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바지와 환경

황윤순

청주고인쇄박물관 주무관

청바지는 어디에서 유래했을까? 청바지는 1870년대 미국에서 천막 천을 판매하는 상인이었던 리바이 스트라우스라는 사람이 어느 날 그의 회사로 대량의 튼튼한 텐트를 만들어 달라는 문의가 와 만들던 과정에서 한 직원이 실수로 파란색 염색을 해 쓸모 없어진 천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광부들의 옷이 쉽게 찢어지는 것을 발견하고 염색된 튼튼한 천막을 가져다가 만들어 판매하니 히트를 친 것이다. 많은 소득을 올린 리바이는 '리바이스'라는 상표를 만들었다.

또 광부들이 당시 일하던 곳에는 독사가 많았는데, 청색의 염료들이 독사를 쫓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이용해 인디고라는 염료로 데님 바지를 염색했다는 얘기도 있다.

우리나라에 청바지가 들어온 시점은 대략 1950년대로 추정한다. 그 당시에는 동방예의지국에 맞지 않는 매우 건방진 옷이라 여겼다. 그러던 중 6.25전쟁이 일어나게 되고 이후 미국에 대한 인상이 좋아지게 되면서 우리의 청바지에 대한 인식이 좋게 바뀌었다. 이후 1980년에 들어서는 유행을 타고 누구나 패션 아이템으로 한두 벌 이상 없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즐겨 입게 됐다.

문제는 청바지를 빨 때이다. 최근 청바지 데님 소재가 사람들이 전혀 살지 않는 북극에서 발견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수 천에서 수 만㎞ 떨어진 곳에 사는 사람들이 입다 버린 작은 청바지 조각이 미세 플라스틱과 함께 이제는 전 세계 바다 환경을 위협하는 오염원으로 지목되고 있는 것이다.

청바지를 한 번 세탁할 때마다 엄청난 양의 미세 섬유가 발생한다고 한다. 미리암 다이아몬드 캐나다 토론토대 지구과학과의 연구에 따르면 청바지를 한 벌 세탁할 때마다 약 5만 개의 데님 미세 섬유가 떨어져 나온다. 미세 섬유는 보통 지름이 수 ㎛(마이크로미터·1㎛는 100만 분의 1m)에 해당하는 길쭉한 형태의 섬유다. 적혈구의 지름이 약 5㎛, 사람의 머리카락이 약 50㎛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사람 눈에 보이지 않는 크기이다.

매년 12억 벌 이상의 청바지가 판매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데님에서 나온 미세 섬유가 수심 1500m에서도 발견되는 만큼 결국 편리함에서 비롯된 청바지가 지구를 오염시키고 있는 것이다.

청바지의 염료로 사용되는 인디고도 문제다. 인디고는 기원전 2500년 전부터 아시아와 이집트, 그리스에서 사용된 식물에서 얻을 수 있는 천연염료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 수요를 맞추지 못해 화학적으로 합성되고 있다.

또한 평활한 표면과 부드러운 촉감을 얻게 하는 청바지 워싱 공정에서 한 벌에 이산화탄소 32.5㎏이 생성되고, 만드는 과정에서 호흡기 질환의 위험성이 많다고 하니 오존 워싱 방법 등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일상복이 된 청바지를 안 입을 수는 없다. 나만 해도 청바지, 청치마, 청 원피스, 청재킷 등 없는 아이템이 없다. 한 번 입고 빨 것을 두 번 이상 착용 후 세탁을 해야 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