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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구

전 예성문화연구회장

잔설이 곳곳에 남아 있는 산길을 호젓하게 걷는다. 좁다란 도랑의 얼음장 밑으로 물 흐르는 소리가 감미롭게 들리는 곳으로, 길 옆에는 참나무 낙엽과 솔잎이 수북히 쌓여 산냄새를 강하게 풍겨준다. 이 길의 이름도 마음에 든다. "하늘재" ! 하늘고개란다. 명승 제 49호로 지정된 곳이면서 쓸쓸함을 즐길 수 있는 길이다. 산행을 위한 도구도 굳이 필요치 않다. 그저 운동화에 간단한 복장이면 오롯이 자기를 돌아보며 걸을 수 있는 고갯길이다. 우수임에도 아직 영하와 영상을 오가는 기온을 보인다. 그 쌀쌀함과 흙길이 주는 폭신함을 맛보기 위해 고갯길을 찾는다.

하늘재는 계립령(鷄立嶺), 대원령(大院嶺), 한훤령(寒喧嶺) 등으로 문헌상에 나타나고 있다. 영남과 기호를 연결하는 최초의 교통로로 알려져 있다. 「삼국사기」 권2 신라본기에 의하면 제 8대 아달라(阿達羅)이사금 3년(156)에 개통된 것으로, 이는 죽령보다 2년 앞서 개통된 교통로이다. 고대에 고구려와 신라의 대립이 정점을 이루면서 고구려 온달장군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지기도 하고, 신라의 한강유역 진출로로 중요한 거점이 되기도 하였다. 조선 태종 14년(1414) 문경새재가 개통이 되면서 서서히 잊혀진 길이 되었지만, 현재 이 고갯길에는 많은 흔적들이 산재하여 역사 공부하는 이들을 들뜨게 하고 있다.

충주시 수안보면 미륵리 소재의 미륵리사지와 미륵대원지를 거쳐 하늘재로 올라가는 입구에는 예전에 나무뿌리를 산발머리로 표현한 익살스런 장승이 있었지만 지금은 휑하니 자리만 남아 있어 아쉽다. 미륵대원지에서 하늘재 정상까지 약 2㎞ 정도로 흙냄새를 맡으면서 천천히 걸어도 왕복 1 ~ 2시간이면 충분한 거리다. 두리번거리며, 혹은 아무 생각없이 걷다보면 어느새 정상에 이른다. 자주 찾아 온 곳이지만 걸을 때마다 의구심이 생기는 곳이 있다. 우선 한훤령산성을 들 수 있다. 이 산성은 정상 부근 못미처 길 옆까지 성(城)돌이 흩어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미륵리 부근의 덕주산성이나 조령관문을 보더라도 남쪽의 침략자를 막기 위한 구조물인 것에 비하여 한훤령산성은 포암산의 북쪽 경사면을 따라 축성된 성으로, 행성(行城) 형태의 석성으로 둘레는 480m이고 성벽 높이는 1.1~3.7m, 상부 너비는 1.8~2.4m정도로 조사되고 있으며, 조령이 주로 이용되면서 중요성이 약해졌으나 조선 고종 때 정혼(鄭混)에 의해서 한훤령관방방략(寒喧嶺關防方略)이 제기될 정도로 전략상 매우 중요하게 인식되던 곳이다.(한국교통대학교 백종오 교수). 문제는 이 산성의 끝자락, 현재 길 건너편에 인위적인 방형의 3개의 돌무더기를 볼 수 있다. 한 무더기당 거의 백여 개의 돌들이 이끼를 잔뜩 입은 채 널려 있는데 이 것의 정체가 도대체 궁금하다. 또한 최근 조사되지 않은 성의 흔적을 발견하였는데, 하늘재 올라가는 중간 즈음 백자 도요지 못미처 좌측으로 봉긋하게 솟은, 토석혼축(土石混築) 형태의 성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성이 길 우측으로도 연결되었나 싶어 살펴보니 흔적이 연결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포암산 밑자락에 해당되는 완만한 경사 구릉을 따라 길게 보이고 있어, 성에 대한 깊은 공부도 없이 약 30여m 찾아 들어가 보니 또 다른 흔적이 마무리를 보이고 있다. 한훤령산성은 하늘재 윗부분에 위치하고 있는데 내, 외성으로 축조되었나? 이럴 때 흔히 회피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보다 면밀한 조사 연구가 필요하다'고… 잊혀진 뒤안길이 된 하늘재가 교통로가 아닌 마음을 쉬게 하는 길로 각광을 받고 있다. 오랜 세월이 알려주는 가르침과 우거진 숲이 안겨주는 싱그러움이 그 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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