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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숙

한전 충북지역본부 과장

요즘 항간에 흔하게 오르내리고 있는 말은 무엇일까요? 날마다 엄청난 말들이 넘쳐나고 있지만 그중 혹 소통이라는 말이 으뜸 아닐는지요.

제게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조카가 있습니다. 그 아이가 너덧 살 되던 어느 해 한가위에 차례를 지내고 나서 한담(閑談)을 나누던 오후였지요. 어른들만 있고 같이 놀아줄 또래가 없으니 심심했던지, 베란다에 있는 물주전자를 보고는 "크엄마, 화분에 물 주께요."하고 말하기에 그 작고 여린 손에 들려진 주전자에 물을 조금 받아 주었지요. 조카는 바닥에 물을 질질 흘리며 이 화분 저 화분에 다가가 뭐라고 말을 하면서 열심히 집중하여 물을 주며 놀더군요. 한참 후에 안으로 쪼르르 달려와 웃으며 "맛있대~"하는 것이었습니다. "뭐가 맛있어?"하고 물으니 "꽃나무가 그래. 맛있다고!"라고 대답하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아! 이 아이는 화분에 물을 주면서도 그냥 주는 게 아니라 꽃과 대화를 하고 있구나! 꽃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구나! 이 아이로부터 작은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어린 아기들은 누워서 방긋방긋 웃거나 칭얼대며 보채는 것만으로도 젖을 달라거나 기저귀를 갈아달라는 의사표현을 하게 됩니다. 모든 아기엄마들의 관심은 온통 자기의 아기에게 있기에 말을 못하는 아기와도 얼마든지 소통이 되지요.

큰딸이 아직 말문도 트지 못할 무렵이었습니다. 자다가 한밤중에 일어나 "마~, 마~"하며 보채기에 잠이 깨었는데 옷자락을 붙잡고 무작정 잡아끌더군요. 무엇이 불편한 것일까 노심초사하여 눈도 채 뜨지 못한 채 온통 관심을 기울이며 따라갔더니 냉장고를 가리키는 것이었습니다. 아뿔싸! 말도 못하는 것이 얼마나 갈증이 심했을까, 얼른 알아차리게 되었지요. 물 한 컵을 단숨에 벌컥벌컥 마시는 딸아이를 보며 제 갈증이 해소되는 느낌을 받았고 남은 밤도 함께 행복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가끔씩 우리 사무실에는 장애인들이 칫솔이나 양말 등 작은 물품들을 판매하러 오는 경우가 있는데, 한 번은 장애가 심한 분이 들어오셨지요. 무엇을 살까 잠시 고르는데, 제게는 그다지 필요가 없는 물건이 대부분이어서 만원을 드리며 제게는 소용없는 물건이니 돈은 받고 그 물건은 다른 분께 파시는 게 어떻겠느냐고 했다가 큰 실수를 한 것을 깨달았습니다. 사서 누군가를 주든지 할 바에는 그분께 다시 드리는 게 낫겠다는 단순한 생각이었지요. 구걸이 아닌 당당한 직업으로 판매 이득을 얻겠다는 그분의 입장은 생각지 않고, 알량한 적선으로 제 입장만 생각한 불통이었습니다.

우리는 생활하면서 아침에 일어나 가족과 하는 말부터 시작해 친구와 이웃과 직장동료 등 수많은 사람들과 끊임없이 말을 하며 지내지요. 그토록 많은 말을 하면서 우리는 과연 서로 간에 얼마나 소통이 되고 있는 걸까요. 눈으로 보되 마음이 없이 그저 보기만하거나 귀로 듣되 그저 듣기만하거나 깊은 생각 없이 그저 나오는 대로 토해내는 말들로 인해 소통은커녕 오히려 마음에 상처만 받는 경우가 허다할 것입니다.

이처럼 소통은 정작 그냥 보고 듣고 말하는 게 아니라, 깊은 관심과 세심한 배려와 따뜻한 마음이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한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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