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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2.07.22 15:06:38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 석길영·홍대기
찬바람이 부는 추운겨울 꽁꽁 언 몸을 추스르며 집으로 오면 방 바닦 아랫목 따뜻한 이불속에 놋그릇에 밥을 묻어놨다가 꺼내주시던 어머니. 김이 모락모락 났던 따스한 밥으로 사랑을 대신하셨다. 그 놋그릇 떠난 님이 그립듯 놋그릇에 수북이 담은 밥그릇처럼 따뜻했던 어머니의 사랑이 새삼 그리워진다.

명절날이나 새해가 돌아오면 할머니와 어머니께서는 부엌 실겅위에 있는 새파랗게 녹이 생긴 놋그릇을 모두 꺼내어 마당 한가운데 멍석을 깔고 기와가루에 짚을 뭍혀 황금색 광이 나도록 반나절을 놋그릇 닦기로 사투를 벌이신다. 그렇게 닦여진 놋그릇을 하얀 광목천으로 마른행주질을 해서 손으로 들고 보면 마치 거울 같이 얼굴도, 사물도 훠언하게 비쳐진다. 할머니께서 마른 행주로 훔치시고 행여 손자국이라도 남길 새라 닦고 또 닦아 선반위에 가지런히 엎어둔다. 제상 앞에서 제물을 진설할 때면 번쩍번쩍 잘 닦인 놋그릇에 메가 담기고, 탕이 오른다. 촛불을 의젓하게 꽂고 선 촛대에서도 윤기가 흐른다. 반질반질 잘 닦인 놋그릇은 달빛에도 광채가 났다. 닦으면 닦을수록 윤기가 나고, 세월이 흐를수록 그윽한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놋그릇은 고급스럽고 음식의 온도유지나, 살균작용이 탁월하다 또한 놋수저는 살균력도 뛰어나고 농약이나 독성에 닿으면 까맣게 변하면서 독성을 가려준다니 우리 조상들이 얼마나 지혜로운가.

ⓒ 석길영·홍대기
그러던 것이 은색의 양은 (알루미늄)이 나오자 집안 깊숙이 숨겨놓았던 놋그릇은 엿장수 가위소리에 엿으로 바꿔먹기도 했던 애물단지가 되었고 그 뒤에 나온 스테인리스 그릇이 굉장한 인기더니 더 가벼운 플라스틱이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무겁고 손이 가는 놋그릇이 설 자리를 잃게 되었다.

하지만 유행을 돌고 돌아 옛것이 좋은가 보다.

고급음식점이나 신혼부부의 혼수용으로 놋그릇이 다시 인기를 끈다.

이런 놋그릇에 열정을 가지고 60년 넘게 한길만을 고집하며 끓는 쇳물보다 더 뜨거운 열정을 가고 주물유기를 제작해온 박갑술(충북도 무형문화재 24호) 장인이 있다.

경북 김천에서 태어난 박 유기장은 어린나이에 부친이 운영하는 유기점 일을 돕기 시작하면서 유기장의 길을 걷게 된다.

17세에 6.25전쟁이 발발하고 전쟁 통에 밥그릇까지 버리고 피난길에 나서야 했던 사람들이 서울 수복 후 차츰 안정을 찾으면서 그릇 등 생필품에 대한 구매가 늘기 시작하면서 유기그릇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유기 그릇 주문이 늘면서 많은 일을 해야만 했던 박 유기장은 더 많은 일거리를 찾기 위해 부친과 함께 고향 김천을 떠나, 1962년 충주에 사업장을 마련한 것이 인연이 돼 지금까지 충주에서 생활하고 있다.

ⓒ 석길영·홍대기
이러한 쇳물과 한평생을 함께하고 있는 그 열정 때문일까 일흔이 넘는 나이에도 1200도가 넘는 쇳물을 달래고 제압해 최고만을 고집하며 쇳물에 생명을 불어넣고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주물유기장 박갑술 옹. 그의 손에는 쇳물을 제압할 수 있는 도가니와 집게가 늘 달려있다. 유기는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다. 암틀(거푸집)과 수틀에 흙을 넣어 다지는 틀 다지기 작업에서부터 틀에서 다져진 흙을 빼낸 빈자리에 관솔을 이용해 그음질하기, 그음질 한 후 쇳물(구리 78%+주석 22%) 붓기, 부은 쇳물이 굳은 기물(그릇) 꺼내기, 꺼낸 기물을 소금물과 일반 물에 차례로 담그는 담금질 작업, 담금질 작업이 끝난 기물을 가질 틀 위에서 깎는 작업 등의 공정을 거쳐야 한다.

ⓒ 석길영·홍대기
1시간 남짓 장인의 손을 거쳐야만 표면이 검고 거친 볼품없는 유기가 비로소 아름다운 금빛 자태를 자랑하는 하나의 유기제품으로 탄생되는 것이다. 박 유기장은 이 모든 과정을 전통방식 그대로 제작하고 있다.

특히 유기가 광택이 나도록 깎는 작업을 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기계가 바로 가질틀인데, 박 유기장은 이 가질 틀을 조선시대부터 사용해 오고 있는 전통 방식대로 제작, 사용하고 있어 보존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현재 전통 가질 틀을 사용해 주물 유기작업을 하는 이는 충북에서는 박 유기장이 유일하다.한때 스테인리스 그릇 등이 대량 생산되면서 어려운 처지에 놓이기도 했지만 산업화라는 거센 물결도 박 유기장의 유기에 대한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다.

ⓒ 석길영·홍대기
오직 전통 유기 제작이라는 외길 인생을 걸어 온 그의 마지막 바람은 "유기 제작 과정을 일반인이 보고 체험할 수 있는 전수관을 건립해 전통의 맥을 잇는 것"이라고 말했다.

빈 그릇을 젓가락으로 치면 길게 울렸던 악기 같았던 놋그릇 거기에 음식을 담아먹고 살았던 시절이 지금은 멋진 추억이 되어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음악처럼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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