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1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충북일보 클린마운틴 특별답사 - 철원 '소이산 생태숲 녹색길'

호국보훈의 달…6·25전쟁 발발 70주년
강원도 철원 '소이산 생태숲 녹색길'
지뢰꽃길에서 느끼는 평화의 소중함

  • 웹출고시간2020.06.04 16:59:50
  • 최종수정2020.06.04 16:59:50

소이산 전망대에서 본 철원평야가 평화롭다. 시야의 반이 평야고 그 중 반은 북한 땅이다. 모내기 물을 담은 철원평야가 호수처럼 물결친다. 뭉게구름 한 무리가 평화롭게 휴전선을 넘는다. DMZ에서 찔레꽃과 복분자꽃 향이 코를 찌른다. 산새들이 울울창창 숲을 나와 노래한다. 6월, 풀향과 꽃향 가득한 싱그러움이 퍼진다. 글·사진=함우석 주필

[충북일보] 충북일보클린마운틴이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쇠둘레의 땅을 찾았다. 쇠둘레는 강원도 철원(鐵原)을 이르는 순우리말이다. 철원은 1914년 경원선이 놓이면서 교통의 요충지가 됐다. 실제론 일제 수탈자원의 통로였다. 지금의 철원읍은 수복지구(收復地區)다. 지도상으론 '38선 북쪽 휴전선 남쪽'이다. 6·25전쟁 때 폭격으로 잿더미가 됐다. 일제강점기 수탈흔적과 6·25전쟁의 상흔이 그대로 남아 있다. 노동당사에 박힌 총탄 자국이 당시의 참상을 웅변한 다. 월정리역 '철마는 달리고 싶다' 팻말은 깊은 통증이다.

지뢰 표식

'소이산 생태숲 녹색길'은 2012년 열렸다. 원점회귀형으로, 4.8㎞의 짧은 숲길이다. 지구상에서 유일무이한 지뢰꽃길 산책로다. 철책을 따라 곳곳에 '지뢰밭'을 알리는 표식이 있다. 속절없이 핀 수많은 풀꽃과 대비를 이룬다.

군사용 시설

오전 10시30분, 저 멀리 총을 든 군인들이 서 있는 초소가 보인다. 그 앞으로 골격만 드러낸 노동당사가 눈에 띈다. 탐방객 몇 명이 주차장에 차를 세운다. 소이산 전망대 가는 길 찾기가 쉽지 않다. 몇 번의 '알바' 끝에 알아챈다.

노동당사

들머리는 노동당사 맞은편 큰길 건너다. 흙길이 이어진다. 찔레꽃과 함께 지뢰꽃길 명패가 반긴다. 가는 길 곳곳에 전쟁의 흔적들이 많다. 철조망에 걸린 지뢰밭 문구는 공포다. 곳곳의 참호(塹壕)와 진지(陣地)는 전쟁을 떠올리게 한다.

지뢰꽃길 명패

소이산은 아직도 곳곳이 지뢰지대다. 길 가까이 지뢰밭이 전방임을 알린다. 그래도 철조망 아래에 각종 풀꽃이 다양하게 핀다. 이즈음엔 하얀 찔레꽃과 복분자꽃이 흐드러지게 핀다. 지뢰의 땅을 감추고도 남는다. 철조망 아래의 남다른 풍경이다.

철책길에 내걸린 향토시

철책에 걸린 향토시인들의 시구가 애잔하다. 전쟁과 휴전의 역사와 고통을 조용히 알린다. 지뢰밭을 일궈 만든 마을 이야기도 있다. 지뢰밭 너머로 경원선 복원을 꿈꾸는 소망도 드러난다. 길을 따라 아픈 흔적이 우울하게 자리 잡는다.

소이산 철책길

'내 고향 전차'란 시는 시인의 중학 시절 전차 통학하던 친구들을 떠올린다. 정원역에서 우뚝 서던 금강산 전차를 그리워한다. '철조망 환갑잔치'는 휴전이 주는 고통을 노래하고 있다. '비무장지대에서'는 철조망의 눈물을 그려내고 있다.

향토시인들은 대부분 전쟁의 아픔을 알리고 통일을 소망한다. 앞서 소개한 것 외에도 '양지리 검문소1' '철마는 달리고 싶다' '막판농사' '사랑은 밥이다' '가을 들판' 등이 있다. 모두 발걸음을 잠시 멈추게 한다. 그중 '지뢰꽃'이 유난하다.

전쟁당시 참호

오전 11시20분, 제법 긴 오르막을 지난다. 조금 더 가니 삼거리다. 소이산 전망대 쪽으로 길을 잡는다. 옛 미군 부대 막사와 교통호, 견고하게 지은 진지(일명 토치카)를 만난다. 교통호와 탄약고 위쪽이 바로 소이산의 정상이다.

정상으로 가는 나무 계단

녹음의 임도를 따라간다. 한참을 헉헉거리니 평화마루공원이 보인다. 코로나19로 문이 굳게 닫혀 안을 볼 수가 없다. 미군과 국군이 번갈아 주둔했던 곳이다. 오른쪽 나무 데크를 오른다. 5분도 안 돼 산정에 다다른다.

송글송글 이마의 땀 위로 바람이 분다. 산정 데크 위를 오가며 북쪽 들녘을 바라본다. 철원평야 중간에 멈춰 선 월정역이 보인다. 백마고지 뒤로 북쪽 풍경이 고요하다. 뒤로 보이는 DMZ(비무장지대)이 풍경을 완성한다.

북쪽의 평강고원은 가슴을 뛰게 한다. 지평선이 남방한계선에서 완성된다. 하얀 구름 그림자가 평화롭게 지난다. 남쪽 철원이 북쪽의 산으로 이어진다. 눈으로 보면서도 믿기 어렵다. 모내기 물을 담아놓은 논들이 스테인드글라스 같다.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날이다. 소이산이 최고의 경관을 펼쳐 보여준다. 철원평야엔 모내기를 위한 물이 한 가득이다. 그대로 거대한 호수다. 마치 염전에 물을 담아놓은 것 같다. 평강고원이 일망무제(一望無際)로 펼쳐진다.
전망대의 팔각정자로 오른다. 주변 지형을 알려주는 투명한 안내판이 있다. 백마고지와 김일성고지, 아이스크림고지가 손에 잡힐 듯하다. 노동당사도 가까이 보인다. 한참을 전망대 위에서 북쪽 하늘과 들녘을 바라본다.

철원평야와 평강고원을 다시 바라본다. 여전히 고요하다. 파란 하늘에 하얀 뭉게구름이 피어오른다. 7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별로 없다. 변치 않은 분단과 비극의 소회를 웅변하고 있다. 분단과 대결의 긴장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다.

산정에서 가장 먼저 마주하는 건 공간과 시간의 막막함이다. 뒤이어 찾아오는 건 신산함과 풍요로움의 대비다.철원에서 나고 자란 정춘근 시인의 시 '지뢰융단'을 찬찬히 살핀다. 마음이 묵직해진다. 6·25전쟁 당시 피아(彼我)의 격전이 아른거린다.

오후 1시40분, 전망대를 내려온다. 길섶의 나무와 풀이 오후 햇살에 빛난다. 노동당사 주차장까지 평탄한 산책로가 이어진다. 호국과 보훈의 의미를 되새긴다. 긴장과 평화 같은 정반대의 감회가 온 몸을 휩싼다.

/글·사진=함우석 주필

<취재후기>소이산과 노동당사

소이산은 해발 362m다. 논바닥에 떠 있는 작은 섬 같다. 겉보기엔 그저 야트막한 동산이다. 하지만 철원의 대표 명산이다. 산 정상엔 고려시대 봉수대가 있었다. 지금은 그 자리를 팔각정자가 지키고 있다.

소이산과 철원평야의 표고 차는 200여m에 불과하다. 인근의 명성산이나 금학산에 대면 민망할 정도다. 하지만 정상에 서면 사뭇 다르다. 평야 한 가운데 우뚝 솟아 거대한 철원의 들녘을 굽어보는 듯하다. 평강고원이 바다처럼 넓게 흘러간다. 백마고지와 아이스크림 고지, 저격능선과 김일성고지가 손에 잡힐 듯하다.

소이산은 전쟁 이후 최근까지 엄격하게 통제되는 산이었다. 일대를 다 내려다볼 수 있는 탁월한 지형 때문이었다. 6·25전쟁 당시 백마고지 전투 못지않은 치열한 전투가 있었다. 수복 후에도 민간인통제구역으로 차단됐다. 발칸포 기지와 레이더 기지가 들어섰다. 미군과 한국군이 번갈아 주둔했다. 탁월한 조망과 시야가 한 몫 한 셈이다.

통제구역은 해제됐다. 군부대도 물러났다. 하지만 '지뢰주의'의 삼각 팻말이 길을 막았다. 시간은 또 한참 흘렀다. 경계의 철조망 너머로 복분자꽃이 흐드러지게 핀다. 지뢰 위에 핀 풀꽃들이 숭고하기까지 하다. 철조망에 '지뢰'라고 쓰인 삼각 팻말은 여전히 긴장감의 척도다. 전쟁과 분단, 평화가 동시에 오버랩 된다.

비무장지대 일원은 지뢰밭이다. 남북 통틀어 330만 발의 지뢰가 매설돼 있다고 한다. 세계에서 지뢰 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이다. 민통선 지역의 미확인지뢰 지대는 121㎢에 달한다고 한다. 지뢰 제거기간을 추산하면 489년이나 된다고 한다. 소이산 일대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매설된 지뢰의 양을 쉽게 추정하기 어렵다.

소이산은 노동당사를 들머리로 삼아 오른다. 노동당사는 해방 직후 북한이 지은 러시아식 건물이다. 양민수탈과 수많은 주민의 체포와 고문, 학살의 현장이다. 서태지의 뮤직비디오 '발해를 꿈꾸며' 촬영지이기도 하다. 전쟁 당시 폭격으로 뼈대만 앙상하게 남아 있다. 총탄과 포탄 자국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노동당사 건물은 비극의 상징이다. 분단의 아픔을 온몸으로 견뎌내고 있는 듯하다. 보면 볼수록 끝나지 않은 전쟁의 아픔을 느끼게 한다. 가슴을 저미게 하는 분단의 증거물이다. 노동당사 주차장 앞 길가에는 옛 철원군 도로원표(道路元標)가 세워져 있다. 도청·시청·군청 등 행정의 중심지, 교통의 요충지, 역사적 문화적 중심지를 뜻한다.

돌기둥 도로원표에는 평강 16.8㎞, 김화 28.5㎞, 원산 181.6㎞, 평양 215.1㎞, 이천 51.4㎞가 새겨져 있다. 포천 부분은 총탄 자국으로 숫자가 훼손되고 '㎞'만 남았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