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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한 남자가 어깨를 들썩이며 숨죽여 울고 있다. 엉엉 목 놓아 울지 못하고 그 슬픔을 애써 참으며 하염없이 눈물만 짓는다. 간간히 감당할 수 없는 슬픔이 가슴 가득 사무치는 듯 곡(哭)을 하지 않는데도 남자의 눈에서는 굵은 눈물이 뚝뚝 흘려 내린다. 줄줄 흐르는 눈물은 남자의 손등을 적시고 또 적신다. 오늘 밤 여기, 아내를 잃은 한 남자의 눈물은 쉬 마르지 않을 것 같다.

방금, 장례식장에서 아내를 사별한 한 남자를 만났다. 그는 이렇게 바보처럼 울고 있었다. 사랑하는 아내를 먼저 저승으로 보낸 남자. 생과 사로 나누어진 사랑이다. 이보다 가슴 저미는 이별은 없다. 그래서 이 남자의 눈물은 이 세상에서 가장 애절한 사부곡(思婦曲)처럼 느껴진다. 이른바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다.

일본의 선승 정수혜단(正受慧端)법사도 나와 같은 심정이었을까. 스님은 "덧 없어라, 죽음이여, 간 이는 오지 않나니 아련한 슬픔 속에 새벽이 오네."라고 남녀 간 이별의 정을 표현했다.

평생 고락을 함께 했던 부부의 각별한 정(情)을 누군들 알겠는가. 다만, 남겨진 자의 슬픔과 고통을 통해 그 깊이를 짐작할 뿐이다.

어쩐지 나는, 남편 잃은 여자보다는 아내 잃은 남자가 더 안타가워 보인다. 그래서 홀로 남은 남자에게 애도의 마음이 더 절절해진다. 더군다나 아내가 몹쓸 병으로 일찍 죽음을 맞이했다면 남편의 심정은 더욱 무너져 내릴 것이다.

조선후기의 학자이며 문인이었던 심노숭(沈魯崇)은 돈독한 불심을 지니고 살았지만 아쉽게도 아내가 병에 걸려 먼저 떠나고 만다. 살아 있을 때 약 한 첩 제대로 못해 주었던 그였던지라 아내의 죽음에 넋을 잃고 "죽음이 진실로 슬퍼할 만하나 살아 있은들 또한 무슨 즐거움이 있으리오."하며 통곡했다. 즉, 아내 없는 세상은 살아있어도 산 것이 아니라는 애달픈 심사다.

이처럼 조선시대 유교 이념의 분위기에서 부모상(喪)보다 더 애답게 아내를 추모했던 선비들이 많았다. 추사 김정희도 첫째 부인과 사별하고 "넓은 하늘에 한스러움만 끝없이 사무치는구나."하며 그를 추모하는 제문을 썼으며, 조선 후기 최고의 문장가로 꼽혔던 홍석주(洪奭周)또한 먼저 간 아내를 위해 애도문을 지었는데 "당신 목소리 아직도 귀에 쟁쟁하데 섬돌에 올라서도 아무것도 들리지 않네."로 시작되는 그 내용이 구슬퍼다.

하긴 먼 시대를 거슬러 이야기할 필요도 없겠다.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작가 도종환 시인은 시집 '접시꽃 당신'을 발표하여 일약 스타 반열에 올랐다. 그 당시 수많은 독자들을 감동시킨 코드는 다름 아닌 죽은 아내에 대한 깊은 사랑과 그리움을 서정적인 시어(詩語)로 노래하였기 때문이었다.

역시 시대는 변했어도 우리의 심금을 울리는 주제는 사별이다. 사랑하는 이를 저승으로 보내는 그 비통한 심정은 여자라고해서 조금도 다를 바 없겠지만 이상하게도 홀로 남겨진 남자를 보는 마음은 더 애처롭고 가슴 찡하다. 남자의 눈물에 더 약한 것이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가장 극적인 슬픔을 전달할 때는 대사보다는 눈물이다. 아픔과 슬픔의 표현은 백 마디의 말보다는 눈에 가득 고인 눈물이 훨씬 사실적일 때가 많다. 아마도 나에겐 아내의 슬픔은 당연한 것이고 남편의 슬픔은 특별한 것이라는 정서적 편견이 있나보다.

오늘 장례식장에서 보았던 한 남자. 홀아비가 된 그는 아내 잃은 상처와 번민으로 불면의 밤과 명정(酩酊)의 시절을 보낼지 모른다. 아니면 매일 밤 아내를 그리워하면서 사연 많은 침상(枕上)의 일기를 쓰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그게 무슨 소용이며 위안이 되겠는가.

당나라 때의 시인 원진(元?)은 아내 위씨(韋氏)가 죽자 그녀를 위해 도망시(悼亡詩)를 지었는데 "이 밤이 새도록 눈을 뜬 채 지새워서 평생 이맛살 펴지 못한 당신에게 보답하려오."라는 대목이 있다. 아내가 죽은 뒤 후회하고 가슴 치는 것은 그저 자신이 하는 자책이며 속죄일뿐이다. 그러니까 아직 상처(喪妻)하지 않은 이 땅의 남자들이여! 서로 살 부비며 살아 있을 때 후회 없도록 노력할진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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