상일지 알 수 없기에,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 법을 교실에서 배우고 있다. 세상은 어떨까. 내 앞의 누군가를 어떻게 판단하고 있을까. 단점이라 생각되는 것이, 정말 단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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