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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클린마운틴 특별답사-지리산 회남(回南)재 숲길

만산홍엽 회남재 숲길 따라 무르익는 가을
청학동 고즈넉함과 어울려 만추 단풍 일품
선비의 길이자 신선 찾아가던 이상향의 길

  • 웹출고시간2020.11.05 18:06:31
  • 최종수정2020.11.05 18:06:31

지리산 회남재 숲길이 오색 단풍으로 물든다. 숲이 워낙 크고 짙어 다 보기 어렵다. 산새소리가 깊어가는 가을을 알려준다. 늦은 시월 하늘이 눈부시게 파랗다. 바다에서 금방 퍼올린 쪽빛 물을 머금고 있다. 길가의 빨강 노랑 단풍은 눈물 나게 예쁘다. 가끔씩 눈에 띄는 소나무 푸른빛이 신비롭다. 사진으로는 도저히 감당이 어려운 풍경이다.

ⓒ 함우석 주필
[충북일보] 지리산 청학동이 가을과 늦가을의 경계에 선다. 가을이 점점 깊게 물들어간다. 주렁주렁 매달린 황금빛 감이 정겨운 계절이다. 남쪽 단풍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단풍물이 곱게 들어 산길을 수놓는다. 가을 산객의 눈길을 확 끌어당긴다. 수채화처럼 아름다운 지리산의 가을에 푹 빠져들게 한다. 높은 지형 특성으로 단풍색이 곱다. 청학동의 고즈넉함과 회남재 숲길이 어울린다. 늦가을 정취가 일품이다.

이른 아침 청주를 나선다. 희뿌연 새벽안개 피는 어두운 길을 달린다. 차안에서 동 트는 모습을 본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강렬한 아침햇살이 쏟아진다. 차창 밖으로 황갈색 단풍 숲이 드러난다. 심신이 저절로 안정된다.

고속도로를 빠져 나와 국도를 따라간다. 지리산 초입으로 들어선다. 산세가 웅장하면서도 또렷하다. 길옆으론 온통 황금빛 단감 밭이다. 지리산 가을 정취를 주렁주렁 풍긴다. 오색의 단풍과 주황색 감이 산청의 가을을 수놓는다.

차가 산허리를 돌 때마다 홍엽이 만산을 꽃밭으로 만든다. 골짜기에 숨은 애기단풍이 살포시 웃는다. 굽이굽이 산길을 지나 지리산 청학동에 닿는다. 아침 풍경이 놀랍도록 고요하다. 서두를 것 없이 산촌에서 조용한 산행을 시작한다.

김다현길 이정표

ⓒ 함우석 주필
지리산 중턱에 자리 잡은 청학동부터 둘러본다. 삼성궁 앞 다리가 산행의 들머리다. 회남재 숲길은 그 옛날 화개장터로 넘나들던 길이다. 흙길을 걷는 기분이 상쾌하다. 마사토 길이라 느껴지는 촉감이 부드럽다. 호젓한 길이 행복감을 준다.

파란 하늘이 노랗고 붉은 단풍과 대비를 이룬다. 풍경에 홀려 걷는 내내 소리를 지른다. 장갑을 벗어 떨어트리고도 모른 채 즐긴다. 편도 6km가 한 뼘처럼 가깝게 느껴진다. 2시간도 안 돼 회남재에 닿는다. 단풍 절정의 회남재가 북적인다.

삼성궁 전경

ⓒ 함우석 주필
한낮 햇살이 길가 나뭇잎에 불을 붙인다. 빨간 선혈 한 방울이 온 산을 물들인다. 단풍나무가 부챗살처럼 가지를 편다. 고르게 색이 들어 화려하기 그지없다. 발 아래로 단풍바다가 길게 펼쳐진다. 아직 물들지 않은 초록조차 아름답다.

회남재는 청학동과 묵계, 악양으로 가는 갈림길이다. 악양 들판이 저 멀리 내려다보인다. 시원하게 펼쳐져 파란 하늘과 어울린다. 굽이굽이 섬진강 풍경이 아름답다. 멀리서 조망하니 한 눈에 들어온다. 지리산 단풍 색채가 폭죽처럼 터진다.

적당한 햇볕이 코로나19로 위축된 몸과 마음을 위로한다. 묵계마을 쪽으로도 단풍이 곱다. 길옆 숲의 아름다운 경치에 놀란다. 높은 산소량과 맑은 공기에 다시 한 번 놀란다. 남명 조식선생이 섰던 자리에 회남정이 들어섰다.

삼성궁 입구

ⓒ 함우석 주필
바람 소리 따라가니 회남정이다. 적당한 시선으로 내려다본다. 정자에서 굽어보니 악양 벌이 부채처럼 펼쳐진다. 소설 '토지'의 배경이기도 한 평사리가 보인다. 다시 한 번 시원하다. 곡식 거둔 악양 들판이 허허롭게 다가온다.

평사리 들녘이 고개 양편의 높은 봉우리에 안긴다. 큰 항아리를 눕혀 반으로 잘라놓은 것처럼 깊고 부드럽다. 끝자락엔 섬진강이 어렴풋이 보인다. 그 너머로 광양 백운산 능선이 또 푸근하게 감싼다. 시끄러운 세상사를 모두 감싼다.

때마침 바람이 불어온다. 제법 차가운 바람에 땀을 식힌다. 새소리가 깊어가는 가을을 알린다. 공연 준비로 내는 연주소리가 내려갈 시간임을 알린다. 하늘이 눈부시게 파랗다. 빨강 노랑 단풍이 눈물 나게 예쁘다. 소나무 푸른빛은 신비롭다.

산자락에 찾아온 단풍을 만끽한다. 사진으로는 도저히 감당이 어렵다. 숲이 워낙 크고 깊다 보니 다 보기 어렵다. 길옆으로 단풍색이 치렁치렁 하다. 곱게 물든 산길을 한동안 따라 간다. 동료들과 함께 걷는 동반 답사길이라 더 좋다.

회남재 숲길 단풍

ⓒ 함우석 주필
회남재 숲길은 지금 단풍이 한창이다. 회남정에서 간식을 먹고 돌아갈 채비를 한다. 치솟는 미련을 뒤로하고 청학동 삼성궁으로 길을 재촉한다. 구불구불한 길이 이어진다. 두 시간 전 올라온 길이지만 내려가니 또 새롭다.

길은 끝이 없을 것처럼 이어진다. 걷다가 뒤돌아보면 파란 하늘 아래 단풍꽃이 흐드러지게 핀다. 산모퉁이에 막혀 왔던 길이 보이지 않는다. 어디에서 어떻게 왔는지 가늠하기가 어렵다. 여름철이면 하늘도 보이지 않을 것 같다.

굴참나무, 졸참나무, 신갈나무 등의 참나무가 즐비하다. 길 아래엔 단풍나무가 꽃밭을 이룬다. 단풍물 흐르는 사이로 소나무가 듬성듬성 보인다. 바람 불 때마다 녹색으로 존재감을 알린다. 길바닥은 마사토 덕에 폭신폭신 하다.

여름엔 신발을 벗고 걸어도 좋을 것 같다. 구석진 곳엔 바람에 밀려온 낙엽이 수북하다. 단풍색채와 파란 하늘 속을 떠돈 가을 한나절이다. 오후가 되니 소슬한 가을바람이 이마를 때린다. 벌개미취가 온 힘으로 꽃을 떨군다.

청학동 입구 감풍경

ⓒ 함우석 주필
길가 나무에 붙은 명패를 꼼꼼히 살핀다. 모두 다른 개성으로 가을을 보낸다. 가을 색을 담은 수채화를 완성한다. 청학동에 돌아오니 회남재 걷기대회 준비가 한창이다. 하얀 부스 안에 사람들이 여럿이다. 김다현길 팻말도 군데군데 모여 있다.

방역소독 차량들도 여럿 눈에 띈다. 열체크 방역요원들도 있다. 코로나19를 비로소 실감한다. 청학동의 가을이 깊게 물들어 간다. 가을빛이 삼성궁을 휘감는다. 삼성궁을 눈으로 한 번 더 살핀 뒤 청주로 향한다.

<취재후기>청학동과 회남재

회남재 숲길은 지리산 중턱을 오르내리는 길이다. 청학동의 신비를 품은 길이다. 하동군 청암면과 악양면을 잇는다.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의 무대이기도 하다. 지리산 삼신봉을 주산으로 한다. 이즈음 한 폭의 진경산수화다.

길은 처음부터 끝까지 삼신봉 줄기를 타고 이어진다. 청학동 삼성궁에서 토지 마을 최참판 댁이 있는 악양면 등촌리까지다. 구불구불 10km 고갯길이다. 삼성궁에서 회남재 정상까지는 흙길이다. 승용차 한 대 정도 다닐 수 있는 너비다.

길의 방향은 회남정에서 다시 결정할 수 있다. 많은 이들이 산 중턱을 도는 걸 좋아한다. 평지를 걷는 듯한 편도 6km 원점회귀를 선호한다. 회남정에서 등촌리까지는 4km 포장도로다. 차가 다닐 수 있다. 아름드리나무 숲길이다.

첫 번째 길은 앞서 밝힌 대로다. 삼성궁에서 악양면 등촌리까지의 편도 10km다. 두 번째 길은 삼성궁에서 묵계초등학교까지 편도 10km다. 다른 또 하나는 삼성궁에서 회남재까지 왕복하는 12km다. 모두 회남정이 중간거점 역할을 한다.

산길은 세 곳 모두 구불구불하다. 한 굽이 돌 때마다 새로운 풍경이 나타난다. 두루마리 펼치듯 끊이지 않는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시야도 점점 넓어진다. 고갯길 정상에 서면 지나온 길은 보이지 않는다. 지리산의 넉넉한 풍모만 보여준다.

회남재 숲길에서 청학동을 빼놓으면 '팥소 없는 찐빵'이다. 청학동의 공식 행정지명은 청암면 묵계리다. 신선들이 사는 별천지다. 일종의 이상향을 의미한다. 전설 속의 푸른 학, 즉 청학이 울면 천하가 태평하다는 믿음을 담은 지명이다.

대표적인 시설이 삼성궁이다. 삼성궁은 삼한시대 천신(天神)에게 제사 지내던 소도(蘇塗)를 복원한 곳이다. 환인과 환웅, 단군을 모시는 배달겨레의 성전임을 내세우는 시설이다. 동의하기 어렵지만 놀라울 시설임엔 틀림없다.

회남재 숲길은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물론 청암과 악양 두 지역을 연결하는 소통의 길이다. 하지만 남명 조식선생이 걸은 '선비의 길'이기도 하다. 지리산 등정 과정에서 청학동을 찾다가 되돌아 간 일화가 유명하다.

남명 선생은 '유두류록(遊頭流錄)'이란 기행문을 남겼다. 거기엔 지리산을 등반한 날짜와 인물들을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여행 경로까지 적고 있다. 50대 후반의 선비가 겪은 등산의 어려움이 절절하게 묻어난다."위로 올라 갈 때는 한걸음 딛고 또 한걸음 더 내딛기가 힘들었는데 내려올 때는 발을 들기만 해도 몸이 저절로 흘러 내리는듯 하다"며 "선(善)을 따르기는 산을 오르는 것과 같고 악(惡)을 따르기는 내려올 때와 같다"고 한 대목이 압권이다.

하동군은 매년 회남재에서 걷기대회를 연다. 옛 조상들의 애환을 느껴보고 선비들의 산 사랑을 되새기기 위해서다. 전국 규모 걷기대회로 성장하고 있다. 올해는 보이스트롯에서 2위를 한 김다현양 길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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