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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클린마운틴(비대면)-울산 태화강 십리대숲에서 대왕암까지

  • 웹출고시간2021.06.27 15:43:44
  • 최종수정2021.06.27 15:43:44

태화강 따라 이어진 십리대숲 산책로. 대숲에 들면 피톤치드로 사워하며 힐링을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충북일보] 2021년 6월19일 전국에 비 예보가 뜬다. 이른 새벽 청주를 출발한다. 충북일보클린마운틴 답사팀이 울산으로 향한다. 세 시간 쯤 달려 태화강 십리대숲에 닿는다. 비 맞을 각오였지만 하루 종일 비 구경을 하지 못한다. 일기예보가 완전히 틀린 날이다. 시원한 대숲 산책으로 울산 여행을 시작한다. 얼마나 걸었을까. 한참을 걸었지만 피로를 느낄 수 없다.

죽림욕장

십리대숲길

뽀얀 물안개가 대숲으로 밀려든다. 청록의 대나무 위에서 하얀 연무가 춤을 춘다. 흰옷 입은 남녀가 춤추는 그림 같다. 떨어질 듯 날아갈 듯 하늘거린다. 부드럽게 흔들리는 대나무가 마음까지 흔든다. 폭염에도 빽빽한 대숲 덕에 시원하다. 음이온 배출로 심신이 편안하다. 곳곳에 벤치와 죽림욕장이 마련돼 있다.

대나무 숲에 바람이 분다. 바람에 밀려 댓잎들이 서로 몸을 부비며 소리를 낸다. 자연 속에 묻혀 있는 소리가 귀로 흘러든다. 바람 소리와 댓잎 소리에 귀 기울인다. 만회정을 지난다. 쭉쭉 뻗은 대나무들이 하늘을 찌를 듯하다. 도대체 이곳에서 자라는 대나무가 몇 그루나 될까. 쓸 데 없는 의문도 금방 잊어버린다.

십리대밭교

바람이 묻고 대나무가 답하는 풍죽문답(風竹問答)이 한창이다. 바깥은 폭염의 기세가 등등하다. 대숲 안으로 들어서니 서늘하다. 대나무숲으로 햇볕이 잘 스며들지 못한다. 댓잎들이 꼭 필요한 만큼만 햇빛을 받아들인다. 어느 순간 바람이 부드럽게 스친다. 대나무에게 묻는 방법이다. 초록물결 넘실대는 숲이 이어진다.

시원하고 상쾌하다. 녹색의 대나무 비단이 물결치듯 찰랑거린다. 비단 여울이 강을 따라 길게 흐른다. 경쾌해진 물소리가 귓속을 채운다. 우거진 숲길에 시원함이 가득하다. 흡족한 비에 대나무 숲이 싱그럽다. 땅의 양분들이 줄기 끝까지 오른다. 태화강 십리대숲의 기세가 웅장하다. 대숲이 강을 따라 정갈하게 펼쳐진다.

수직의 대나무가 시원하게 치솟는다. 불어오는 바람에 댓잎이 사각거린다. 걷다보니 초록 바람이 온 몸을 감싼다. 소리와 빛이 대나무 향과 어우러진다. 죽림욕으로 일상의 피곤함을 털어낸다. 도심공원에 자연과 인간이 공존한다. 대나무와 사람이 정말 잘 어울린다. 70만 그루의 대나무가 한 몸으로 운집한다.

대숲의 길이는 제목대로 십리다. 가도 가도 대나무뿐이다. 오직 자연의 소리만 들린다.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한다. 인공의 소음을 대나무가 차단한다. 댓잎에 스치는 바람 소리만 들린다. 황토길을 지나는 행인의 발소리는 효과음이다. 죽림의 녹색 풍광은 길 끝까지 이어진다. 숲에 드니 정말 전혀 다른 세상이다. 안구가 정화된다. 중간 중간 사진 촬영지로 유명한 포인트가 있다. 먼저 은하수길이다. 밤 산책 최고의 장소지만 보지 못한 게 아쉽다.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주목받는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죽림욕장도 있다. 음이온과 피톤치드가 쏟아지는 곳이다. 공기의 비타민을 원 없이 마셔도 된다. 유독 혼자 걷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오산만회정

어느새 길 끝에 다다른다. 물론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대숲을 나와 태화강변을 따른다. 강물이 시간 따라 물색을 바꾼다. 하늘이 담길 땐 푸른 풍경이다. 오롯이 대나무만 담으면 진한 녹색이다. 발길 멈추는 곳마다 포토존이다. 눈길 가는 곳마다 한 폭의 수채화 풍경이다. 여름 한 날이 여유롭다.

푸른 바람이 건강하게 불어온다. 수변 길을 따라 물 냄새가 올라온다. 피톤치드 향과 겹쳐 알싸하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은 인공의 풍경이 아름답다. 태화강은 아름답다. 사시사철 변함없이 아름답다. 평범한 하천이 아니다. 이미 자연정원이다. 기적을 담아내는 스토리텔링의 공간이다. 죽음의 강에서 생태하천으로 거듭난 현장이다.

주위의 풍경이 그대로 경관 구성 재료다. 다시 태어난 기적을 읽을 수 있는 장소다. 사시사철 색다른 꽃밭이 아니다. 무작정 늘린 대숲은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강변에 꽃 심고 나무 심는 건 누구나 한다. 어느 도시에서나 하고 있다. 태화강 대숲은 담양을 앞지르지 않는다. 그저 태화강의 기적을 당당하게 보여준다.

대나무는 여러 해가 지나도 변함이 없다. 크기는 물론 색깔도 같다. 자기 욕심을 멈출 줄 안다. 주변을 돌보는 덕을 갖고 있다. 옛 선비들은 늘 푸른 대나무를 사랑했다. 줄기가 곧아 굳은 절개에 비유했다. 집 가까이 심어두고 사랑했다. 십리에 걸친 죽의 향연을 마친다. 울산시민들의 대(竹) 사랑이 만든 기적을 생각한다.

대왕앞공원솔숲

대왕암 가는 길

태화강 국가정원에서 대왕암으로 걸음을 옮긴다. "지금까지 걸어 본 길은 모두 잊어라." 대왕암 둘레길을 걸어본 사람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대왕암공원으로 향한다. 전설을 전설로 받아들인다. 구전의 가치를 한 번 더 생각한다. 바람이 일렁이고 구름이 길게 흐른다. 모두가 어우러진 여름 풍경의 극치다. 바람을 만난 소리가 시원하게 들린다. 바다의 하얀 파도가 하늘로 치솟는다. 사람을 품은 자연이 그림 속 풍경이다. 그림 속 노래이고 노래 속의 그림이다.

도심 속 소음에서 벗어난다. 도심을 지난 해변에 송림이 우거진다. 동해안 따라 해파랑길 사이로 송림이 우거진다. 대왕암공원 역시 무더위를 떨치는 데 최적의 장소다. 공원 입구에서 등대까지 산책로가 시원하다. 1만5천여 그루의 송림이 무더위를 앗아간다. 송림 가운데로 난 흙길에 보랏빛 수국이 활짝 웃는다.

향기로운 숲속 산책의 맛을 즐긴다. 오랜 시간들이 쌓여 절경을 빚는다. 길 끝에 당도한 바람이 땀을 식힌다. 코로나로 잃어버린 감성을 깨운다. 자연의 선물에 감사하고 또 감사한다. 대왕암 산책로엔 1만5천 그루의 소나무가 도열한다. 자신을 보호하던 피톤치드로 사람을 치유한다. 자신에겐 치료고 사람에겐 치유다.
숲을 빠져나오니 풍경이 확 달라진다. 대왕암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나타난다. 푸른 바닷물에 공룡 화석이 엎드려 있는 듯하다. 붉은 빛이 도는 바위색은 아주 도드라진다. 여느 바닷가 바위에서 보는 색이 아니다. 승천을 하던 용이 떨어진 모양을 한다. 몸부림치던 용의 형상이 동해로 굽이친다.

출렁다리 조성공사 마지막 점검이 한창이다. '햇개비'와 '수루방'을 잇는 현수교다. 북측해안산책로의 돌출된 해안지형을 잇는다. 길이 303m, 폭 1.5m 규모다. 다리기둥이 없는 무주탑 형태다. 자연경관을 최대한 해치지 않는 구조다. 국내 해상에 세워진 무주탑 보도현수교 중 최장이다. 다음달 15일 개장 예정이다. 대왕암공원의 매력은 이름 그대로다. 수령 200~300년의 해송이 숲을 이룬다. 공원 한 복판을 가로질러 간다. 길이 다소 넓고 평평하다. 남녀노소 누구나에게 부담이 없는 길이다. 해무라도 끼는 날이면 신령스럽다. 여기를 지나면 오랜 세월 파도와 바람이 합작한 기암괴석을 만난다. 역사에 얽힌 전설이 아름답고 애절하다.

길을 이어 대왕암으로 간다. 울창한 숲과 넓게 펼쳐진 바다를 동시에 즐긴다. 저 멀리 대왕암이 보인다. 햇살에 반짝이는 파도가 따뜻해 보인다. 신령스러운 기운이 감도는 명품길이다. 짧은 시간 대자연에 위대함과 경이로움이 공존한다. 시리도록 푸른 바다가 깊은 감명을 준다. 부서지는 파도소리가 상큼하다.

대왕암은 통일신라 문무대왕의 존재 그 자체다. 호국의 용이 돼 누워 있는 영원한 지킴이다. 해송 숲은 용신이 된 왕비를 지킨다. 수도 없이 솟은 해송이 대왕암으로 안내한다. 물론 숲속 비포장 흙길도 있다. 울퉁불퉁 돌을 깔아 만든 길까지 세 갈래다. 어디서 봐도 수령 수백 년의 소나무 위용은 대단하다.
대왕교에 닿는다. 대왕암공원의 얼굴이다. 새파랗게 질린 쪽빛 바닷물 위를 걷는다. 기암괴석이 넋을 잃게 한다. 오랜 세월 파도와 바람의 합작품이다. 가까이 가면 갈수록 탄성을 자아내는 신비의 세계다. 바위마다 '대왕'이라는 단어의 값을 한다. 천연의 황토색은 차라리 붉은 색이다. 파도가 부딪힐 때마다 살아 움직인다.마침내 대왕암 전망대에 선다. 대왕암이 더욱 도드라진다. 또 한 폭의 그림이 펼쳐진다. 시각과 청각, 후각 요소를 한꺼번에 만족시킨다. 추억을 위해 가슴을 연다. 생각은 내일을 위해 닫아둔다. 바다를 닮은 바람이 이마를 스친다. 잊을 수 없는 시간이 또 지나간다. 비경과 함께 천 년 전 전설과 낭만을 떠올린다.

스치듯 짧은 방문을 아쉬워한다. 대숲에서 노닐다 솔숲에 취한 하루다. 자연을 귀로 듣고 마음으로 본 여행이다. 수직 도열한 만오천 소나무가 아른거린다. 왕의 길로 안내한 보랏빛 여름 수국이 빛난다. 해안 풍경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대왕암 풍경에 다시 탄성이 나온다. 바위가 그려놓은 그림 마법이다.

대왕암공원 둘레길이 참 아름답다. 소나무들이 하늘을 향해 쭉쭉 뻗는다. 한여름의 무더위를 떨쳐낸다. 햇살 아래로 바위가 붉게 빛난다. 떠나기 전 꿈틀거리는 기암괴석의 용솟음을 마주한다. 기분이 묘해진다. 붉은 기운의 기묘한 바위들을 다시 쳐다본다. 그리고 바다를 향해 외친다. 천 년 전 통일 대박을 소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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