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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준

역사칼럼니스트

공의휴(供儀休)는 고대 노나라 시대 청렴한 재상이었다. 당나라 정관황제(태종) 까지도 '공의휴의 청렴정신을 본 받으라' 유시를 내렸다는 기록이 있다. 어느 날 한 고관이 생선을 보냈으나 이를 거부했다. 고관이 불평어린 투로 '왜 받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생선을 받지 않은 것은 내가 생선을 좋아하기 때문이오. 지금 생선을 받고 내가 혹 뇌물로 파면되면 좋아하는 생선을 먹을 수 없지 않소'

그는 백성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지극했다. 자신의 하인들이 밭에다 채소를 많이 심자 수확기에 모두 뽑아버렸다. '나 같은 사람이 이렇게 많은 채소를 심어먹으면 백성들이 애써 기른 채소는 어디에다 팔겠는가'

재상이라면 이 정도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존경을 받고 행적이 역사에 기록되는 것이 아닌가.

국무총리를 옛 재상(宰相)에 비유한다. '재(宰)'라는 글자의 본래 뜻은 '요리인'이라고 한다. '상(相)'은 보행을 돕는 자로 즉 노예라는 뜻이다. 대륙 통일 시기인 진(秦)·한(漢) 시대 부터 황제나 왕 다음의 행정 책임자를 일컫는 용어가 됐다.

현군 세종 때 명 재상들이 제일 많이 나왔다. 세종이 인재를 잘 뽑아 쓴 탓인가. 재상의 자리에 있으면서 비가 새는 안방에 그릇을 받치고 살았던 유관. 충청도 아산 출신 맹사성은 낙향하여 살 때는 농사꾼인지 정승인지 구분을 못했다. 맹대감을 백성들은 고불(古佛)이라고 불렀다. 오래 된 부처처럼 자비스러웠다는 것이다.

황희 정승은 모나지 않은 성품의 소유자였다. 너무 우유부단했다는 시각도 있지만, 싸우는 여종들 쌍방을 똑 같이 옳다고 한 것은 명판결의 하나로 회자 된다.

어느 날 여자종들이 다투면서 판단해 줄 것을 요청하지 한 쪽에 치우침이 없이 다 옳다고 했다. 이를 보고 있던 부인이 '두 사람이 다 옳다고 하는 판결이 어디 있느냐?'고 혀를 차자 '부인 말씀도 틀리지 않은 것 같소'라고 했다는 일화가 전한다. 사소한 일로 싸우지 말고 화해하라는 정승의 아량이 엿보인다.

미증유의 국난인 임진전쟁 때도 명 재상이 많이 나왔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고 서애 류성룡, 백사 이항복, 한음 이덕형, 오리 이원익이 그렇다.

백사는 만년에 광해군의 폭정을 극간하다 북청으로 귀양을 가다 유명을 달리 했다. 후덕하고 인자했지만 군주가 옳지 못한 일을 했을 때는 추상같은 상소로 극간을 서슴지 않았다. 오리(梧里)정승은 반정으로 유폐 된 광해군을 지나치면서 신하로서 예를 갖추며 오열한 장본인이다.

반정군이 광해를 죽이려 하자 결사적으로 이를 막았다. 그리고 만약 전왕을 사사한다면 자신도 벼슬을 버리겠다고 했다. 결국 광해군은 제주도로 옮겨졌지만 끝내 사사되지 않았다. 그는 다섯 차례나 영의정을 지냈으면서 집은 오막살이 초가였다고 한다. 이런 재상은 요즈음 왜 등장하지 않는 것인가.

21대 총선 당선자인 이낙연 전 총리가 지난 주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경기 이천시 서희 청소년문화센터 체육관을 찾아 조문하는 과정에서 유족들과 언쟁을 벌이는 등 사려 깊지 않은 행동을 보여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야당은 여론조사 1위를 달리는 차기 대권주자로서 오만한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결국 이당선자는 사과를 했으며 여론의 뭇매는 진화되는 양상이다.

이천 물류창고 화재로 졸지에 가족을 잃은 유가족 앞에서 전직 총리가 언쟁을 벌인 것은 지도자의 덕목이 아니다. 유가족들의 슬픔을 가슴으로 받아들이고 위로해야 했다. 모름지기 재상이라면 국민을 사랑하고 아픔을 함께 하는 옛 재상들의 덕(德)을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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