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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병화

고명재활의학과 원장

한동네에 사는 70대 후반의 할머니가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 진료실로 들어오신다. 집이 의원과는 불과 300∼400m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데임에도 불구하고 현관문을 나와 병원까지 걸어서 오는데 서너 번은 족히 멈췄다 왔다고 긴 한숨과 함께 털어놓으신다. 멀지도 않은 거리 왜 그렇게 쉬엄쉬엄 오셨냐고 물어보니, 멈추지 않으면 엉덩이에서 시작해 양쪽 허벅지며 종아리 정강이가 터져나갈 것 같아 도저히 걸음 발짝을 뗄 수 없어 그러셨단다. 그래 얼마나 멈춰 서계시면 그 불편감이 나아지냐고 여쭤보면, 대략 1∼2분 쪼그려 앉아 있으면 그 증세가 살그머니 풀리고 또다시 50∼100m 가량 걷게 되면 같은 증상의 패턴이 반복된다고 하신다.

이 할머니의 증상은 전형적인 신경성 간헐적 파행(神經性 間歇的 跛行, neurogenic intermittent claudication)이라고 한다. 요추 척추관 협착증의 대표적 증상인 신경성 파행은 제자리에 서 있거나 걸을 때 엉덩이 아래 하지의 통증을 호소하다가도 앉은 자세에서 다소간의 증상 호전을 보이는 것으로, 쪼그려 앉는 자세에서 좁아져 있던 요추관이 잠깐이나마 넓어져 증상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이로 유추할 수 있는바, 척추의 종단으로 나 있는 척추관이 퇴행성 변화를 겪으며 좁아져 그 안으로 주행하는 신경 가닥들이 부분적으로 눌리게 되어 사지 말단부로 신경성 통증이 내려가는 질환을 척추관 협착증이라고 하고, 허리에 발생한 협착증을 요추관 협착증이라 부른다.

요추관 협착증에서의 신경성 파행은 치료의 방침과 부위가 달라지기 때문에 하지 혈관의 문제에서 기인하는 파행과 감별을 요한다. 먼저 협착증에서의 파행은 근위부에서 원위부로 향하게 되는데, 쉽게 풀어보면 허리 및 엉덩이에서부터 다리 아래로 통증이 타고 내려간다. 또한, 서 있거나 보행 시 증상이 악화하고 체간을 앞으로 숙이거나 쪼그려 앉으면 서서히 증상이 완화되는 특징을 보이며 경사로를 오를 때에는 통증이 발생하지 않는다. 반면에 혈관성 파행의 경우 통증의 주된 부위는 종아리 정강이에서 나타나는데 원위부에서 근위부로 향하는 통증이 운동 시 심해지며, 하던 운동을 중단하거나 가만히 서 있으면 즉각적으로 통증이 완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또한 경사진 비탈길을 오를 때 통증이 나타나고 발등동맥의 맥이 미약하거나 확인되지 않으면 혈관성 파행을 의심할 수 있다.

또한 허리가 원인인 하지 신경 증상의 대표적 질환인 추간판 탈출증과의 감별이 필요하다. 협착증은 좌우간 증상의 차이는 다소 있을 수 있지만, 양측 하지를 주로 침범하는 반면 요추 디스크 질환은 대부분 편측 하지에서만 저림, 표재감각 저하 및 운동성 마비 등의 신경 증상을 보인다. 신경 뿌리 주변의 병변 확인에 유용한 하지 직거상검사에서 협착증 환자에서는 거의 정상 소견을 보이지만 디스크 질환에서는 직거상 양성소견을 보이는 경우가 많은 것도 두 질환 간의 차이점이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협착증은 인체의 노화 과정에서 흔히 발생하는 질환으로 성장이 멈추는 20세 초반부터 척추의 퇴행성 변화가 시작되는데, 협착증의 증상은 대체로 40대에서 시작되고 50∼60대로 접어들면서 악화한다. 즉, 요추관 협착증은 대표적인 척추의 퇴행성 질환이다. 약물치료, 물리치료 및 신경차단 등 보존적 치료에 반응하지 않거나, 통증이 극심하여 일상생활이 어렵게 되었거나, 하지 마비 등 운동신경 마비 증상이 짧은 시간 빠르게 진행하여 기능적 제한이 발생한 경우 시행하는 수술적 치료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다리에 유사한 신경 증상이 재현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하지의 다발성 근막통증증후군처럼 근육과 힘줄에서 기인한 증상이 협착증과 유사한 경우도 드물지 않기 때문에, 이들 해부학적 구조물의 이상 유무를 정확한 이학적 검사를 통해 확인하는 과정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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