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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클린마운틴 - 함양 최치원길(필봉산~상림)

  • 웹출고시간2024.09.26 17:31:41
  • 최종수정2024.09.26 17:31:41
ⓒ 함우석주필
사진설명 = 상림은 여행하기 좋은 천년의 숲길이다. 비 오는 날의 천년 나무는 자연 우산이다. 이즈음 꽃무릇이 한창 펴 절정을 이룬다. 푸른 숲 치유의 길을 온통 붉게 적신다. 푸른 상림을 붉은 색으로 밝게 물들인다. 산책로 따라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실개천에 곱게 투영된 꽃은 환상적이다. 고운 자태를 뽐내며 장관을 이루고 있다. 꽃무릇을 본 마음이 꽃처럼 화사해진다. 미지의 먼 곳을 바라보는 혜안이 생긴다. 상상력 자극하는 멋진 광경이 이어진다. 잠시 동안 세상을 버리고 시간을 잊는다.

함양 최치원길(필봉산~상림)

상림은 여행 고수만 알음알음 다녀온다. 충북일보클린마운틴이 몰래 나서본다. 바람이 숲의 가장자리부터 수런거린다. 이내 비를 몰고 와 숲 전체를 흠뻑 적신다. 젖은 숲이 관능으로 거대하게 흔들린다. 나무들마다 기름진 윤기로 번들거린다. 오염되지 않은 시공을 건너와 순수하다. 하나하나 독립된 생명체로 매력적이다. 개별적 존재의 고귀함을 맘껏 드러낸다. 120종 2만여 그루의 나무가 다양하다. 여러 개의 키 큰 교목들이 줄서 도열한다. 이즈음엔 꽃무릇이 그리움을 자극한다. 화가라면 캔버스에 그릴 법한 풍경이다. 천년의 숲 곳곳이 별유천지비인간이다. 산수화 속이 아닌 진산수의 자연 속이다.

필봉산 정상석.

ⓒ 함우석주필
[충북일보] 산행은 상림공원 주차장에서 시작한다. 박물관을 끼고 돌아가면 늘봄가든이다. 옆에 '최치원 산책로' 안내판이 서 있다. 산책로는 필봉산 가족 숲길과 일치한다. 늘봄가든 식당 옆 산책길을 따라 오른다. 오름길의 풍경이 점점 가을 색을 입는다. 길 어귀로 들어서니 나무들이 빽빽하다. 아름드리 참나무와 소나무가 가득하다.

상쾌한 공기가 상큼하게 코를 자극한다. 이정표가 잘 정비돼 헷갈릴 염려는 없다. 길 끝에서 안내도 하나가 방향을 알린다. 좌우로 난 길 중에서 우측으로 올라간다. 나무계단 오르니 시멘트길이 이어진다. 배수지 삼거리서 우측 계단 쪽으로 간다. 필봉산 정상 까지는 80m로 아주 가깝다. 클마 회원들이 하나 둘 인증 샷을 한다.

필봉산은 전형적인 동네 뒷산 모습이다. 운동기구와 가족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그러다 보니 많은 주민들 사랑을 받는다. 참나무 등 활엽수가 무성해 조망은 없다. 꼭대기는 밤나무 등으로 둘러싸여 있다. 벤치와 운동기구들, 정상석이 자리한다. 문필봉으로 불렸던 나지막한 야산이다. 필봉산에서 최치원 산책로를 따라 간다.

천년의 정원 사슴 조형물.

ⓒ 함우석주필
정상석 뒤로 내려가면 사거리가 나온다. 상림과 천년의 정원 방향으로 바로 간다. 오른쪽으로 가면 대병저수지(2.3㎞)다. 길은 고갯마루 삼거리 임도에 도착한다. 산모롱이에 세종 아들 한남군 묘가 있다. 단종 복위 사건에 연루 유배돼 사사됐다. 유배 4년에 나이는 고작 서른 한 살이다. 왕의 아들로 태어나서 역적으로 죽었다.

한남군묘서 내려다 본 풍경이 한적하다. 천년의 정원으로 들어서니 꽃 정원이다. 정원 안 곰돌이와 사슴 조형물이 반긴다. 왼편의 소나무 군락지가 건강해 보인다. 다시 나타난 갈림길 사거리서 직진한다. 약간의 오르막과 내리막이 꽤 이어진다. 계단을 내려가 쑥부쟁이 무리를 만난다. 세종대왕의 왕자 한남군 묘를 바라본다.

무덤 앞으로 천령봉과 옥녀봉이 보인다. 오봉산과 연비산이 한 옆으로 포개진다. 언덕에는 소나무와 초가 원두막이 있다. 분홍빛 가우타와 보라빛 아스타도 있다. 천연기념물 후계목길 안내가 특이하다. 천년의 정원 외곽을 돌면 이내 사거리다. 오른쪽 능선 정상(1.0㎞)으로 꺾어 간다. 야자 메트 길이 산허리를 돌아 완만하다.

상림 물레방아.

ⓒ 함우석주필
천년의 정원 정상에서 직진으로 오른다. 천천히 걸어서 능선의 안부에 도착한다. 왼쪽 대병저수지(1.27㎞) 쪽으로 간다. 오른쪽은 두산저수지로 가는 방향이다. 이정표를 살핀 뒤에 능선 정상으로 간다. 오름길 풍경이 포근하고 아주 한적하다. 갈림길 이정표에서 상림 방향으로 간다. 아름다운 시와 함께하는 문학의 길이다.

울창한 소나무 숲길로 시와 함께 걷는다. 솔 향을 마시며 시인들의 감성을 느낀다.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가 젤 먼저 보인다. '담쟁이'의 시인 도종환 시인도 함께 있다. '국화 옆에서'와 '담쟁이' 시를 읽고 간다. 노천명의 '이름 없는 여인이 되어'도 있다. 유명한 시들을 되뇌면서 느리게 걷는다. 시인의 마음과 함께 하니 더욱 풍성하다.

나무계단 오르면 능선 산불초소가 있다. 능선의 정상으로 불리며 제법 유명하다. 발아래로 상림공원이 드넓게 펼쳐진다. 빗방울이 굵어져 잠시 머물다 내려간다. 체육시설 지나 둘레길 삼거리를 지난다. 상림 방향으로 급경사가 꽤나 이어진다. 10여분 조심조심 내려오니 포장도로다. 머잖아 상림공원 물레방아에 다다른다.

맨발 산책로 입구.

ⓒ 함우석주필
상림공원의 꽃무릇이 활짝 피어오른다. 비 오는 날 화려한 꽃대의 군무를 펼친다. 숲속 한 가운데를 붉은색으로 물들인다. 살펴주는 이 없어도 제 스스로 피어난다. 꽃잎 모양이 예쁜 우산을 펼친 것만 같다. 꽃대 위 왕관처럼 피어난 꽃잎이 예쁘다. 화엽불상견 상사초(花葉不相見 想思草). 바라볼수록 뜨겁게 그리움이 돋아난다.

숲속 너른 길을 따라 빗속을 뚫고 간다. 꽃무릇이 요즘 한창 피어 절정을 이룬다. 푸른 숲 치유의 길을 온통 붉게 적신다. 푸른 숲 색을 붉은 색으로 밝게 물들인다. 산책로 따라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실개천에 곱게 투영된 꽃이 환상적이다. 고운 자태를 뽐내며 장관을 이루고 있다. 꽃무릇을 본 마음이 꽃처럼 화사해진다.

썩어 쓰러진 나무들도 심심찮게 보인다. 그 자체가 건강한 자연의 순환 과정이다. 산객들에게 보물처럼 값진 기쁨을 준다. 풍경 하나 하나가 평화로움을 연출한다. 홍익인간 세상을 열어가는 데 기여한다.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삶이 돋보인다. 인생의 선물과 같은 시간을 맘껏 누린다. 잠깐 그 옛날 선비처럼 사색하며 걷는다.

밤 지새운 꽃과 나무가 줄지어 일어선다. 햇볕 따가운 날 그늘이 되는 나무들이다. 힘 들 때면 위안과 기쁨을 주는 꽃들이다. 붉은 꽃무릇이 진녹 활엽수와 어울린다. 숲속에 불이 난 듯이 붉게 피어나고 있다. 맨발걷기 열풍은 곧 상림에도 전해졌다. 맨발 걷기를 위해 찾아오는 이들이 많다. 관광명소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최치원 산책로 숲길.

ⓒ 함우석주필
초록으로 우거진 녹음의 숲길을 걷는다. 과거 속으로 한 없이 빠져드는 분위기다. 당나라서 장원급제한 최치원이 스친다. 18살 때 예부시랑에 장원급제한 천재다. 천재소년 최치원의 유학생활을 그린다. 천년 해가 지났어도 최치원은 살아 있다. 여전히 상림 숲에서 만나 대화할 수 있다. 마을 사람들의 정서적 안정을 도와준다.

상림 숲은 지금도 생물 다양성을 지킨다. 바람 막아주며, 홍수를 예방하기도 한다. 천 년의 숲 상림에서의 약속은 천 년 간다. 최치원의 숲 사랑 정신이 정말 깊고 깊다. 걷는 내내 배우고 배워도 모자랄 판이다. 상림은 국가지정의 천연기념물 숲이다. 1962년 12월 3일 지정돼 보호받는다. 인간계에 자리 잡은 특별한 별유천지다.

상림 숲은 신라 진성여왕 때 만들어졌다. 최치원이 천령군의 태수로 재직할 때다. 재난에서 백성을 보호하기 위해 가꿨다. 한반도내에 조성된 최초의 인공 숲이다. 당시엔 위천이 함양읍 중앙을 지났다. 그러다 보니 비만 오면 홍수가 빈번했다. 이러한 피해를 막기 위해 강물을 돌렸다. 둑을 쌓고, 둑 옆에 나무를 심어 가꿨다.

천령군은 신라 때 함양군의 옛 명칭이다. 사람들은 상림을 대관림이라고 불렀다. 이후 난 큰 홍수로 중간 부분이 유실됐다. 그렇게 상림과 하림으로 나누어지게 됐다. 하림은 많이 훼손돼 지금은 볼 수가 없다. 상림만 본래 모습을 그대로 지키고 있다. 2001년 아름다운 천년의 숲에 선정됐다. 이어 2018년에는 숲지기 상을 수상했다.

상림 표지석.

ⓒ 함우석주필
위에 숲은 있는데, 아래 숲은 왜 없었을까. 원래는 하나였던 숲이 두 개로 갈라졌다. 중간에 마을을 세워 위아래로 나뉘었다. 그 뒤부터 숲은 상림·하림으로 불려졌다. 하림은 한국전쟁 때 정찰비행장이 됐다. 지금은 군부대와 마을이 자리 잡고 있다. 최치원 공원으로 개칭 움직임도 있었다. 다수가 상림을 선호해 바꾸지는 못했다.

상림은 함양8경 중 제 1경으로 불린다. 봄의 신록, 여름의 녹음 풍경이 예쁘다. 가을의 단풍과 겨울의 설경은 아름답다. 사계절의 각기 다른 풍경을 느낄 수 있다. 이즈음엔 숲속 시원함을 체험할 수 있다. 숲 속 오솔길은 정다운 사랑의 숲길이다. 연인들과 가족들이 사랑 나누는 길이다. 함화루 등 다양한 볼거리도 산재해 있다.

상림엔 심오한 뜻이 담긴 그런 게 아니다. 그저 여기 위에 있는 숲이라서 상림이다. 그런데도 9월에 찾은 상림엔 뭔가 있다. 길섶의 나무조차 마음을 뺏는 절경이다. 공간 의미에 풍기는 정취를 보탠 덕이다. 시선을 사로잡는 풍경에 마음을 내준다. 시간을 건너뛰어 가슴 벅찬 결을 찾는다. 함양 사람들의 사랑이 머문 곳에 머문다.

새로운 시간과 공간의 숲속을 경험한다. 우주적 신비스러움이 시간을 거스른다. 너무 아름답고 경이로워 말문을 막는다. 숲속 풍경 곳곳에 고답미가 깃들어 있다. 창조와 진화의 이중적 세계가 아름답다. 시공간이 경이롭고 찬란하게 넘나든다. 구름 터진 틈을 타고 하얀 빛이 내려온다. 풍경의 흐름을 기억하기 위해 기록한다.

글·사진=함우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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