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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People & Life - '꽃상여'

너무나 아름다워서 더 슬펐던

  • 웹출고시간2012.09.09 18:19:31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 석길영·홍대기
저승길이 멀다 더니 죽고 나니 저승이요

북망산천 멀다 더니 대문 밖이 북망 일세

이제가면 언제 오나 원통해서 못 가겠네

고인의 혼이라도 내려 온 듯 살아생전 쌓였던 한과 설움을 요령잡이의 입을 통해 넋두리처럼 쏟아 내고 가족들의 건강과 행복을 당부하며 이웃사촌과 안녕을 고한 후 간다간다를 외칠 땐 아낙들의 옷고름은 눈물에 젖고 치마 자락은 콧물에 흠뻑 젖는다. 만장을 앞세우고 상여 위 하얀 연을 펄럭이며 떠나가는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 볼 쯤 좁은 실개천이나 낮은 언덕이 나타나고 고인의 이승길을 떠나는 아쉬움을 표현하듯 상두군은 가던 길을 멈추고 노잣돈이 부족하여 못 가겠다며 밉지 않은 장난으로 슬픔에 가라앉은 마을 분위기를 바꾸고 여기서 나온 돈은 상가에서 주민들의 수고에 보답하여 마을에 기금으로 희사한 것처럼 했다.

ⓒ 석길영·홍대기
우리민족의 가락중 가장 슬픈노래인 상여소리 오색종이꽃이 예뻐서 슬픔은 더 깊었다.

슬픔이 심연에서 곰삭아 더 처량하게만 들리던 꽃상여 나가던 날 사람의 생과사는 하늘에 섭리이지만 보내는 사람의 마음은 애잔하고 슬프기 그지없다. 옛날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인근 나지막한 산에는 어김없이 상여집이 존재했었다. 마치 혼백과 정담을 나누듯 앉아있는 곳, 상여집.

해가 떨어지면 사람들은 산모퉁이 상여집 쪽으로 아예 걸음을 못했다. 학교에서 늦게 귀가하는 학생도. 막차를 타고 장에서 돌아오는 사람들도 아예 먼길을 돌아 가곤했었다.

상여집이 있는 곳은 지명 자체도 상여골로 바뀔 정도로 사람들의 뇌리에는 죽음이란 단어가 강렬한지도 모른다. 나지막한 초가에 토담을 두른 서너평 남짓한 집속에는 죽은 자를 구천 넘어 저승까지 태워가는 예쁜 꽃상여가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그곳에는 상여뿐 아니라 장례식때 쓰는 만장과 갖가지 장례용품이 들어있었다.

농부로 평생 뼈시리게 땅만 파던 사람이 살아서 어디 가마타고 위세 부릴 일이 있었을까. 해서 원통한 사람들이 죽어서 저승길 편히 가라고 마을 사람들이 마련한 공동장례용품이 상여집이다. 대갓집에서 일상에서 쓰는 가마는 2인교나 4인교인데 살아생전 언감생심 꿈도 못꾼 가마를 죽어서 호사를 누리며 타보는 꽃가마는 10여명이 나서니 호강도 보통 호강은 아니다. 그래서 완고하기로 소문났던 조선 양반들도 죽은 넋이 가마 타는 일만은 눈감아 줬다는 점이다.

어릴 적 동네에 상여집이 세워지고 그 안에 꽃상여가 들어오던 날은 온동네가 질펀하게 잔치를 벌였던 기억이 난다.

ⓒ 석길영·홍대기
노인네들은 낼 죽어도 여한이 없다며 흐뭇한 표정들이었다. 가끔 취기가 흐르면 아마 네가 저 가마 일번으로 타지 않을까라며 농을 건네던 노인들은 지금 세상에 없다.

다들 상여는 두려움의 대상이었지만 전혀 무섭지 않은 사람도 있다.

취기가 흐른 할아버지가 꽃상여를 이리 저리 살피며 메만지는 게 아닌가.

그때는 무심히 넘겼는데 며칠 후 그 노인이 돌아가시자 어머니는 "아 그분이 먼 길을 떠날 채비를 준비하셨구나"라며 혀를 끌끌 차시던 기억이 아스라이 스쳐간다.

만장이 휘날리고 너울너울 꽃상여 떠나며 들리던 "이제 가며 언제 오나 오는 날 알려주오" 애잔한 상두의 요령소리가 귓전에 맴돈다.

멀리 뜸부기 우는 들판에 서서 나가는 꽃상여가 너무나 화려해서 슬퍼 애잔하게 눈물을 흘리던 시절 지금은 추억 속 한 장면이지만 생과 사는 자연의 섭리이므로 어린아이가 태어났을 때 기쁜 마음으로 맞이했듯이 늙어서 죽을 때도 기쁜 마음으로 보내야 한다고 생각한 우리 조상들. 어찌보면 상여소리가 슬픈 소리라기보다 상여를 매고 운반하는 이들의 수고를 덜고, 상두꾼들의 호흡을 맞춰 상여를 무사히 장지까지 운반하기 위한 노농요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너무나 아름다워서 더욱 슬펐던 상여소리가 지금도 귓가에 맴도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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