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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희

충북여성정책포럼 대표

처서가 지나니 아침 저녁 제법 서늘하다. 광무2년(1898) 9월 8일 '황성신문'의 '별보(別報)'란에 "북촌 여성군자 수삼 분이 개명상에 유지하여 녀학교 설시하라는 통문이 있었기에 하도 놀라고 신기하여 우리 논설을 빼고 그 자리에 게재하노라."라는 기사가 실렸다. '놀랍고 신기한 일'은 바로 1898년 9월 1일, 즉 지금으로부터 124년 전 서울 북촌의 양반여성들이 이소사(李召史), 김소사(金召史)라는 이름으로 '여학교설시통문(女學校設始通文)'을 발표한 일이었다. 즉 북촌의 여성 서너명이 여학교를 만들라는 선언을 했다는 내용이다. 여기서 '소사(召史)'란 기혼여성을 일컫는 말이다. '여권통문'은 한국 최초로 여성에 대한 인권을 선언한 글이다. 1896년 설립된 독립협회는 가부장적 전제주의와 축첩 제도, 과부 재가 금지와 내외법 등 전근대적인 사회적 관습과 제도의 철폐를 주장했으며, 사회가 개화되기 위해서는 여성에 대한 근대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여권통문'은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단체인 찬양회의 설립 취지문으로 '여학교설시통문(女學校設施通文)'을 줄여 부르는 말이다. 이 글은 이소사(李召史), 김소사(金召史)의 명의로 발표되었는데, 문명개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여성의 교육받을 권리와 직업권 및 정치 참여권이 보장되어야 함을 주장했다.

'어찌하여 우리 여인들은 일양 귀먹고 눈 어두운 병신 모양으로 구규(舊閨)만 지키고 있는지 모를 일이로다. 혹자 신체와 수족과 이목이 남녀가 다름이 있는가. 어찌하여 병신 모양 사나히의 벌어주는 것만 먹고 평생을 심규에 처하여 그 절제만 받으리오. (중략) 우리도 혁구종신하여 타국과 같이 여학교를 설립하고 각각 여아들을 보내어 재주와 규칙과 행세하는 도리를 배워 장차 남녀가 일반 사람이 되게 할 차 여학교를 설립하오니…'-대한 광무 2년 9월1일 통문고표인(通文告表人) 이소사, 김소사.

'여권통문'은 여성들이 사회 개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최초의 문헌으로, 한국 여성 참정권 운동의 효시라고 평가되고 있다. 1898년 9월 1일은, 한국 여성들이 외쳤던 이 '여권통문'은 1908년 3월8일 미국 여성 노동자들이 "우리에게 빵과 장미를 달라"며 뉴욕 릿거스 광장에 모여 궐기했던 것이 계기가 되어 만들어지게 된 '세계 여성의 날'보다 무려 10년이나 앞선 역사적인 날이다. 여권통문의 내용을 보면 첫째, 여성도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교육권). 즉 교육은 남녀평등의식을 고양시키고 교육을 통해서 여성은 정치참여의식, 직업의 기회를 가진다. 둘째, 여성도 직업을 가질 권리가 있다(직업권). 즉 경제활동은 여성의 의식주 문제를 해결하고 독립된 인격확립의 시작이다. 셋째, 여성도 문명개화 정치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참정권). 즉 새롭게 변화하는 시대에 여성들도 개화정치에 참여해야 한다.

누구든 차별 없이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직업을 가질 수 있고 독립적인 삶을 살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욕구이다.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한 차별과 폭력을 없애고 성별에 구분 없이 평등한 사회에 살고 싶은 것은 우리 모두의 바람이다. 예나 지금이나 서로 조화로운 발전을 이루고 상생하며 공정한 대우를 받는 사회, 앞으로도 이는 더 이상 놀랍고 신기한 일이 아닌 당연한 일이다. 모두에게 보편적인 성평등한 사회이길 소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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