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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이 지난 100일, 충북교육이 갈 길은

윤건영 청주교육대학교 교수

  • 웹출고시간2021.08.18 16:10:13
  • 최종수정2021.08.20 12:16:36

윤건영

청주교육대학교 교수

내일은 채 피워보지 못하고 떨어진 꽃망울처럼 두 명의 중학생이 극단적 선택을 한 지 100일이 되는 날이다. 이날을 계기로 온라인 추모제를 진행하고 있고, 성안길에서 오프라인 추모제가 추진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다각적인 논의와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청소년 자살예방 대책이 부실논란을 빚고 있다. 성폭력과 학대라는 범죄 소명과는 별개로 위기에 처한 청소년들의 보호라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의 관련 시스템에 상당한 문제가 있음을 드러냈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기성세대의 욕망과 태만 때문에 우리 자녀가 희생됐다는 점이다. 결코 우발적으로 일어난 ‘단순 사고’가 아니다. 한 어른의 범죄적 행동도 문제지만 청소년을 위협하는 위기 신호에 대해 무기력했던 주변 환경, 특히 교육 당국의 무관심이 비난받아 마땅하다.

사법기관의 수사는 범죄 확인과 처벌을 위한 과정이 될 수는 있어도 이를 통해 사건의 피해가 더 커지거나 더 깊어지는 것을 막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것도 사건 수사가 곧바로 진행되고 그에 따른 조치가 빠르게 진행되는 경우에나 그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다.

결국 청소년들이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리게 되는 이런 사건의 경우 수사로는 피해자를 보호할 수 없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따라서 사회적으로 이 같은 청소년들을 보호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

이에 대해 ‘충북법무사회’에서 관련 규정의 미비를 지적하며 가장 먼저 법 개정을 주문하고 나섰다. 정치권에서도 청소년 위기관리 공동대응 체계 구축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지역사회로 확산돼 지난 11일에는 엄마들의 모임인 ‘청주 맘스캠프’가 법개정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펼치겠다고 밝히는 등 그 열기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 청소년 대부분을 학교 품에서 보살피고 있는 교육계는 조용하기만 하다. 마치 아무 일도, 아무 관련도 없는 듯하다. 피의자의 변호사가 충북도교육청 산하 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는 일로 떠들썩할 뿐 정작 우리 청소년을 보호하고 지키는 일에 대해서는 말문을 닫고 있다.

사건이 발생했을 때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다가 뒤늦게 등떠밀려 한 번의 입장 표명에 그쳤던 충북도교육청도 별반 다르지 않다. 법 개정과 관련해 남들 뒤를 쫓아다니기에 급급한 모습으로 책임을 면하기 위한 것으로 비칠 뿐이다. 여중생들이 성폭력과 학대로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렀지만 보고체계가 없다는 이유로 이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가 몰라서야 어떻게 학생들을 보호·관리할 수 있겠는가. 이 같은 허술함이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은 게 이상할 정도다. 뒤늦게라도 이런 문제가 파악됐다면 교육청이든, 교육부든 먼저 나섰어야만 했다. 이제라도 교육계가 적극적으로 팔 걷어붙여야 할 것이다.

최근에야 충북교육청은 법 개정을 위해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 안건을 상정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법무사회와도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 있다.

우선 극단적 선택 전과 후의 진행 과정에 대한 치밀한 경위 파악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도 교육청 주관으로 보고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되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만약 작동되지 않았거나 미흡했다면 그 원인은 무엇이고 개선책은 무엇인지 수직적 행정 체계를 점검해야 한다.

또한 이 사건과 관련된 기관들과도 신중하고 다차원적인 협의 과정을 거쳐, 재발 방지와 신속한 대응책을 제도화하기 위한 조치도 강구해야 한다. 이러한 모든 과정을 철저히 밟아 최종적으로 입법까지 이루도록 해야 할 것이다.

충북교육청을 비롯한 유관 기관은 단순히 협의 과정을 거쳐 공감하는 차원을 넘어, 보고서가 작성되고 그에 근거해서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입법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과연 충북교육청은 이러한 과정을 거쳐 입법을 위한 협의안을 전국교육감협의회에 상정할 준비를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특히 이에 앞서 최근 관련 사안으로 추진한 연수 과정에서 충분한 문제의식과 대책 방안이 공유됐는지 점검해야 할 것이다.

기존의 대응 메뉴얼로 대처할 수 없는 사안이라면 ‘특별사례’로 대응 보고서를 만들고, 비공개 임시 매뉴얼이라도 작성한다든가 모든 관련 구성원들에게 공유할 준비를 하고 있는지도 확인해야 할 것이다. 이 문제는 일회성에 그칠 사안이 아니다. 철저하고도 상세히 준비하고 그에 대한 제도화와 공유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사후대책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사건 발생 이후 우리 교육계의 성찰과 다짐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못한다면 소를 키워서는 안된다는 심정으로 임해야 한다. 청주 오창 여중생 사건과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모두의 노력과 관심이 필요한 때다.

법 개정에 앞장서고 있는 충북법무사회를 비롯해 이번 일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기관·단체들의 성심과 노고에 교육계에 몸담고 있는 한 사람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나아가 이를 뛰어넘는 열정과 노력을 우리 교육계에서 보여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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