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김병구

전 예성문화연구회장

황사로 우중충한 하늘을 머리에 이고 길을 나선다. 죽 맞는 분을 동행하여 괴산군 칠성면 태성리 보개산 자락의 고찰인 각연사를 찾았다. 예전 덜컹거리던 산길은 아스팔트로 말끔하게 포장되어 있어 기분을 반감시킨다. 고즈녁한 산사는 중창불사로 인해 웅장함을 뽐내고 있었다. 산사 입구의 야콘 재배를 하던 할아범은 어디로 갔을까? 말끔한 펜션과 전원주택이 오히려 마음을 어지럽힌다. 그래도 고찰이 주는 맛이 있다.

상륜을 놓았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는 팔각의 커다란 옥개석이 생명을 다한 듯 무심히 방문객을 본다. 무엇이 무엇을 보는 것인지, 누가 누구를 보는 것인지 구분이 안된다. 석등의 좌대 역할을 다하고 널부러진 돌이지만 예전에 갖고 있던 아름다움을 여전히 드러내고 있다. 쓸모를 감춘 돌들도 제각기 역할을 다하곤 모여져 있다. 무상함이 진득하니 묻어난다.

시선을 억지로 거두고 비로전으로 향한다. 삼배를 하는 동안 귀의하는 마음보다는 불상의 면모에 관심을 갖는 속성을 어찌할거나. 비로자나불의 자태보다는 광배에 더욱 마음이 쏠린다. 9개의 화불이 갖는 경이로움과 화불을 둘러 싼 문양이 좋다. 화불에 보이는 옅은 색채감이 비로자나불의 전면에 나타나는 짙은 색감보다 훨씬 정겹다. 좌대에 새겨진 사자 문양이 귀엽다. 결가부좌한 부처님의 법의는 무릎 위로 올라 온 왼쪽 발을 살포시 덮어 부끄러움을 감췄다. 강건한 돌에서 저런 부드러움을 찾아 낸 석공의 불심이 보여 지는 듯하다. 10여년이 지난 오늘에도 비로자나불이 주는 감동은 여전하다. 귀부를 찾느라 절집 이곳저곳을 뒤졌지만 보이지 않는다. 하는 수없이 스님을 찾는다. 스님의 안내대로 보개산 안쪽으로 조금 들어가다 외마디 신음을 흘린다.

귀두도 없고 비신도 없는 귀부이지만 규모도 놀랍고, 특히 귀부를 덮고 있는 섬세한 선들과 생동감이 시선을 뺏는다. 날카로운 발톱을 드러내고 앞으로 움직이려는 모습은 살아 있는 돌덩이였다. 귀갑문양은 육각형이 기본인 듯하면서 고집부리지 않고 융통성있는 사각형의 원만한 형태도 보이고, 각 중심에는 알 수 없는 꽃문양을 새겨 시각적 즐거움을 준다. 시간을 무작정 흘리면서 바라본다. 돌아서기 싫다. 목 없는 거북이가 따라 올 것만 같은 환상을 품으며 다시 더 깊이 보개산 속으로 들어간다. 좁은 계곡물 흐르는 소리가 편안하다. 사위가 고요하니 마음이 착 가라앉는다. 보드라운 온기를 품은 산 공기를 만끽하면서 걷다보니 눈앞에 펼쳐지는 거대한 비석. 앞서 본 목 없는 귀부와 달리 통일대사탑비를 이고 있는 귀부의 모습은 접근을 불허하는 위엄을 갖추고 있다.

부리부리한 눈, 여의주를 꽉 물고 있는 입, 벌렁거리는 코와 귀부 중심을 타고 내리는 뿔 등이 선뜻 다가서지 못하는 힘을 보여준다. 다만 귀갑 등의 문양은 약하다. 이수 부분의 낮은 2단 받침과 앙련이 돋보이며 4마리의 용틀임이 조성되었는데 보주는 하나를 중심에 두었다. 비신의 전면은 훼손이 심하여 글자를 일부분만 볼 수 있었는데 박리현상이 진행되고 있어 조속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아쉬움을 남기고 주인공의 승탑을 만나기 위하여 산자락으로 붙었다. 탑비와 승탑이 이리 동떨어지게 조성된 예는 쌍계사 부도, 보현사 낭원대사부도, 봉암사 정진대사부도 정도로 희귀하다고 알려져 있다. 통일대사 승탑이 조성된 곳은 명당이라고 하니 명당의 기운을 받아볼까 하는 삿된 마음을 갖고 덤벼서 그런지 승탑가는 길을 찾지 못하고 칠보산 정상을 향해 오르다가 때늦게 경로 이탈을 눈치채고 돌아서니 점심을 챙기지 못한 배에서 아우성을 친다. 봄기운을 온 몸에 가득 채우고 호강에 겨운 하루를 접었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