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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클린마운틴(비대면) - 가야산 선비산수길(성주호둘레길)

  • 웹출고시간2021.09.09 17:08:00
  • 최종수정2021.09.09 17:08:00

비 맞은 싱싱함이 더더욱 도드라진다. 하나하나 자태가 결코 예사롭지 않다. 길옆으로 늘어선 소나무가 볼만하다. 길게 늘어진 가지가 너른 지붕이 된다. 갑작스런 비까지 막아주는 우산이다. 비 그친 호수 풍경이 먹을 찍어 그린 경관이다. 빗속 안개에 휘감긴 모습이 압권이다. 화가의 그윽한 수묵화를 방불케 한다. 빗속 풍경이 한 폭 그림으로 거듭난다. 화가의 붓손질처럼 아름다운 날이다.

ⓒ 함우석 주필
[충북일보]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는다. 길고 어두운 터널이 계속되고 있다. 일상은 무너지고 생계는 헝클어진다. 고립감과 우울감이 가득하다. 마스크를 벗고 팬데믹(대유행)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다. 폭염의 시기는 이미 지났다. 계곡 물에 몸을 담그기도 적당치 않다. 그저 청량한 숲을 걷기에 딱 좋은 계절이다. 걷는 것만으로도 적잖은 위안을 얻을 수 있다. 맑은 물소리와 새소리를 들을 수 있으면 금상첨화다.

성주호둘레길 목판지도

ⓒ 함우석 주필
충북일보클린마운틴 답사팀이 아침 일찍부터 부산을 떤다. 참외고을 경북 성주를 찾아 나선다. 독용산 아래 성주호둘레길을 만나기 위해서다. 이름값 하는 가야산 선비산수길 2코스다.

아라월드 주차장에 도착한다. '성주호 둘레길 가는 길' 이정표가 보인다. 들머리에서 지도를 살핀 뒤 곧바로 들어선다. 잠시 콘크리트 임도가 이어진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영모재(永慕齋)에 닿는다. 콘크리트길은 여기서 끝이 난다. 울퉁불퉁 흙길에 황토색 물웅덩이가 나타난다. 이어 완전한 숲길이 비에 젖는다. 늦여름 비에 떨어진 낙엽이 나뒹군다. 푸르게 매달린 나뭇잎과 대비를 이룬다.

회색빛 하늘에서 굵은 비가 떨어진다. 갑자기 빗줄기가 굵어진다. 받쳐 든 우산이 무색하다. 참나무 잎에 비드는 소리가 요란하다. 그래도 떨어지는 소리가 율동적이다. 비가 내려서 느끼는 기분 좋은 호사다. 숲길에 비가 쏟아지니 흙냄새가 난다. 길옆으로 굵은 소나무들이 도열한다. 주변 나뭇잎 색이 한층 더 푸르러진다. 늦여름 비에 더 근사해지는 성주호다. 빗방울 타고 운치가 내리는 날이다.

성주호둘레길 옆 맥문동단지

ⓒ 함우석 주필
길가 높은 축대위에서 성주호를 내다본다. 묘지 몇 기가 외롭게 비에 젖는다. 그윽한 숲길을 따라가니 부교 가는 길이다. 말 그대로 물 위에 떠 있는 다리다. 빗속을 걷는 발걸음에 소리가 없다. 어두운 나무 가지 사이로 부교가 보인다. 성주호의 밝은 수면과 물 위로 낸 길이다. 계단을 내려가 흔들리는 부교에 오른다. 숲의 옆구리가 바로 보인다. 발아래까지 물이 차 물위를 걷는 느낌이다.

탁하지만 고요한 호수에 마음을 뺏긴다. 떨어지는 빗방울이 수면에 율동을 준다. 부드러운 산봉우리가 호수를 감싼다. 부교를 건너 계단으로 된 산길을 오른다.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계속 내린다. 휘청거리며 빗속을 뚫고 나간다. 숨을 쌕쌕 내쉬며 다시 계단을 오른다. 가파른 비탈을 쉬지 않고 넘어간다. 헉헉대는 숨소리에 빗소리가 묻힌다. 성주호둘레길 구간 중 가장 난코스를 헤쳐 간다.

좀 지나니 늦여름 소낙비가 청량감을 준다. 들숨 때마다 초록향이 가슴을 채운다. 살갗에 스며든 촉촉함이 매력적이다. 쏟아지는 빗물이 호수가로 모여든다. 성주호 둘레길 숲의 밀도가 촘촘해진다. 한 시간 쯤 걸었을까. 거센 빗방울 소리가 차츰 차분해진다. 빗방울 잦아들고 매미울음소리가 커져간다. 여름 막바지에 짝을 찾는 소리다. 애처롭고 처절한 몸부림이다. 맑은 하늘이 아니어서 아쉽긴 하다.

성주호 정자

ⓒ 함우석 주필
성주군이 아기자기 꾸며 가꾼 쉼터에 다다른다. 젖은 몸과 마음에 편한 쉼을 제공한다. 빗속 둘레길 풍경이 행복을 선물한다. 한 시간여 쏟아진 장대비가 잦아든다. 어느새 비 그치고 사위가 밝게 바뀐다. 비 오는 날 걷기가 주는 쾌감이 괜찮다. 아늑한 분위기에 편안함이 보태진다. 일렁이는 물소리가 코앞에서 들린다. 빗방울들이 수면 위에 파장을 만든다. 사람이 없어 인파에 휩쓸릴 일이 없다.

한줄기 비가 늦여름의 절정을 뒤로 물린다. 시원함을 넘어 한기마저 살짝 느껴진다. 비 온 뒤 안개 뒤덮인 눅눅한 오솔길이다. 잠깐 멈춰서 그림 감상하듯 풍경을 본다. 숲과 물이 어우러져 이상향을 그려낸다. 사람 손 덜 타서 주변의 경관이 빼어나다. 축축한 스펀지 같은 흙길에 몸을 맡긴다. 멀고 먼 원시 숲길 끝나고 문명이 보인다. 평온함이 평소보다 더 크게 다가온다.

떨어진 나뭇잎이 파삭 소리를 내며 사라진다. 여기저기 숲길 위로 파란 낙엽이 떨어진다. 아무 소리도 없이 길게 누워있다. 땅의 습기를 흠뻑 들이마시고 있다. 촉촉한 채로 포개지고 포개져 땅이 되고 있다. 어떤 건 길 가장자리에서 관심을 끈다. 어떤 건 물 위를 둥둥 떠다닌다. 8월 늦은 비가 가을을 재촉한다. 싱싱한 자연에서 비롯된 상쾌함이다. 많은 비로 탁해진 수면마저 그윽하다.

성주호 전경

ⓒ 함우석 주필
산비탈을 돌아가는 길이 완만하다. 소나무가 고요한 숲을 이룬다. 간간히 참나무 등 활엽수가 나타난다. 중간 중간 쉬어갈 정자도 있다. 휴식을 하거나 간식을 먹기에 적당하다. 물길과 숲길이 부드러워 사랑스럽다. 곧은 소나무가 마음을 정갈하게 한다. 오랜만에 산비탈 호수가로 작은 폭포가 보인다. 금방 내린 비에 물소리가 시원하다. 아라월드에서 광암교까지 이어진 풍경이 살갑고 정겹다.

마침내 무학리는 대가천 상류다. 산길이 끝나는 산모퉁이 마을이다. 넉바우 마을로 계곡에 넓은 바위가 있다. 다른 이름으로 광암이라 부른다. 많은 둘레꾼들이 여기를 들머리로 삼는다. 다리 옆에는 캠핑을 하는 금수문화공원이 있다. 공원 상류에 멋진 배바위가 서 있다. 바위가 배처럼 생겨 배바위다. 그 옛날 검은 학이 맴돌다 갔다고 해서 무학(舞鶴)이다. 꼭대기에 앉은 정자가 무학정이다.

성주호가 기분 좋은 수묵화를 묵묵히 그려낸다. 저 멀리 출발했던 아라월드가 보인다. 도로를 따라 데크길이 조붓하게 이어진다. 가드레일 안쪽으로 길을 내 안전하다. 지나는 차량마저 드물어 호젓하다. 도로변 팔작지붕의 백운정이 정답다. 여기서 보는 호수와 산줄기가 아름답다. 평평한 수면과 덩어리를 이룬 숲이 전부다. 그 순수하고 평화로운 풍경이 압권이다. 누구든 순수한 세상으로 회귀시킨다.

성밖숲 왕버드나무

ⓒ 함우석 주필

<취재후기>성주의 또 다른 풍경, 경산리 성밖숲

경북 성주는 참외로 유명하다. 최근엔 언택트 여행지로 각광받고 있다. 경산리 '성밖숲'의 특별한 풍경 때문이다. 이곳엔 50여 그루의 왕버드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모두 수령 300~500년 이상 된 고목들이다. 한 그루 한 그루가 압도적이다. 위엄과 경이로움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성밖숲은 천연기념물 403호다. 왕버드나무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 8월초까지는 보랏빛 맥문동이 장관이다. 사진 찍기 좋은 풍경이다. 충북일보 답사팀이 찾았을 땐 늦여름이었다. 왕버드나무 숲 사이로 가을이 다가오고 있었다. 아름드리 왕버드나무가 녹색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성밖숲은 방문객들에게 쉼을 주는 너른 휴식처다.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는 치유의 길이다. 숲이 우거지니 새들이 날아들어 지저귄다. 멀리에서 날아오는 질병마저 차단한 숲이다. 코로나 시대에 어울리는 숲이다. 가녀리던 나무들이 수백 년 몸을 키워 치유목이 됐다. 울창한 숲을 이뤄 사람들을 치유하고 있다.

호시탐탐 기회를 노린 코로나도 얼씬거리지 못한다. 쓸모없어 버려진 척박한 땅이 보답을 하고 있다. 사람 정성으로 자라난 나무들이 사람에게 보답하고 있다. 나무에 보낸 관심과 정성이 상호작용을 한 셈이다. 하지만 성주군에 걱정거리가 생겼다. 성밖숲 노후 왕버드나무 때문이다.

왕버나무 대부분은 수백 년 이상 된 고목이다. 언제까지 건강할지 모른다. 올핸 성밖숲 맥문동의 생육상태가 부실했다. 지난해 태풍과 동해가 겹쳐 심각한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성주군은 즉각 왕버드나무 아래 맥문동 밭을 대규모로 개체 했다. 사람과 숲이 함께 하는 숲이다.

성밖숲을 걷다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나이가 들수록 아름다워지는 나무 때문이다. 수백 년 풍상을 겪은 노거수가 사람에게 전하는 말은 뭘까. 말없이 상념에 잠겨 숲을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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