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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2.05.04 16:09:17
  • 최종수정2022.05.04 16:09:17

이재준

역사칼럼니스트

사월초파일 부처님 오신날 청주 무심천(無心川)을 생각하면 조선 최고의 명필이자 경학가인 추사 김정희 선생이 생각난다. 무심천은 선사시대부터 청주의 젖줄이었으며 통일 신라 5소경의 하나였던 서원소경의 치소(治所)였다.

추사는 '무심(無心)'을 가슴에 넣고 산 분이다. '중생이 욕심을 갖고 헛되이 집착하면 번뇌·생사·보리·열반 등 모든 것이 생기게 된다. 무심을 깨치기만 한다면 이 같은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 유학자답지 않게 추사는 불자가되어 부처의 가르침을 게송하며 살았다. 해남의 친구 초의선사와 글을 주고받으며 불심을 닦았다.

난을 잘 그리지 않은 추사가 말년에 불이선란도(不二禪蘭圖)라는 특별한 작품을 남겼다. 이 그림을 처음에는 부작란(不作蘭)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기존 서법을 전혀 지키지 않고 화제를 쓴 것이어서 일부학자들 사이에는 진작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불이선'은 초의선사의 화두였다. '난과 선이 둘이 아니다'라는 뜻이다. 차(茶) 한잔으로도 선(禪)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고 설법해온 초의는 난을 통해서도 선에 도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추사는 난(蘭)을 즐겨 그리지 않았다. 난을 그리는 것이 어렵고, 그림 속에 인품이 묻어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20년 연하인 대원군 이하응이 추사의 집을 출입할 때 난화(蘭話)를 통해 이 같은 심경을 드러냈다.

불이선란도의 화제를 보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써내려갔다. 서도의 정형을 깬 파격이다. 추사의 작품은 글씨의 품격이 곧고 골격이 준수한데 비해 치기가 엿보인다. 추사의 글씨라고 보기에는 장난 끼가 가득 담겨있다.

그림 하단 왼쪽에 추사는 '달준이를 위해 아무렇게나 그렸으니, 단지 한 번만 있을 수 있고, 두 번 다시 있을 수 없다 (示爲達俊放筆 只可有一 不可有二)'고 적었다. 그리고 선객노인(仙客老人)이라는 낙관을 찍었다.

이 난화의 난 잎은 바람의 반대방향으로 꺾이듯 반전을 이룬다. 10년여를 제주도와 북청에 두 번 유배를 당하고 고통스럽게 살아온 삶에 대한 저항의 표현이 아니었을까.

추사는 만년에 생활고로 어렵게 살았다고 한다. 두 번씩이나 귀양을 갔다 온 터로 사대부들의 발걸음이 끊기고 녹봉이 없어 곤궁했다. 이때 문전에 와서 추사에게 도움을 준 그룹이 바로 청나라를 자주 다녔던 역관(譯官)들이었다. 추사의 그림이나 글씨는 청나라 지식인들에게 인기가 있었으며 역관들은 추사의 유묵을 받아가 진귀한 물건들을 교환했다. 젊고 씩씩한 역관들을 친구처럼 생각한 것이 추사문집에도 나타난다.

'불이선란도'는 추사의 '무심'한 삶을 드러낸 파적의 산물이다. 작품을 받은 달준이라는 인물도 역관으로 보이는데 장난삼아 그려준 그림이 지금 국보적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이다. 평소 난을 그리지 않던 추사의 난 그림은 '무심'한 추사의 선문답이자 체제에 대한 지식인의 저항으로 받아들여진다.

사월초파일을 앞두고 무심천에 연등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모두 욕심을 버리고 번민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을 가르치고 있는 것만 같다.

세계는 지금 핵전쟁의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푸틴의 전 근대적 야욕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키고 동서가 극한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어떤 명분이든 인류의 멸망을 가져오는 핵전쟁만큼은 피해야 한다. 청주 무심천의 연등 광명이 전쟁에 광분하는 세력들의 가슴에 까지 닿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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