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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근

(사)흙살림연구소

초여름이 성큼 다가왔지만 온 하늘이 뿌연 먼지로 뒤덮여있다. 우리나라의 자랑이었던 맑고 푸른 하늘을 보기가 어렵다. 이제 깨끗한 공기도 돈을 주고 사야 하는 시대가 도래 하고 있다. 모내기를 끝마친 6월의 들판의 푸르름도 예전과는 사뭇 다르다. 지금 우리의 농촌은 희망보다는 절망이, 푸르름 보다는 누런색이 논둑을 뒤덮고 있다. 논에는 풀 나지 말라고 제초제를 뿌리고, 논둑은 풀 죽이는 제초제를 뿌려 대고 있기 때문이다. 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푸른 빛 보다는 제초제에 타들어 말라죽은 풀들로 뒤덮인 황무지와 같다.

원래 우리의 논은 단순히 쌀만 생산하는 곳이 아니라 붕어, 미꾸라지, 새뱅이 등과 같은 각종 민물고기를 통해 우리에게 필요한 단백질도 함께 생산하는 곳이다. 논이 죽는다는 것은 우리의 생명인 물이 죽고 흙이 죽는다는 것을 뜻한다. 논을 통해 모든 생명들이 살아 움직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농업이 벼농사를 중심으로 발전해온 것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아시아 몬순 기후에 속해 있어 중위도에도 불구하고 열대와 같은 고온의 여름이 있고 연간 평균 1,300㎜에 이르는 많은 비가 내린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벼가 안정된 생산력을 가지는 작물이고 담수조건하에서는 매년 연작을 해도 연작 장해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산이 많아 경사진 지형을 이용한 논의 물 관리가 용이하고, 담수를 통해 잡초가 만연하는 것을 억제했다. 또한 담수조건은 유기물의 분해를 지연시켜 지력소모를 막아주므로 벼농사가 발달할 수 있었고 동시에 논은 수많은 생명들이 공존하는 삶의 터전이 될 수 있었다.

우리의 먹을거리를 책임져 온 벼농사는 우리 국민에게 있어 생명과도 같은 존재이다. 그런데 생명을 짓는 벼농사에 농민들이 제초제를 살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은 예전처럼 벼 수량을 높이기 위하여 논둑을 만들고 빈자리가 생기면 보식을 하던 시대가 아니다. 그런데도 논둑에 제초제를 살포하는 것은 습관처럼 행하는 일이 아닌가 의문을 가져볼 일이다. 더군다나 쌀이 남아도는 요즘 시대의 벼농사는 수량을 올리는 것 보다는 물을 살리고 흙을 살리고 지구를 살리는 일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경제적인 풍요로움을 위해 우리가 포기해야했던 것들이 있다. 깨끗한 물과 공기, 산천초목들. 바로 그 때 포기했던 것들로 인해 지금 우리의 건강과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 물과 공기도 돈을 주고 사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우리의 논부터 깨끗하게 되돌려야 한다. 경상도 사람들이 쌀을 살이라고 하듯 우리가 먹는 쌀은 곧 우리의 몸과 같다. 내 몸과도 같은 쌀이 농약과 제초제로 뒤범벅 된 논에서 생산된다는 사실을 알고도 쌀을 내 살처럼 여길 수 있을까.

이제부터라도 제초제가 뿌려지지 않은 푸른 논밭을 보고 싶다. 푸르름이 살아있는 농촌이 보고 싶다. 논이 쌀만 생산하는 곳이 아니라 생명의 어머니로서, 생명을 잉태하는 장이라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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