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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윤 기자의 '캄보디아 여행기'

자연과 신앙의 빛으로 행복한 사람들

  • 웹출고시간2013.02.24 19:55:41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연꽃처럼 화사한 미소

상상해보세요. 모든 사람들이 평화롭게 살아가는 것을.

당신은 날 몽상가라 말할지 몰라요.

언젠가 당신도 동참하길 바라요.

그러면 세상은 그런 꿈으로 하나가 될거예요.

존 레논의 'imagine'이 흐르던 죽음의 뜰 '킬링 필드'. 영화 '킬링 필드'에서 캄보디아 신문 기자 '디스 프란'의 슬픔과 연민에 젖은 눈망울이 한동안 마음을 적셨다. 캄보디아는 내게 자국의 내전에서 이방인들을 구하기 위해 애쓰던 자그마한 캄보디아 남자 '디스 프란'의 아픈 눈빛으로 어둡게 기억되던 나라였다. 어쩐지 캄보디아에 가면 그런 '디스 프란' 들이 어디서나 서성거릴 것만 같았다.

이 나라 제 2의 도시 씨엠립 공항에 내리자 후욱 더운 열기가 끼쳐왔다. 떠나오던 2월 8일 아침, 한국은 무척이나 매섭게 추웠던 날씨였다. 공항에서 급하게 여름옷을 갈아 입고 점심을 먹으러 들른 식당 앞에서는, 해진 옷을 걸친 서너 살 아이들이 갓난아기를 업고 '원 달러'를 외치고 있었다.

불교 신도가 80%를 넘는 캄보디아에서는 어디서든 향을 사르는 내음이 감돌았다. 긴 회랑을 돌아 부처의 일생을 그린 프놈왓파고다 사원에서도 은은한 향내와 샤넬 5의 향수 원료가 된다는 일라일락 꽃나무 향이 섞여 어른거렸다. 우리가 초파일날 기왓장에 소원을 적듯이 이곳에서는 국화인 연꽃 모양의 부조물에 소원을 적어 놓았다.

시내 박쥐공원에서는 한낮에도 박쥐들이 커다란 나무 위를 활주하고 있었다. 일행 중 한 아이 팔뚝에 박쥐 똥이 떨어졌다. 아이는 어쩐지 특혜라도 받은 것처럼 기분 좋게 분비물을 닦아냈다. 박쥐공원 바로 인근에 킬링필드의 아픔을 보관해 놓은 와트마이 사원이 있었다. 폴 포트 공산 정권에 의해 부유층과 지식인들을 무차별 학살한 흔적은 그저 빛바랜 유골들의 모습으로 무심히 전시되어 있었다.


'디스 프란'으로 상징되던 캄보디아인들은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돌아갔고, 와트마이 사원 옆 번화한 시내 중심가에는 퇴근 무렵 문둥왕 자야바르만 7세의 좌상 앞에 연꽃을 바치며 기도하는 일반 시민들이 많았다. 우리나라의 세종쯤 되는 위상의 자야바르만 7세는 어느 장수에게 문둥병을 옮았지만 황토로 치료하여 90세까지 장수할 수 있었다고 한다. 외지인은 킬링필드의 캄보디아를 기억할지 모르나 현지인들은 연꽃과도 같은 미소로 하루하루를 감사하며 보내고 있었다.

어둠이 내린 씨엠립의 거리, 유럽인들로 북적이는 펍 스트리트에는 안젤리나 졸리가 이곳에서 영화 촬영 시 자주 찾았던 펍 '레드 피아노' 주변이 특히 흥성거렸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오토바이 택시 툭툭이를 탔다. 신호등도 수신호도 없건만 차와 자전거, 오토바이, 툭툭이들은 수중물고기처럼 서로 부드럽게 뒤섞여 헤엄치듯 나아갔다. 그들의 순한 마음이 어우러져 소리 없이 빚어내는 절묘한 화음과도 같았다. 그리하여 달리는 툭툭이에서 맛보는 시원한 이국의 밤바람은 그저 편안하고 설레는 흥취를 자아냈다.


문명과 몸을 섞은 자연

앙코르왓 사원의 위용과 섬세함은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중앙성소로 오르는 삼면의 계단은 70도의 각도로 무척이나 가팔랐다. 신에게로 가는 길이니 엎드리듯 네 발로 기어 올라가라는 의미였다고 한다. 다만 서문 쪽의 한 면은 왕을 위한 계단으로 45도로 만들어 놓았다. 이곳은 관광객의 출입이 금지되어 있었다.

십 년 전 프랑스인 관광객들이 오르다가 굴러 떨어져 다친 뒤로 별도의 나무 계단을 설치해 놓았다. 하지만 아슬아슬하고 무섭기는 마찬가지였다. 성소에서 전망되는 앙코르왓 주변의 초원과 산 또한 무척 아름다웠다. 특히 앙코르왓 바로 인근에는 팜나무가 많았는데 우리나라에서 라면을 튀기는 데 사용하는 팜유를 생산하는 나무였다. 라면을 즐겨 먹는 우리 일행의 아이들이 신기해했다. 세상의 모든 일들은 이처럼 유기적 인연을 맺고 있다는 것을 아이들도 깨달았을 터였다.


오후 툭툭이를 타고 앙코르 톰으로 가는 길은 무척이나 행복한 여정이었다. 양쪽으로 도열한 스펑나무들 사이로 쏟아지는 투명한 햇살, 우리의 남녘 땅 색깔과 닮은 황톳빛 길, 스치는 바람……. 우리나라에서 이민 온 퇴직자들이 이곳에서 행복한 삶을 영위하고 있다는 것이 이해되었다.

앙코르톰에서 제일 먼저 마주친 바이욘 사원의 얼굴상은 신비로운 돌의 미소로 천지가 환했다. 작은 호수를 끼고 햇살을 온몸에 머금은 모습으로 서 있던 바푸온 사원은 정말 아름다웠다. 코끼리테라스로 걸음을 옮기며 들어가보지 못한 바푸온 사원이, 직접 들어가 볼 수 없었기에 앞으로 상상 속에서 더 다양한 모습으로 변주되리라는 기대로 아쉬움을 달랬다.

타프롬 사원은 나무의 사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사원의 돌더미와 뒤섞여 불온하고도 위협적으로 드러난 나무 뿌리는 용이나 뱀의 형상으로 자연의 위용을 과시하고 있었다. 사원의 돌들과 얽힌 이 스펑나무는 현재 성장억제제를 맞을 정도로 성장 속도가 무섭게 빠른 나무라고 한다. 이 사원에는 자야바르만 7세가 어머니의 죽음을 슬퍼하여 만든 통곡의 방이 있었다. 이곳에서 심장을 두드렸을 때 크게 울릴수록 불효자라는 속설이 있다고 한다. 전 세계에서 모여든 불효자들이 저마다 가슴을 두드려대고 있었다.

저녁 때 씨엠립 인근의 엑스포 공원을 찾았다. 우리의 6,70년대식 놀이공원이었다. 각종 야식이나 꼬치구이를 파는 노점상들과 허름하고 엉성한 놀이기구들, 사격으로 인형을 쏘아 맞추는 놀이 등 추억의 장소라 할 만했다. 어른들은 옥수수를 먹으며 고향의 맛을 음미했고, 아이들은 뱀구이로 미지의 맛을 탐험하며 자신들에게 도래할 미래의 시간을 즐겼다.


바라이호수의 소녀 '또이'

가도가도 황토물빛이었다. 아시아 최대 호수라는 톤래샵호수의 강안에는 관광객들의 배가 일으키는 파고에도 아랑곳없이 어부들이 물고기를 잡고 있었다. 베트남 보트 피플들이 만든 수상촌에도 학교가 있었고 시장이 있었다. 배에서 내리니 지뢰 피해자들이 아리랑 음악을 연주하고 있었다. 맨발의 땟국전 아이들은 과자를 구걸하며 일행에게 몰려들었다.


바라이 호수에 도착했을 때 가이드가 대여섯 살쯤 되어 보이는 작은 여자 아이를 버스로 올라오게 했다. '만남' '아리랑' 등 우리 노래를 구성지게 잘 불렀다. 나이는 열여섯 살. 성장이 멈추는 희귀병에 걸린 또이라는 소녀였다. 가이드가 십 년 전부터 후원하는 나무 팔찌 파는 소녀 '또이'는 다른 아이들보다 경쟁력을 가지려면 외국어를 익히라는 충고에 한국말을 잘 하게 되었다고 한다. 또이는 내게 야자나무 장미 팔찌와 염주를 골라 주었다. 두 개에 1달러였다.

해마다 조금씩 변동은 있지만 캄보디아는 세계행복지수 3위라고 한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항상 40위 이상을 넘나들고 있다.

탐욕도 굶주림도 없다고 상상해보세요. 형제애가 형성되겠죠.

상상해보세요. 모든 사람들이 세상을 함께 공유하고 있다고.

언젠가 당신도 동참하길 바래요.

그러면 세상은 그런 꿈으로 하나가 될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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