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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준

역사칼럼니스트

조선 말엽 가혹한 세금 징수는 백성들에게 가장 큰 고초였다. 세금을 제때 못낸 백성들은 관의 형벌이 두려워 전답이나 집을 팔았고 심지어는 자식들까지 노비로 주었다. 관아의 독촉을 피해 고향을 버리고 떠나거나 산속으로 숨는 백성들도 있었다.

조선 후기 '홍경래 난'이나 동학혁명 등은 국가와 탐관오리들의 수탈에 대한 저항이었다. 이런 지속된 백성들의 저항으로 조선은 5백년 사직을 열강에 내 주는 가장 참담한 처지로 전락했다.

다산 정약용(茶山 丁若鏞)은 국토의 끝 땅 강진에서 귀양을 살며 가렴주구를 개탄한다. '옛날에도 이른바 세금을 징수하는 일은 각박하지 않았으며 이는 백성을 다스리는 수령으로서 마땅히 본받을 일이다. 어리석고 우둔한 수령들은 나라에 이바지하다는 명분으로 백성들이 뼈에 사무치도록 마구잡이식으로 빼앗는다.'

다산은 또 '세금 징수는 흔들리지 않아야 하지만, 어루만지고 돌보는 것이다. 형벌은 착오 없이 내려야 하지만, 교화하는 것이다. 봄에 구휼하기를 자식처럼 하고, 가을에 거두기를 원수처럼 해야 한다. 위엄은 청렴에서 생기고, 정사는 부지런함에서 이루어진다.'고 목민관들을 훈계했다.

이런 가운데서도 올바른 관리가 아주 없던 것은 아니었다. 정조 때 소완정 이서구(素玩亭 李書九)는 시대의 양심 관료였다. 그는 세금을 강제로 징수하기 전에 먼저 창고를 풀어 가난한 백성들을 살렸다. 전라감사가 되어 백성들을 살필 기회가 있었는데 다음과 같은 글을 남긴다.

'환곡을 바치고 나면 백성들은 자루를 거꾸로 털어 끼니를 충당했다. 세금은 지방관 개인 돈주머니로 들어갔다'

이서구는 세도가들이 양전(量田. 논 밭을 측량하는 일)에 까지 세금을 부과하려 하자 쌍수를 들고 반대한다. '양전은 백성들을 구휼함이지 나라를 부유하게 하는 것이 아니다. 빈궁한 백성이 아직 소생되지 않았는데 세금을 다시 매길 수 없다.' (순조실록 1820년 8월 2일) 이서구의 항변은 임금의 마음을 움직여 양전에 세금을 부과하지 않았다.

세금이 무거우면 국가를 무너뜨린다. 18세기 프랑스 대혁명은 재정파탄을 과중한 세금으로 메꾸려고 한데서 발단이 됐다. 거기다 루이 16세와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의 사치는 혁명에 기름을 붙는 격이었다.

이 시기 프랑스는 흉년이 거듭되어 국고가 텅 비게 되었다. 대폭 인상 된 세금을 부과하자 시민 계급을 중심으로 불만이 치솟았다. 인구의 약 98%를 차지했던 평민들은 결국 투쟁에 돌입하게 된다. 혁명이 성공한 후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는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다.

지금 대한민국은 어떤 상황인가. 주택 보유자들에 대한 세금 폭탄으로 주말에는 종로, 을지로 강남 거리가 온통 시위 인파로 가득차고 있다. 집 두 채를 가지고 임대업으로 살아가고 있는 한 시민은 1년 치 임대료를 다 모아도 보유세를 충당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대출마저 막혀 집을 팔아야 겨우 세금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주 문대통령의 지지도가 처음 40%대 이하로 추락했다.

수마가 할퀴고 간 이후 여야 정치인들 사이에 4대강과 태양광을 둘러싼 피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폭우로 대들보가 무너진 집에서 형제들이 고칠 생각은 않고 서로 책임을 전가하느라 삿대질 하는 모습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전라감사 이서구 같은 양심적 인물이 나와 부당한 정책에 대해선 쓴 소리를 내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의 지탄을 받지 않고 나라도 혼란에 빠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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