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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일

천주교 청주교구 문의성당 주임신부

교회 내 대북지원을 담당하는 신부로서 처음 북한을 방문 했을 때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온줄 착각했다. 이념이니 통일이니 하는 역사적 의미가 생각나기보다 갑자기 어린 시절의 추억을 거대한 영화세트 장으로 만들어 놓은 것 같았다. 특히 시골의 풍경은 내 유년 시절의 모습 그대로였다. 그리고 안쓰러운 마음이 밀물처럼 들이쳤다. 사람이 사는 마을 주변이면 산에 나무가 없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경사가 조금이라도 완만하면 밭으로 개간해서 쓰느라고 고생한 흔적이 역력했다. 사람이 배고프고 춥고 가난하면 산도 나무도 가난하고 추울 수밖에 없는 이유를 북에서 보고 알았다. 짚으로 역은 가마니를 실은 소달구지와 수 십 년은 된 트랙터들과 트럭들이 길가를 오가는 풍경을 보면서 북한 주민들의 고달픈 삶이 가슴으로 느껴졌다.

90년대에는 북한의 식량난으로 인한 난민문제와 군사력 강화를 위한 핵개발로 한반도에 새로운 위기상황이 일어났지만, 2000년 6·15 선언을 정점으로 민족의 갈등을 해소하자는 햇볕정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민간교류와 관광 그리고 남북경협이 활성화 되었고 그로부터 10년이 지났다. 이 시간 동안 우리 사회는 북한의 현실을 볼 수 있었다. 어떤 변화가 있었는가를 떠나서 북한의 사회 자체를 그대로 볼 수 있었다는 사실 만으로도 소중한 시간이었다. 다만 햇볕정책에도 불구하고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북한 사회가 별반 변화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불편한 진실이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남북 간의 대화가 중단되고, 북한이 핵개발을 본격화 하면서 한반도의 위기가 다시 고조되고 있다. 북한의 핵개발은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해치는 분명 잘못된 행동이다. 우리 사회의 일각에서는 이러한 북한정권의 잘못된 행태를 다루는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북한주민들의 희생은 감수할 필요가 있고, 때로는 물리적 충돌과 희생이 따르더라도 채찍을 들어야 한다는 논리가 힘을 얻고 있다. 또한 우리 사회가 모든 면에서 북한보다 우월하기 때문에 함께 살기 위해서는 북한이 우리에게 맞추어 일방적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인식도 있다. 이러한 논리는 한반도의 모든 악은 북한의 책임이고 결국 전쟁을 해서라도 북한 정권을 없애는 것이 좋다는 인식인데, 문제는 그 전쟁이 핵전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과연 남쪽 사회는 한반도의 위기 상황에 대해서 아무런 책임이 없는지 성찰해 보아야 한다.

한국전쟁이 일어난 지 59년이 지난 오늘도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무력에 의한 굴복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평화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정치를 하고 남북의 갈등을 해소하는데 앞장섰으면 좋겠다. 남과 북의 정권은 서로를 적으로 귀정하고 공포와 위기를 조장하며 정권을 유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최고의 우방이 미국이라는 남한도 철천지원수가 미국이라는 북한도 이러한 위기 상황의 해결을 위해서 미국에게만 매달리고 모순을 안고 있는 민족이 우리이다. 민족의 통일을 외치지만 서로 대화하지 못하고 타국의 힘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미움과 증오와 복수심 때문에 이 땅에 다시 전쟁이 일어나게 해서는 안 된다. 북한은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가 보듬어 안고 가야하는 가난한 동포들이다. 또한 정치적 민주주의와 개방을 통한 경제발전, 그리고 시민의식의 성숙을 통한 사회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 이웃인 것이다. 남북 모두가 미움과 복수심을 내려놓고 화해와 일치를 통해서 한반도의 평화가 정착될 수 있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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