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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미옥

작가

어릴 적에 학교 앞에서 국화빵 굽는 것을 구경하곤 했었다. "빵 줄까· 킁킁, 빵 줄까· 킁킁" 빵을 굽는 아주머니는 꼭 두 번씩 물었는데 비염이 있는지, 말할 때마다 킁킁 콧소리를 규칙적으로 냈었다. 주전자에 담긴 걸쭉한 밀가루 반죽을 국화문양 틀 속에 쪼록 쪼록 술을 따르듯 따른 뒤 수제비를 뜨듯 단팥을 똑똑 떠 넣었다.

철커덕 뚜껑을 닫고 갈고리로 빵틀을 뱅글 돌린 후, 앞에 돌아온 두툼한 틀을 열면 국화빵들이 노릇노릇 봉긋봉긋 보풀어 있었다. 오호! 예술이다. 갈고리로 콕 찍어 거치대에 올리기가 무섭게 팔리는 국화빵, 맛도 좋지만 유연하게 빵을 만드는 것이 재미있어 이담에 국화빵 장사를 하겠다고 어머니께 말씀드렸던 기억이 있다.

만약 우리 아이들이 붕어빵 장사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면 무어라 반응할까· 어머니는 쓸데없는 소리 말고 공부나 하라고 일축해 버리셨다. 내 어머니에겐 직업편향의식이 있었다. 반세기가 지나서 국화빵틀이 붕어빵틀로 바뀌었지만 내 어머니뿐 아니고 우리나라 부모들에게 있는 직업편향의식 전환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엄마 카드에 돈이 들어 있어·" "어…. 지금은 바빠 이따 말해 줄게·" 마트 계산대에서 목격한 어느 모자(母子)의 대화다. 유대인들처럼 자녀경제교육이 평소에 생활화 되어있다면 몰라도, 이럴 경우 아이에게 시원하게 즉시 대답할 부모가 몇이나 될까. 우리로선 막연하고 까다로운 이 질문에 얼버무리지 않고 대답하기가 쉽진 않을 거다. 미국 국민 총소득의 15%에 달하는 돈을 벌어들이는 유대인들, 노벨상을 35프로나 차지하고 그중 노벨 경제학상은 65프로나 차지하는 그들은 누구인가·

그런 결과들이 꾸준히 나오는 것은 평소 자녀들에게 철저하게 시키는 경제교육과 무관하지 않다. 그들은 돈을 어떻게 버느냐 보다 어떻게 쓰느냐에 중점을 두고 아주 어릴 때부터 교육한다. 부모가 재벌이라 재벌로 태어나는 우리네와는 사뭇 다르게 재벌로 만들어간다. 저축 법을 가르치되 단순히 돈만 버는 것이 아닌, 사회나 약자들에게 기꺼이 도움을 주는 기부문화가 생활화되도록 교육한다. 비싼 물건을 사며 자신의 욕구를 채우기보다는 저축을 하거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돈을 쓴다.

'개같이 벌어 정승처럼 쓰라'는 우리속담이 있다. 개같이 벌라고· 그 말은 오사리패들과 다니며 각다귀처럼 벌라는 말이 아니다. 개의 신경과 행동으로 노동의 질을 가리지 말고 충직하게 일하여 벌되, 꼭 필요한 곳에 정승처럼 품위 있고 가치 있게 쓰라는 말이다. 그런데, 말 그대로 개같이 벌어들이곤 쓰진 않는 이를 종종 본다. '쇠가 녹슨다.'는 말처럼 쓰지 않고 돈을 지키기만 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벌기만 하고 자신에게도 남에게도 한 푼도 쓰지 않고서 살다 간다면 얼마나 안타까운가.

주일이면 양복을 입고 교회에 오는 밝은 인상의 신사가 있다. 그는 교회에서 필요할 때마다 적지 않은 돈을 아낌없이 내놓는다. 결손 학생 두 명에게 오래전부터 후원도 하고 있다. 풍기는 분위기가 깔끔하여 부자이면서 아마도 번듯하게 자랑할 만한 일을 하려니 하고 모두 짐작했었다. 그분 직업을 알게 됐을 때 우린 놀랐다. 그분 하는 일은 너무너무 험하고 거칠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피하는 직업이다.

부자는 있되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사람은 보기 드물다. 평생 모은 전 재산을 어려운 이웃이나 좋은 곳에 써달라고 아낌없이 내놓는 이들도 더러 있어 감동을 주지만, 그분처럼 부자도 아니면서 힘들게 버는 피 같은 돈으로 꾸준히 나눔을 실천 한다는 것 또한 쉬운 일은 아니다. 정승처럼 격(格)있게 사는 그분 삶이 단풍보다 곱고 아름다워 진한 감동을 주며 가슴을 물들인다. 이 가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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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