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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구

전 예성문화연구회장

무지 덥다. 이럴 때는 어찌해야 하는지 많은 시간을 살아 온 사람이면서도 합리적인 방안이 없다. 그저 에어컨에 머리를 박고 있던지, 아니면 계곡에 가서 조그마한 돌짝 위에 맨발을 얹고 흐르는 찬물에 적시던지…. 생각을 해본다. 혹자는 그저 조용히 앉아 책을 본다면 좋을 것이라 이야기하지만 뒷덜미를 타고 흘러내리는 땀이 그럴만한 기분을 주지는 않는다. 꺼릴 것 없는 친구를 만나도 한여름의 강아지처럼 헉헉댈 뿐, 누구 하나 무언가 하자는 이야기를 안한다. 무기력하다. 힘을 짜내본다. 종아리부터 힘을 주기 시작해서 엉덩이를 지나 허리, 가슴, 목을 거쳐 머리까지 흔들며 숨겨진 힘을 끄집어 내본다. 가만히 앉아 있기보다는 또 역마살이 발동하여 움직여 본다. 이번에는 흥미는 많은데 기회가 없다고 종종 말하던 후배를 데리고 길을 나선다.

옛 폐사지 위에 최근 불사를 진행하는 곳이면서 부처님 진신사리를 봉안한 적멸보궁이 있고, 시간을 거스르면 신라말 9산선문 중 사자산문이 자리하며 선종의 기풍을 일으켰던 법흥사를 찾았다. 법흥사의 옛 이름은 흥녕사(興寧寺)로 삼국시대 자장율사가 창건한 사찰로 알려져 있다. 뒤편의 사자산 절벽이 굽어보는 자락 아래 절집이 자리하고 있다. 널따란 주차장의 구석 그늘진 곳을 찾아 주차를 한 다음 제일 먼저 찾은 곳은 징효대사 부도 및 탑비이다. 징효대사는 신라말 절중(折中)의 증시(贈諡)된 명칭으로 당시 흥녕사였던 사찰을 사자산문의 중심도량으로 키웠던 인물이다. 징효대사의 탑비가 우뚝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날씨 탓인지 절집은 적막함을 안고 있었다. 보물 제 612호인 탑비를 보고 가만히 보다가 혼자 피식 웃어 버렸다. 받침돌의 용머리가 고개를 쭈욱 내밀고 있으면서, '나 용이요'라는 것을 각인시킬 듯이 입에 물고 있는 여의주가 지나치게 크다는 느낌에, 어쩌면 옛날이나 지금이나 주변에 자신을 알아 달라는 몸짓이 변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언뜻 들었기 때문이다. 이수 부분의 앞에는 징효대사 라는 전서체의 전액이 있는데 뒤편에 아홉글자가 들어 갈 공간을 만들어 놓고 왜 빈 칸으로 두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요즘 트랜드인 '비움'이 갖는 정신세계를 이미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 옆에 있는 징효대사 승탑은 일반적인 팔각원당형을 유지하면서 귀꽃이 잘 남아 있었다, 다만 상륜부의 보개 형태가 지붕돌로 착각될만치 이중의 형상을 보이고 있다. 적멸보궁으로 올라가는 길은 한적했다. 길 옆의 나무들이 만들어준 그늘과 옆으로 바닥을 적시는 수준의 물길이 그나마 땀을 식혀준다. 적멸보궁으로 올라서 설명문부터 읽어본다. 부처님의 진신사리는 어디에 있는지 모른단다. 적멸보궁 전각 뒤로 단지 자장율사가 수행했다고 전해지는 석분(石墳)이 있고 옆에는 누구 것인지 모르는 아담한 형태의 승탑이 자리잡고 있다. 직접 확인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 탓에 안절부절했지만 출입금지이니 도리가 없이 부질없이 석분과 승탑만 뚫어지게 쳐다본다. 중국 당나라에서 가져 온 부처님 진신사리를 오대산 상원사, 태백산 정암사, 영축산 통도사, 설악산 봉정암, 그리고 사자산 밑 흥녕사까지 분산하여 봉안하고 절집 창건하고, 그러고도 시간이 남아 석분에 앉아 수행을 하신 자장율사라니…. 더구나 교통이 극히 불편했던 그 시기에 이렇게 믿지 못할만큼 부지런하신 자장율사의 행적은 꽤나 돌아다닌다고 자부하는 현대인들도 감히 추종하지 못할 수준이 아닌가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든다. 각색되지 않은 사실이라면 초인적인 종교인의 자세를 다시 보게 된다. 적멸보궁 전각 앞에는 사탕 바구니가 놓여 있다. 아마도 땀 흘리며 사자산 중턱까지 올라 온 참배객을 위한 절집의 선의일 것이다. 하나 집어 깨무니 달콤함이 입안 전체를 흐른다. 잘 왔다 싶다. 온 몸을 휘감는 뜨거운 햇살보다는 절집이 주는 안온함에 기분이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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