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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1.08.25 14:24:23
  • 최종수정2021.08.25 14:24:23

유하선

충주시보건소 주무관

공무원 임용시험에 합격한 기쁨도 잠시, 한 달여 정도 마음의 준비를 가질 시간이 남아있다고 생각했는데 갑작스러운 연락이 왔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조기임용이 됐다는 것이다.

적잖은 시간 공무원이 되기를 꿈꿔왔지만, 이렇게 생각지 못한 시기에 생각지 못한 형태로 맞이하게 될 줄은 몰랐다.

덕분에 새내기로서의 걱정과 각오를 마음에 품은 채 가족들의 따뜻한 응원을 등에 업고 첫 출근길에 나서는 낭만 어린 그림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첫 출근부터 나를 비롯한 동기들은 코로나 대응의 일선에 투입됐다.

각자 직렬에 따라 검체 채취, 역학조사, 자가격리 관리 등 책임져야 할 업무가 배정됐고, 이후로는 눈코 뜰 새 없는 시간이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이곳은 한마디로 말해 전쟁터다. 그놈의 코로나 때문에 맘대로 돌아다니지도 못한다고 투덜거렸던 지난날이 얼마나 사치스러운 투정이었는지, 뼈저리게 깨닫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1년을 훌쩍 넘는 시간 동안 주말도 공휴일도 없이 매일 출근하는 것이 일상이 돼버린 선배 공무원들의 맡은 역할을 다하려는 자세에 여러 번 감탄했다.

또 점검을 나간 현장에서 책임감 있는 시민의 모습을 마주하면서도 많은 것들을 새롭게 알게 됐다.

역학 조사를 위해 한 병원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전문적인 방역센터에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마스크, 장갑 등 종사자들의 철저한 복장에서부터 대기 의자마다 설치된 칸막이에 꼼꼼한 출입자 명부관리까지 빈틈을 찾으래야 찾아볼 수 없었다.

직접 마련한 전문 방역 장비로 하루 2회 정기적인 소독까지 실시하는 모습을 보며 남몰래 공무원으로서의 내 모습에 모자란 점은 없는지 반성해 볼 정도였다.

한편으로는 어려움을 겪는 시민들의 모습에 마음이 무거워진 일도 많다.

CCTV를 설치했으나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탓에 영상을 확인할 수 없던 적이 있다.

어쩔 수 없이 상호명을 공개해야 될 수 있다는 안내에 난색을 표하던 사장님의 표정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안 그래도 어려운 상황에 동선 공개까지 되어버리면 말 그대로 밥줄이 끊겨버린다고 걱정하시는 모습을 앞에 두고 할 말이 찾지 못한 채 한참을 가만히 서 있었다.

자영업자들의 고통은 우리의 상상을 아득히 뛰어넘고 있었다.

텅 빈 식당이나 상점가를 만나는 일은 비일비재하고 대화 중에 감정이 복받쳐 눈물을 쏟으시는 사장님도 여럿 만났다.

그때마다 내가 맡은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되새기게 된다. 비록 일의 크기는 작을지라도 그 중요함에는 대소가 따로 없다.

방역에 동참하고 있는 모두가 마찬가지다. 마스크 착용, 손씻기, 불필요한 접촉 자제 등 개인방역수칙을 지킬 의무가 있는 우리 모두는 코로나와의 싸움에서 중대한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나만이 아닌 우리를 위한 일이다. 내 소중한 가족과 이웃 그리고 무엇보다 뺨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낼 힘조차 없음에도 충주시를 위해 방역에 협조해 주시는 그분들을 위해서다.

아직도 배워야 할 것이 많은 '새내기'이지만, 그 세글자가 핑계거리가 되지 않고 코로나를 막아내는 방패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

마음 깊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나만이 아닌 우리 모두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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