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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4.10.01 13:46:02
  • 최종수정2024.09.30 18:01:14

이재준

역사칼럼니스트

필자는 국악을 사랑하여 40년간 영동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 처음 유적을 찾은 것은 바로 양산이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호불(豪佛) 정영호(전 단국대 박물관장)선생의 지도로 유적을 답사 중 양산가의 비밀을 더 알게 되었다.

양산가는 신라 김흠운 화랑을 애도하여 지은 향가이고 양산도는 조선시대 심천~양산 새 도로를 만들면서 백성들이 지은 노동요라고 했다.

양산면에는 김흠운화랑의 전사지가 있고 백제 군사들이 진을 치고 신라에 대항한 성지 유적이 남아있다. 필자가 소속 된 한국역사유적연구원 답사진이 몇 년전 김흠운 화랑의 전사지인 '성재산'을 찾았는데 이곳에 국가를 위해 산화한 화랑유적 기념물이라도 해 놓길 영동군에 건의한바 있다.

충북을 지극히 사랑하신 호불은 영동의 구석구석 안 다닌 곳이 없다. 감탄사가 나오는 절경 황간 월유봉 아래서 신라 국찰 심묘사(深妙寺) 터를 찾기도 했다. 구산선문의 하나인 성주산문을 개창한 무염국사(無染國師)가 거처한 심묘사는 지금은 터만 남아있으나 신라의 대도량이었다. 보령 성주사에서 서라벌로 가는 길이 멀었으므로 신라왕이 이곳에 사찰을 짓고 무염국사를 거주하게 한 것이다.

우리나라 3대 악성인 난계 박연의 유적은 한해도 거르지 않고 다녀온다. 아름다운 심천강변에 있는 유적에는 난계사당이 정비되어 있으며 국악당도 크게 건립되어 있다. 전국 어디의 관광지에도 손색이 없어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다.

몇 년전 사당 앞에 외롭게 서 있는 오래 된 비석을 보고 놀랐다. 자세히 살펴보니 조선 태종임금이 박연에게 내린 효자비였다. 충북에서 가장 오래 된 효자비로 600년 풍상을 견딘 중요문화재다. 그러나 이 비석은 아직 충북도문화재로도 지정이 되지 않았다. 문화재위원들이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서둘러 문화재로 지정하는 것이 난계유적을 빛내기 위해서도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든다.

성군 세종은 음악에 조예가 깊은 박연을 총애했다. 그가 효자였기 때문에 더욱 가까이 있게 했는지 모른다. 박연에게 아악을 정리토록 했으며 실물이 없는 악기들을 복원했다. 지금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 된 장중한 종묘제례악을 볼 수 있는 것은 모두 박연의 공이다.

만년에 심천 고향으로 낙향한 박연은 강가에서 적(笛)을 즐겨 불렀다. 영동으로 내려오는 길에 청주 율봉역에서 하루 묵게 되었는데 적을 불자 이를 듣고 울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는 기록이 전한다. 박연이 연주한 악기는 '만파식적'으로 지칭되는 대금이 아닐까.

영동군이 알차게 준비한 세계국악엑스포가 내년 10월에 열린다. 이제 제대로 국악의 본고장다운 행사를 준비하는 셈이다. 심천 난계 국악유적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기도 하다.

국악은 유럽에서 이미 한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국의 많은 국악인들이 세계로 나가 연주를 하여 큰 감동을 주고 있다. 국악엑스포는 세계의 전통음악을 영동에서 한 눈에 보는 재미 또한 클 것이다. 세계의 관광객들을 영동으로 불러 모으는 일대 전기가 기대 된다.

충북은 악성 2인을 배출한 고장이다. 충주의 악성 우륵, 영동의 악성 박연이다. 조선 인조시기 거문고 악보를 정리한 이는 청원 옥화대에 살던 서계 이득윤(西溪 李得胤.1553~1630)이다. 거문고는 고구려 악기이지만 발전시킨 이는 충북인이다. 국악 엑스포가 영동은 물론 충북의 세계 명소화에 기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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