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김웅식의 산행이야기 - 상당산성 육십리길(상봉재~설악산 묵집 구간)

'삶의 쉼표'를 찍다

  • 웹출고시간2010.10.07 18:46:12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상당산성에서 바라본 낭성면 일대로 선도산과 선두산을 업은 한남금북정맥 마루금이 적나라하다.

상당산성 육십리길(상봉재~설악산 묵집 구간)

상봉재~(1시간)~상당산성~(2시간30분)~인경산갈림길~(1시간50분)~태봉산~(1시간)~설악산 묵집 (소요시간 6시간 10분)
옛부터 청주와 청원, 미원, 낭성, 보은지역을 잇는 길이었던 상봉재는 현존하는 몇안되는 옛길중 하나이다. 이 길에는 길옆으로 병마절도사 송덕비 10여기가 사열을 하고 있다. 상당산성에 기거하던 병마절도사의 공덕을 기리는 비이다. 청주도심과 인접해 있어 주말, 휴일은 물론 평일에도 산책겸 삼림욕을 즐기는 시민들의 쉼터로 사랑을 받고 있다.

상당산성에 오르면 청주, 청원일대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상봉재이후 산길은 넉넉한 자연의 품에 나를 그대로 맡겨둔채 걷는 양 편안함을 선사한다. 흥얼흥얼 콧노래 나오는 길을 따라 가다보면 지난해 청주시에서 설치한 산성고개 출렁다리를 지나게 되고 남암문을 통해 성곽에 서면 뱃머리를 딛고선 듯 거침없이 펼쳐진 청주시가지를 만날 수 있다.

꽃다운 풀이 헤진 짚신에 파고 드는데/날 개이니 풍경이 청량하여라/들꽃에는 벌이 와서 꽃잎에 입 맞추고/살찐 고사리에 비 내려 향길 더하네/멀리 바라보니 산하는 웅장하고/높이 오르니 의기는 드높아라/사양말고 저녁내 바라보시게/내일이면 바로 남방으로 떠나 갈 것 일세

낭성과 산성으로 연결되는 고개. 인적이 끊긴 고갯마루엔 성황당의 흔적이 남아있다.

상당산성 공남문앞 잔디밭에 서있는 김시습 시비에 새겨진 '산성에서 놀며' 즉 유산성(遊山城)이라는 시이다. 생육신의 한사람인 김시습(金時習). 세조가 단종을 밀어내고 찬탈하자 세상을 등지고 전국을 떠돌던 그가 상당산성에 이르러 닫혀있던 마음의 빗장을 열었는가 보다. 유산성의 유(遊)자는 일반적으로 '논다'는 뜻으로 해석되나 '배울유'라는 뜻도 있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상당산성의 의미는 이천년 청주역사의 산증인인 동시에 각종 나들이나 야유회 등 청주시민들이 즐겨찾는 휴식공간으로서의 활용도로 변모해가는 모습에서 비롯된 또다른 해석은 아닐런지...

청주 도심과 인접한 상당산성 둘레길에선 산책겸 운동삼아 오르는 사람들을 자주 만날 수 있다.

상당산성은 청주시민들이 즐겨 찾는 산행, 산책로임을 입증하듯 평일에도 상당산성에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산성길을 따라 청주시를 조망하며 30여분 더 진행하면 상당산 정상(491m)에 이른다. 충북 청원군 북일면과 낭성면 사이에 위치한 상당산은 서편으로 우암산과 마주하며 다소곳이 솟아있다.

산성마을내 손두부로 유명한 상당집. 상당산성을 찾는 시민들에게 먹거리와 쉼터를 제공한다.

일명 상령산(上嶺山)으로 불리우는 상당산에는 전적지로 유서깊은 상당산성이 둥지를 틀고 있으며 그 안쪽에는 30여채의 한옥이 모여있는 한옥마을이 조성되어 있다. 이 한옥마을에는 전통음식과 전통주를 맛볼 수 있다.

청주시내와 상당산을 눈요기 삼아 널럴한 산행은 상당산 정상 표지석밑 성곽까지가 끝이다. 성곽아래로 난 동암문을 통과한 뒤 이후 산길은 우거짐으로 조망이 시원치 않다. 숨을 헐떡거릴 정도로 심한 된비알은 없지만 400m 봉우리를 오르내리며 다소 지루한 산행이 이어진다.

낭성면 삼산리에 있는 자연버섯요리 전문 식당인 숲속의 둥지 연못

비온뒤의 산길엔 이름모를 꽃들과 버섯들이 지천이다. 간간이 걸려있던 '숲속의 둥지' 팻말을 따라 내려서면 갈산리 둔병이 마과 연결된다. 갈산리 둔병이 마을끝에 위치한 '숲속의 둥지'는 분위기 좋은 전원가든이다. 12년 전통의 세월이 묻어나는 정원은 돌맹이 하나 풀한포기도 늘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러움 그자체이다. 그곳에선 사람도 나무도 흐르는 물도 다 풍경화의 일부같다. 때마침 찾아준 발걸음에 건네주시는 식혜는 그보다 더 달콤할 수 없다. 혹여라도 산행중 '숲속의 둥지'로 하산하게 되면 외부까지 차량제공까지 해주신다고 하신다.

능선 좌측으로는 시원스레 펼쳐진 오창뜰과 초정약수로 유명한 초정리가 우측으로는 청원군 낭성면 인경리 일대가 눈에 들어온다. 산너머산의 담금질끝에 갈림길(이티재/인경산, 태봉산)에서 우측으로 길을 잇는다. 이티재로 이어지는 한남금북정맥길과 나뉘어지는 곳으로 독도에 신경써야 될 곳이다. 봉에 오르니 키를 웃도는 수풀 무성한 헬기장이다. 누가 어떤 이유에서 이름지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리틀봉이란 팻말이 붙어있다. 좌측은 인경산으로 이어지고 태봉산은 우측으로 이어진다.

상당산성 성곽에 앉아 잠시 주변 감상하고 있는 대원들

산길은 굴곡없이 순하다. 길도 편하다. 주저리주저리 끄집어내는 대원들의 수다조차도 숲속언어처럼 바람소리에 묻힌다. 천연덕스레 엎디어 있는 태봉산이 가위눌림으로 다가선다. 지쳐간다는 증거다. 그래도 막상 마주한 오름길은 그리 팍팍하진 않다. 고른 헐떡거림 끝에 올라서니 태봉산이다. 원래 지형도에는 가래산으로 표기되어 있다.

낭성면 무성리에 위치한 영조대왕 태실 유적

태봉산 아래 무성1리 마을뒤 산등성에는 조선 영조의 태를 봉안했던 태실이 있는데 최근 청원군에서 나름 홍보와 산길정비도 해놓은 상태로 태봉산으로 부르고 있다. 아직 정상석도 쉬었다 갈 수 있는 쉼터도 없지만 우거진 숲살사이로 낭성일대가 가을을 담아낸다.

자잘한 오르나림도 습관처럼 받아들여지고 서산마루에 걸린 저녁해가 땅거미를 앞세운채 등을 돌린다. 마음이 앞선 대원들의 움직임에선 바람소리가 난다. 한순간 두터운 차양막이 거두어지듯 숲이 끝나고 바깥세상으로 나서니 숨차게 질주하는 차량들이 줄을 잇는 아스팔트길이다. 속도전을 빌어 치루어지는 전쟁의 그늘은 아직 끝나지 않고 세월만 흘러보냈는가 보다.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