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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0.09.23 16:31:44
  • 최종수정2020.09.23 19:00:18

이재준

역사칼럼니스트

 가수 진성이 오래전에 부른 트롯 '보릿고개'가 요즈음 국민들의 가슴을 적시고 있다.

 중학 1년 가수 정동원이 부른 노래는 현제 1천만 뷰를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가난의 아픔을 절규하듯 소년의 애잔한 가락에 원곡 가수 진성도 흐르는 눈물을 억제 못했다.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던 보릿고개 시절, 엄마는 아이가 뛰는 것을 말린다. 배가 꺼져 다시 밥을 달라고 할까 봐 겁이 난 것이다. 왜 이 가요가 지금 국민들을 마음을 울리는 것일까.

 얼마 전 엄마의 보살핌을 받지 못한 어린 형제가 라면을 끓이다 화재가 발생해 중태에 빠져 있다.

 아빠 없이 어린아이들을 양육하고 있는 엄마는 생활비를 벌려고 자주 집을 비우고 장애가 있는 열 살 먹은 형이 어린 동생을 보살피고 있었다고 한다. 지금 이런 어려운 형편 속에 사는 이들이 비단 소년가정뿐일까.

 오늘도 다산 정약용을 얘기해 보고자 한다. 지금 나라 돌아가는 형편이 흡사 조선 후기 실정을 방불하기 때문이다. 당시에도 백성들의 삶은 참담했다.

 다산이 지방 관리로 부임하면서 적성(積城. 경기도 임진강 유역에 있던 현)의 가난한 농가를 보고 적은 것이 있다. 태풍이 할퀴고 간 요즈음 수해지역의 모습이 연상된다.

 시냇가 찌그러진 집 뚝배기와 흡사한데/ 북풍에 이엉 걷혀 서까래만 앙상하누나/ 아궁이는 묵은 재에 눈이 덮여 차기만 하고/ 숭숭 뚫린 벽에서는 별빛이 비쳐드네/ 집안에 물건이란 쓸쓸하기 짝이 없어/ 모조리 다 팔아도 칠팔 푼이 안 된다오. (봉지염찰도 적성촌사작(奉旨廉察到 積城村舍作)

 다산은 암행어사의 명을 받고 피폐한 경기지방을 순시했다. 그때 백성들의 고혈을 착취하는 삭녕군수 강모와 연천 전 현감 김모의 부정을 적발했다.

 그런데 두 관리는 임금과 가장 가까운 사이였다. 강은 정조의 어머니 병환을 보살피는 태의(太醫)였고, 김은 사도세자의 능을 수원으로 이장할 때 지사(地師)였다. 임금의 신임을 믿고 비리를 저질렀다.

 다산의 고발이 있자 정조도 처음에는 처벌을 주저했다. 당시 영의정마저 다산에게 상소를 취하하라고 권유했다. 다산은 재차 상소를 올려 이들을 처벌할 것을 간청한다.

 '임금님께서 무엇 때문에 저를 어사로 보내셨습니까. 이들을 총애하고 비호함을 방자해 이와 같이 방자했습니다. 이미 탄로돼 어사의 보고서에 올랐는데도 끝내 아무 처벌도 받지 않는다면, 장차 날개를 펴고 꼬리를 치며 양양해 다시는 자중하지 않을 것입니다. 법의 적용은 마땅히 임금의 가까운 신하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이 두 사람을 속히 의금부로 하여금 법률에 따라 형벌을 내리게 해, 민생을 소중히 여기소서… (하략)'

 다산은 '나라의 주인은 백성들이며 부정과 비리는 척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산의 극간을 받은 정조도 결국은 총애하는 관리들을 처벌한다.

 장기간 코로나19로 과거 보릿고개 같은 생활고를 겪는 국민이 늘고 있다. 태풍 피해를 입은 수해지역주민의 경우 복구는 지연되고 실의에 빠져 있다고 한다.

 복고적 진성의 가요가 다시 히트를 친다는 것은 국민의 삶이 그만큼 어려운 것을 반영하는 것이다.

 이런 시기 집권 여당이 정권 창출에 공이 있다고 특정인의 반칙을 감싸고 비리를 옹호하면 민심이 폭발한다.

 추법무장관의 아들 병가 특혜 시비에 청년들의 지지도가 무너지고 있다. 대통령이 말로만 병무비리 척결을 외치지 말고 다산의 추상같은 간언을 음미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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