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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4.09.05 16:38:15
  • 최종수정2024.09.05 16:38:15

글 싣는 순서

1.산트마우리시 국립공원, 픽 뒤 미디 전망대, 비뉴말 계곡
2.가바르니 폭포, 오르데사 협곡
3.아네토산, 몬트레베이 협곡
ⓒ 함우석주필
몬트레베이는 두 주를 가르는 협곡이다. 카탈루니아와 아라곤 주 사이를 지난다. 숨은 피레네 절경으로 웅고미가 넘친다. 옥빛 호수 위 잔도 걷기는 아주 짜릿하다. 산속 비밀공간에 아름다움이 가득하다. 청아한 물소리가 초입까지 마중 나온다. 오를수록 바위 벼랑이 에둘러 든든하다. 낙타 능선이 짧은 오르내림을 반복한다. 구름 실은 바람이 산정을 향해 달려간다. 산객 이마를 가르던 바람이 호수로 간다. 파랗게 치장한 호수가 바람을 맞이한다. 산과 호수가 어울려 산수화를 그려낸다.
[충북일보] 피레네산맥은 스페인·프랑스 접경이다. 유럽에선 고급 휴양지로 정평이 나 있다. 아직 한국인에게는 낯선 여행 공간이다. 지중해와 대서양 사이 430㎞를 잇는다. 여름엔 자연호수가 2천500개를 넘는다. 호수 따라 하는 트레킹과 하이킹도 좋다. 그만큼 잘 보전된 환경이 산객을 반긴다. 수많은 야생 동식물도 쉽게 만날 수 있다.

피레네는 그리스 신화에서 산의 신이다. 트레킹 마니아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다. 스페인과 프랑스서 모두 방문할 수 있다. 거대 암봉과 설산이 대표적인 풍경이다. 여름이면 아름다운 야생화가 아름답다. 초록으로 가득한 초원은 그저 신비롭다. 시원한 계곡과 호수는 낙원을 선물한다. 지상의 색깔로는 짓기 어려운 물빛이다.

렌클루사 산장.

ⓒ 함우석주필
아네토산

아네토산은 피레네 산맥에서 가장 높다. 스페인에서는 세 번째로 높은 고산이다. 빙하와 만년설로 덮여 언제나 신비롭다. 고도에서는 색다른 식생을 만날 수 있다. 아래에선 개울물 흐르는 습지가 예쁘다. 폭포는 최고 풍경 완성의 일등공신이다. 수많은 트레커들이 찾는 가장 큰 이유다. 피레네 산 아래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오늘 첫 째 목적지는 렌클루사 산장이다. 주차장서 1시간 정도면 금세 도착한다. 오르막이 있지만 어렵지 않게 갈 수 있다. 그런 다음 아이구알루트 폭포까지 간다. 아네토산의 시그니처 폭포로 불려진다. 된 비탈길에 돌이 많아 과정이 좀 힘들다. 그래도 반겨주는 풍경에 노고를 잊는다. 피레네서만 보는 습지와 곧 조우한다.

시원한 하늘이 푸른 바람을 타고 흐른다. 바람의 붓질이 점점 더 현란하게 노닌다. 아네토산 바위가 어깨를 걸고 고추 선다. 풍경을 그리는 바람의 포효가 요란하다. 능선을 넘어선 바람의 기세가 등등하다. 어렵고 고되게 최후 비탈을 기어오른다. 언덕에 올라 바람이 전하는 말을 듣는다. 시시각각 새로운 풍경이 길게 펼쳐진다.

트레킹 시작과 함께 야생화 초원지대다. 천상 비밀화원에 아름다움이 가득하다. 오를수록 바위 기세가 에둘러 든든하다. 가파른 비탈길이 긴 오름세를 계속한다. 구름 실은 바람이 산정을 향해 달려간다. 산객 이마를 가르던 바람이 시원해진다. 숲길이 흰빛으로 몸을 바꾸고 다가온다. 누가 빛에 빨리 다가가려는 듯 경쟁한다.

아네토산 전경.

ⓒ 함우석주필
얼마 안 가 뷰포인트에서 한참을 머문다. 웅장한 거대바위 아네토산을 조망한다. 다시 길을 나서 1시간여 고되게 오른다. 렌클루사 산장이 아네토 산군에 깃든다. 렌클루사 산장은 트래킹 중간 지점이다. 산장에서 마시는 맥주 맛은 지상 최고다. 여기까진 그저 풍경 감상의 전초전이다. 비탈진 언덕을 힘들게 넘으면 별천지다.

보통 산장 지나 시그니처 폭포까지 간다. 왕복 4~5시간 정도면 다녀올 수 있다. 길 풍경은 주차장 가는 길부터 장관이다. 폭포까지 시간은 족히 2시간은 걸린다. 안내판만 믿었다간 낭패 보기 십상이다. 가볍게 시작했지만 시간이 많이 걸린다. 된 비알을 꽤 오르면 내리막으로 치닫는다. 피레네 최고 산 풍경을 보면서 내려간다.

청아한 물소리가 초입까지 마중 나온다. 빙하수를 맨발로 건너는 찬 맛을 맛본다. 빙하탁족의 특별한 경험은 정말 새롭다. 이름 모를 보라색 들꽃은 천상의 꽃 같다. 흔들리는 풍경이 지나간 시간을 알린다. 삶이 녹아든 풍경들이 행복을 선물한다. 자연의 푸른 선율이 산에서 흘러나온다. 하늘과 땅이 만나서 만든 색이 녹색이다.

아네토산 아이구알루트 폭포.

ⓒ 함우석주필
따가운 햇볕 맞으며 1 시간여 내려간다. 천상의 화원과 같은 습지대에 다다른다. 여름 꽃들이 소담하게 피어 수다를 떤다. 뇌새적인 피레네의 볕이 위로 떨어진다. 지천으로 핀 꽃들이 사랑 냄새를 풍긴다. 산 습지에 핀 사랑이 은근하고 조숙하다. 선선한 바람을 타고 물비린내가 퍼진다. 시리도록 아름다운 자연 품에 다가선다.

폭포, 습지, 개울 등이 어우러져 아름답다. 비현실적 아름다움을 느끼기에 족하다. 8월에도 들꽃이 너무 곱게 펴 찬란하다. 여기 저기 흐르는 작은 물줄기가 예쁘다. 졸졸 흘러 내려 마치 요정들의 정원 같다. 트래킹 도중 길가에 구멍들이 눈에 띈다. 운 좋으면 덩치 큰 마모트를 만날 수 있다. 가끔은 무리 지어 가는 사슴을 볼 수 있다.

아네토산의 시그니처 폭포는 아주 작다. 그래도 대자연을 다 전세 낸 듯이 흐른다. 폭포 아래선 산객들이 발을 담그고 논다. 물장구 치고 세수도 하며 시간을 즐긴다. 나이 든 부부의 사랑도 개울 따라 흐른다. 그 사이에 잘 알지 못했던 행복을 느낀다. 그냥 서 있기만 해도 편안하고 깊어진다. 천국에서 잠이 들고 눈을 뜨는 기분이다.

카탈루니아 기념탑.

ⓒ 함우석주필
몬트레베이협곡

몬트레베이는 두 주를 가르는 협곡이다. 카탈루니아와 아라곤 주 사이를 지난다. 숨은 피레네 절경으로 웅고미가 넘친다. 협곡의 나라, 스페인을 제대로 대표한다. 스페인의 하이커들이 즐겨 찾는 명소다. 협곡의 높이가 500m를 훌쩍 넘어선다. 협곡 최소 폭은 20m에 불과해 짜릿하다. 협곡 사이를 걷다 보면 판타지 영화 같다.

오늘은 몬트레베이 협곡으로 곧장 간다. 가는 동안 굽이굽이 구절양장을 지난다. 걸어야할 험난여정을 쉽게 짐작케 한다. 오전 10시 몬트레베이 입구에 도착한다. 녹색의 숲길을 순하게 내려가며 웃는다. 국내 숲길과 비슷한 분위기가 이어진다. 얼마 지나자 협곡 아래 호수가 나타난다. 사진 촬영 때문에 갈 길이 자주 지연된다.

몬트레베이협곡 잔도.

ⓒ 함우석주필
하늘은 맑고 햇볕은 강렬하게 쏟아진다. 멋진 뭉게구름이 하늘 공간에 가득하다. 갑자기 나타난 협곡 잔도 계단이 놀랍다. 아슬아슬하게 설치된 기술이 경이롭다. 한 번 아닌 두 번 경험이 놀랍고 새롭다. 특히 두 번째는 더 가파르게 올라야 한다. 예서 보는 협곡의 풍경이 아주 신비롭다. 맑은 옥빛의 호수가 찬란함으로 빛난다.

이백의 과장처럼 하늘이 지독하게 높다. 하늘 아래 암반이 거대한 호수에 녹는다. 거대한 절벽은 신선세계의 장벽과 같다. 잔도 계단에 잠시 서니 두 눈이 아찔하다. 양쪽으로 절벽 암반이 서서 소리 지른다. 바람소리에 전쟁터 함성이 묻은 듯하다. 지그재그로 만든 잔도를 가쁘게 오른다. 가파르기가 여느 잔도의 수준이 아니다.

오르는 내내 그늘 없는 뙤약볕 공간이다. 솔솔 불어오는 바람 없으면 가기 어렵다. 누구라도 통과의 어려움은 마찬가지다. 협곡 아래 위를 슬쩍 관람하면서 걷는다. 1시간여 넘게 오르고 내리길 반복한다. 허공 속에서 오래 바둥거리는 느낌이다. 오금이 저려 발걸음을 옮기기가 힘들다. 눈을 감았다 떠보니 절벽 아래가 보인다.

몬트레베이협곡 출렁다리.

ⓒ 함우석주필
옥빛 호수 위 잔도 걷기는 아주 짜릿하다. 호수 아래서 펼쳐지는 카누잉이 멋지다. 계단 잔도 벗어나 출렁다리를 건너간다. 멀리 협곡 아래 가느다란 벼랑길을 본다. 오른쪽 왼쪽도 온통 가파른 절벽뿐이다. 수억 년 전 형성된 수직 절벽으로 보인다. 진짜 놀랄 일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 하산하는 길은 절벽 중간의 벼랑길이다.

뙤약볕과 바람을 맞으며 묵묵히 걷는다. 마침내 벼랑길 입구에 다다라 멈춰 선다. 사진도 찍고 어떻게 갈지 잠시 고민한다. 아래서 올려다본 벼랑길은 더 아찔하다. 새가 날아드는 길처럼 절벽 중간에 있다. 벽면 쇠줄이 아니라면 엄두 내기 어렵다. 허나 앞뒤로 행렬이 이어져 나가야 한다. 두 군데 의자에서 잠시 쉬며 숨을 고른다.

협곡 벽의 쇠줄을 잡으며 천천히 걷는다. 협곡의 아름다움과 웅장함이 더 커진다. 들어갈수록 협곡은 더 좁고 더 깊어진다. 좀 아찔하긴 하지만 별로 무섭지는 않다. 협곡 아래의 사진 찍을 때는 좀 짜릿하다. 벼랑길을 걷다 보면 터널도 두 번 지난다. 그 앞에는 걷는 이들을 위한 벤치가 있다. 거기서 본 협곡의 웅장미는 압도적이다.

얼마나 험준한 지는 가보면 다 알 수 있다. 마지막 1.5km는 오롯이 뙤약볕 구간이다. 그늘 없는 황톳길에 그저 바람이 위안이다. 벼랑의 끝은 죽음의 문턱일 경우가 많다. 그런데 오늘은 벼랑 끝이 고마운 존재다. 벼랑길에 설치된 의자의 고마움일 게다. 생전 처음이지만 정말로 고마운 의자다. 예서 마신 원두커피 맛을 잊을 수가 없다.

걷는 내내 나의 시선과 호흡을 유지한다. 서두르지 않고 반야의 사유를 고집한다. 오래 머무르며 가만히 보고 어루만진다. 피레네 사람들의 모습을 가슴에 담는다. 걷거나 뛰는 사람들의 모습을 기억한다. 흉내 내는 여행이 아닌 나만의 여행이다. 시끌벅적 수다가 아닌 조용한 통찰이다. 오래 바라보고 기울이는 여행을 마친다.

피레네의 메아리가 오래 오래 들려온다. 최고의 풍경이 최고의 합주로 화답한다. 일주일이 일 년의 축소판으로 다가온다. 밤은 겨울이고, 낮은 여름으로 작용한다. 매일 아침저녁은 봄과 가을의 분위기다. 세월의 이끼가 낀 벼랑이 눈에 아찔하다. 짜릿한 정취에 활기찬 새 기운이 돋는다. 여린 희망이 단단해진 결실로 굳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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