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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영현

청주시 흥덕구 세무과 주무관

'항상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라.'

필자가 자라오면서 부모님으로부터, 그리고 선생님으로부터 가장 많이 들어온 말이다. 한 단어로 말하자면 '이타심', '배려' 등으로 정리될 수 있다. 이타심이라는 것은 단순하게 생각하면 내가 행복한 만큼 다른 사람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배려라는 것은 내가 아닌 타인이 느끼는 것과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하여 내가 무엇을 베풀 수 있는 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이러한 능력은 사람을 대하는 일에 있어서 가장 특별한 힘을 주는 기본적인 소양이자 덕목이다. 이는 거의 마법과도 같아서 갖추기만 한다면 어떠한 인간관계에서도 아무 탈 없이 원만함을 이룰 수 있게 된다.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것도 아니며 그저 누구나 갖출 수 있는 보편적인 능력임에도, 일반적인 사람들은 방법을 모르거나 알면서도 제대로 사용할 줄을 모른다. 즉 상대방을 대할 때 늘 자신의 관점에서 보려고 하는 실수를 범하게 된다.

필자 역시도 공직자라는 수식어를 얻게 되면서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을 상대해야 하는 임무가 생겼다. 물론 처음에는 '항상 민원인의 입장에서 생각하자!'라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하지만 정신없이 여러 가지 새로운 일들을 한꺼번에 배우고 처리하다보니 점점 민원인보다 나 자신의 입장을 더 살피게 되었다. 실수라도 하게 되면 민원인에게 죄송한 마음도 들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이러한 실수를 하게 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으며 나도 속상하다는 것을 알아주길 바라고 있었다.

한 번은 민원인으로부터 전화 한통이 왔다. 부동산 압류통지서를 받았고 그에 매우 언짢음을 느꼈다고 말씀하셨다. 당시 민원인의 체납은 총 3건이었는데, 그 중 하나는 2013년도의 체납이고 나머지 2건은 모두 2015년도의 건이었다. 민원인의 입장은 이러했다. '일반적인 납세자라면 2014년도의 세금을 납부하면서 전년도의 체납 건은 당연히 함께 납부를 할 것인데, 납부가 되지 않았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분명히 납부를 했으니 카드 내역을 취합하는 동안 압류를 먼저 풀어 달라.'하지만 원칙적으로 체납된 세금을 모두 납부해야만 압류를 해제할 수 있다. 그래서 필자는 원칙에 따라 압류 해제가 어렵다는 이야기만 수차례 반복해서 말씀 드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원인은 끝까지 압류 해제를 요구하셨다.

그렇게 무려 30분가량의 통화를 마친 후, 필자는 생각했다. '실제로 민원인이 억울한 상황일 수도 있는데 너무 원칙만 설명하기에 바쁘진 않았는가...'문득 부끄러워졌다. 항상 민원인의 입장에서 생각하자고 다짐했던 초심은 너무나도 쉽게 무너져 내린 것이었다. 마음을 다잡고 다시 한 번 민원인의 전화번호를 눌렀고, 그녀의 입장을 헤아리며 차근히 이야기에 경청했다. 그러자 민원인의 격해졌던 감정이 한층 누그러지며 오히려 필자에게 미안하다는 말씀과 함께 길고긴 통화를 마무리 지었다.

역지사지(易地思之).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는 뜻으로,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사자성어이다. 그러나 익숙한 만큼 끊임없이 되뇌지 않으면 또다시 나의 관점에서 상대방을 바라보게 된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상대방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자세야 말로 상대방을 내 편으로 이끄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역지사지의 출발점은 '나'를 버리는 것에서 비롯된다. 흔히들 타인과의 관계에서 '나'를 버리게 되면 마치 손해를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실제로는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더욱 많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나 자신을 버림으로써 결국 상대방과 함께 내 스스로가 행복해 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역지사지에서 최고의 수혜자는 바로 자기 자신인 것이다.

세상은 같이, 그리고 함께 사는 것이다. 늘 타인의 입장에서 그들이 어떻게 느끼는지, 왜 그런 반응을 보이는지를 생각해보고 이해하려는 자세는 반드시 필요하다.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려라.' 아마도 나의 이 첫 다짐은 무거운 책임감이 되어 앞으로의 공직생활에 든든한 이정표가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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