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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04.23 15:18:17
  • 최종수정2015.04.23 15:18:17

당지연

청주시 상당구 주민복지과 사회복지팀 주무관

나의 민원 ○건, 결재함 ○건. 사무실에 출근하고 컴퓨터를 켜면 업무시스템 첫화면에 컴퓨터가 오늘 나의 할 일을 알려준다. 오늘도 장애인전용주차구역 업무가 빡빡하게 돌아갈 것이란 예감이 든다. 민원내역을 클릭하면 언제 어디서 어떤차가 장애인전용주차구역에 주차하였으며, 차량 앞면과 장애인주차구역 사진까지 전문가 못지않게 사진이 올려져 있다. 위반차량임이 확인되면 답변을 올리고, 과태료 사전고지·부과·압류까지 과태료 고지 절차를 진행한다.

이 과정상 과태료 부과를 받은 분들은 항의전화를 한다. 대부분 피치 못할 사정으로 장애인전용주차구역에 주차를 했는데 면제가 되지 않을까 하는 내용이다.규정을 다시 보고 해당이 되면 도움을 드리지만 대부분은 해당사항이 되지 않아과태료를 내셔야 한다고 말씀드려야 한다. 규정대로 말씀드리는데도 마음이 편하지 못하다. 이러면서 가끔 '정말 이 업무가 장애인복지에 도움이 될까?'하고 생각한다.

사회복지공무원에 처음 들어와 새내기교육을 받으면서 한 교수님이 들려주신 에피소드가 생각난다.

한 동네에 놀이터에는 같은 시간에 나오는 아주머니가 있었다. 제기도 차고 줄넘기도 하는 아주머니 주변에 호기심에 아이들은 몰려들었고, 항상 같은 시간에 놀이터에서 운동을 하는 아주머니 덕분에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아이 어머니도 안심하고 아이가 놀이터에서 놀도록 허락해 주었다. 놀이터에는 항상아이가 노는 것을 지켜보는 이모가 있어 다른 아이들도 엄마가 없다는 불안감 없이 모두 함께 뛰놀게 된 것이다. 이렇게 해서 시간 날 때 순번을 정해 놀이터에서 아이들을 지켜주고 함께 놀아주는 모임이 바로 놀이터 이모 모임. 이러한 재밌는 소식을 듣고 시장님은 한 놀이터를 살리고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게 만든 이모들에게 용돈을 주셨다. 이름하여 이모님 수다비용, 수다떨면서 차한잔 하라고 용돈을 주신 것이다. 이후 모임이 지속되도록 지원하는 담당자가 생기고 이들의 모임은 차후 마을공동체 사업의 중심이 되었다.

한 마을공동체, 품앗이가 만들어진 과정을 듣고는 그때 참 가슴이 뛰었던 기억이 난다. 지역의 어렵고 힘든 분을 체계적이고 공평하게 돕기위해 만들어진 수 십권 되는 복지관련 지침과 규정 없이 우리 마을의 아기들이 안전한 놀이터에서 뛰어놀고, 엄마들은 커뮤니티를 형성해 스스로 좋은 동네를 만든 주역이 되었기 때문이다.

주변에서도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돕고자 하는 마음이 있는 분이 많다. 봉사활동을 찾는 과정에서 마땅한 봉사처나 어떻게 봉사를 해야하는지 몰라 중간에 좋은 의지를 관두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따뜻한 마음을 복지시설이나 봉사단체에서 찾지 않고 바로 내가 사는 동네에서 나의 불타는 이 마음을 쓸 수 있어야 한다. 어려운 아이를 돌보고 싶다면 우리 동네에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돌보고 장애인을 돌보고 싶다면 우리 동네에 사는 장애인 가족과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좋은 이웃이 되는 것이다.

장애인 관련 법은 당연히 필요하고 시행되어야 할 가장 기본적인 복지라면, 주민 스스로 만든 이러한 작은 모임이 법이 채우지 못하는 본질적인 마을복지의 근간이 되는 것이다. 필요에 의해 어려운 분을 돕는 법이 생겼지만 그 법의 기본은 우리마을 사람들 모두 행복하게 살고, 조화로운 삶을 궁극적으로 바라기 위해 생긴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이웃들의 불타는 의지를 모으고 점화시키는 것 또한 바로 관의 역할이 아닌가 한다.

우리 마을에는 봉사를 하고자 하는분, 도움을 필요로 하는분이 함께 살고 있다. 우리 모두의 마음에는 복지정책이 미치는 못하는 곳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무한한 자원이 들어있는 것이다. 앞으로의 복지는 마을 중심의, 주민 주도적인 복지가 될 것이다. 스스로 만들어가는 공동체가 형성 되면 내가 맡은 분야에서도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의 신고인과 과태료대상자의 관계보다는 좋은 이웃의 관계로, 서로에 대한 진실한 배려심이 자연스레 생기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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