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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2.07.28 17:46:38
  • 최종수정2022.07.28 17:46:38

오르막 저 끝에 넓은 고원이 펼쳐진다. 농민들이 산을 오가며 배추를 가꾼다. 국내에서 가장 넓고 긴 배추밭이다. 비탈진 언덕에 그림처럼 펼쳐진다. 줄 지어 심어 일군 배추들이 청초하다. 초록 채소밭 너머로 풍차가 가득하다.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이 환상적이다. 뭉게구름이 그림을 그리니 최상이다. 초록 반짝이는 여름여행지로 최고다. 하늘 아래 첫 동네 안반데기가 빛난다.

ⓒ 함우석 주필
[충북일보] 높은 습도와 열기가 훅 몰려온다. 강렬한 뙤약볕은 그야말로 가마솥이다. 앉아 있기만 해도 온몸이 늘어지고 땀범벅이다. 엉망이 된 신체리듬이 되레 자연스럽다. 불쾌지수마저 끝없이 치솟는다. 열기는 밤까지 이어진다. 잠들기가 쉽지 않다. 이즈음 여행의 첫 번째 목적은 피서일 수밖에 없다. 무더위를 피하는 일이다.

강원도 평창은 어떨까. 잠시 안반데기를 돌아본다. '구름 위의 땅, 별의 나라, 하늘 아래 첫 동네'라고 불린다. 스위스의 알프스에 버금가는 신비경이다. 치명적인 아름다움 뒤에 민초들의 애환이 서려 더 감동적이다. 월정사 전나무숲길 역시 정서 순화에 최적의 장소다. 한적하고 청량한 여름 여행지로 손색이 없다.
ⓒ 함우석 주필
◇안반데기, 진초록으로 마음을 다스린다

여름의 시작은 7월에 본격적이다. 초록 스펙트럼이 가장 넓은 시기다. 녹음이 화사하게 일렁이며 숨 쉰다. 짙푸른 초록이 더위에도 싱그럽다. 하늘 아래 모두 사진 찍을 공간이다. 특별한 이벤트 장소로 손색이 없다. 포토 존이 따로 없어도 너무 예쁘다. 구름 하나가 특별한 의미를 만든다.

2차선의 도로 따라 안반데기로 간다. 도로는 어느새 좁은 차로로 바뀐다. 낙석지대 지나 급경사 길을 오른다. 핸들 잡은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간다. 조심조심 마을 위에 겨우 도착한다. 유리창 너머로 배추밭이 지나간다. 불안하던 마음에 평화가 찾아온다. 햇살은 뜨거워도 바람이 시원하다.

평창 안반데기는 산정 언덕에 있다. 안반덕길이 경사로 따라 이어진다. 해발 1100미터의 평탄한 지형이다. 오르막 끝에 넓은 고원이 펼쳐진다. 농민들이 산을 오가며 밭을 일군다. 드넓은 고원에서 배추밭을 가꾼다. 구불구불 길 따라 풍경이 펼쳐진다. 초록이 반짝이는 최적의 여행지다.

파란 하늘과 마주한 밭이 이어진다. 이슬 맞은 녹색배추가 청초 자체다. 안개가 걷히는 순간 환하게 웃는다. 공기가 맑아 초록색이 더 선명하다. 초록만으로도 아름다운 풍경이다. 파란 하늘에 신비로움이 가득하다. 거대한 풍력기가 모습을 드러낸다. 가는 곳곳마다 추억 심을 공간이다.

시원한 바람에 배추향이 상큼하다. 초록 잎사귀가 마음을 설레게 한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해진다. 스치기만 해도 푸른 물이 들 것 같다. 길 끝에서 마주치는 들꽃은 덤이다. 올라갈수록 달라진 공기를 느낀다. 풍력발전기가 바람을 가르며 돈다. 안반언덕에 불어온 바람이 세차다.

사방 밭으로 펼쳐진 정상에 오른다. 배추밭에도 녹색 여름이 한창이다. 맑은 하늘에 구름이 몰려와 머문다. 구름이 쉬는 공간으로 자주 바뀐다. 파란 하늘과 함께 진풍경을 만든다. 때론 높이 뜬 구름에 산허리가 휜다. 산과 산 사이에 낀 운해가 장관이다. 배추포기가 푸른 파도 물결을 친다.

멍에전망대가 배추밭을 굽어본다. 고원에 노역의 흔적이 물씬 풍긴다. 돌 많은 비탈 밭 가꾼 소를 떠올린다. 등에 지워진 멍에가 역사를 만든다. 개간할 때 나온 돌들이 작품이 된다. 힘겨운 삶의 징표가 증거로 남는다. 배추밭에서 유적을 탐사한 듯하다. 역사의 뒤안길 한 페이지를 읽는다.

초록바람 부는 파란 배추능선이다. 바람만 살짝 불어도 소름이 돋는다. 장마의 꿉꿉함이 말끔히 날아간다. 맑은 푸르름과 초록이 너무 예쁘다. 높은 곳에서 넓은 초록 밭이 끝없다. 가로 세로가 리듬처럼 규칙적이다. 멍에전망대쪽 균형이 더 잘 맞는다. 줄맞춘 진초록이 풍경 색을 바꾼다.

정착 농민들의 고단한 삶이 보인다. 비탈의 억척은 오늘도 변함이 없다. 홍수 같던 긴 장마에 노심초사 한다. 비탈 배추밭 유실에 조바심을 낸다. 고운 마음에 배추가 예쁘게 자란다. 배추밭이 파도치듯 구비를 이룬다. 돌만 구르던 황무지 땅이 아름답다. 삶의 의지가 여름 대표 풍경이 된다.

배추밭을 따라 농로가 여러 갈래다. 어느 길을 선택해도 끝은 한 곳이다. 풍력발전기 쪽으로 발길이 모인다. 여름날 햇살 닿은 포장길이 뜨겁다. 바람 언덕에서 두 팔을 올리고 선다. 여름 무더위를 털어내는 몸짓이다. 고지대 시원함이 더위를 물리친다. 눈길의 끝은 늘 어김없이 하늘이다.

배추밭 끝에 가보면 하늘과 만난다. 하늘이 배추밭을 박음질로 잇는다. 능선 끝나는 곳에서 즉시 이어진다. 산이 끊어지면 곧바로 배추밭이다. 파랑과 초록이 유려하기 그지없다. 물론 초록이라고 모두 같지는 않다. 한여름 한 계절만 달력 사진이 된다. 구름이 놀다간다는 운유길이 된다.

월정사 전나무숲길은 돌아갈 때 더 아름답다. 전나무에 대한 천년 전설까지 엿듣게 된다. 수백 년 세월을 보낸 나무가 울울창창하다. 하늘 높이 솟아 늘 시원한 그늘을 선물한다. 그만큼 숲이 잘 보전돼 깨끗하고 정갈하다.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고사목은 엄숙하다. 걷다보면 정신과 마음이 맑아지는 느낌이다. 복잡한 마음을 위로하고 여유를 찾아준다. 무더운 찜통더위에 최고의 힐링 공간이다.

ⓒ 함우석 주필
◇월정사 전나무숲길, 깨달음의 흔적을 따라 걷는다

월정사 전나무 숲길에 발을 디딘다. 정신과 마음이 맑아지는 느낌이다. 사찰 들어가는 길이라 그래 보인다. 수백 년 세월의 전나무가 경건하다. 수명을 다 한 전나무들도 풍경이다. 자리 잡은 그 모습 그대로 그림이다. 흙으로 돌아가는 모습이 엄숙하다. 보고 듣는 게 아름다운 포행길이다.

월정사 주차장에서 걷기 시작한다. 무장애길로 아주 평탄한 흙길이다. 찾는 이에게 삶의 여유를 찾아 준다. 천년 나무가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무더운 찜통더위에 힐링의 명소다.·걷는 것만으로도 상쾌한 공간이다. 부러진 나무마저 포토 스팟이 된다. 함께여서 더 좋은 전나무 숲길이다.

흙길 양쪽 전나무가 하늘을 찌른다. 곧게 뻗은 나뭇잎이 햇살을 만난다. 하얗게 산란하는 빛을 받아들인다. 풀빛 여름 색을 고스란히 머금는다. 속세의 근심을 씻는 청정지역이다. 물소리와 새소리가 귀를 맑게 한다. 나무 사이로 하늘이 적당히 터진다. 사람들이 눈을 감고 두 팔을 벌린다.

숲길 곳곳에 다양한 푯말이 걸린다. 마음 치유에 도움이 될 만한 문구다. 흙길의 포근함을 깊게 받아들인다. 나무의 푸르름에 감사하고 고맙다. 청량한 공기에 자연스레 집중한다. 삼림욕을 마음껏 즐기며 나아간다. 머리가 한결 더 가벼워진 느낌이다. 마음속 분노도 조금씩 누그러진다.

눈길을 휘어잡을 만한 절경은 없다. 온통 전나무 숲에 막혀 조망도 없다. 하지만 숲 아래 옥색 물결이 흐른다. 진초록 숲 향기로 전신 목욕을 한다. 걸어들어 가는 순간 빨려들어 간다. 빨려들어 간단 표현이 자연스럽다. 진초록의 장대한 숲으로 빠져든다. 순정한 흙길에서 나는 향기가 짙다.

월정사 앞까지 전나무가 빽빽하다. 1천700여 그루가 길게 늘어선다. 수백의 나이에도 푸르고 건강하다. 숲의 싱그러움을 전염하는 듯하다. 16년 전 쓰러진 나무둥치가 보인다. 가장 나이든 전나무의 스러짐이다. 크기와 위용이 놀랄 만큼 대단하다. 흙길에 시멘트가 섞여 생긴 결과다.

처음부터 끝까지 평탄한 흙길이다. 맨발로 걸어도 편안하고 안전하다. 나무 글귀를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글을 보면서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흙길의 질감이 발끝에서 올라온다. 나무와 숲의 숨을 오감으로 느낀다. 남다른 정서적 순화를 깨닫게 한다. 오대천 물소리가 바로 숨구멍이다.

굽은 언덕길이 천왕문으로 향한다. 금강교가 보이면 숲길이 곧 끝난다. 월정사 경내로 가는 문이 드러난다. 제일 먼저 카페와 찻집을 마주한다. 월정사 내 공중정원도 만나게 된다. 자연 친화적 가람 배치의 월정사다. 왠지 모르지만 포근하고 편안하다. 사찰 감싼 오대산 특유의 분위기다.

월정사 해체 복원 공사가 한창이다. 적광전 앞 8각9층 석탑이 대상이다. 국보 48호 고려 다각 다층탑이다. 탑 앞에서 두 손을 모으고 소망한다. 뒤뜰로 내려와 계곡을 따라 걷는다. 길게 조성된 전나무숲이 아름답다. 호젓한 숲길에서 거리를 더 좁힌다. 맑은 물로 하루의 피로를 씻어낸다.

감염병이 또다시 창궐할 조짐이다. 스스로 내면을 응시하며 깨닫는다. 번잡함 가장 반대쪽 풍경을 만난다. 폭우에 이은 폭염이 세상을 달군다. 풍경이 마음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물의 마음으로 숲길을 들여다본다. 고요하게 지난 삶의 궤적을 살핀다. 물 같이 바람 같이 살려고 애쓴다.

월정사 가는 전나무숲길이 예쁘다. 짜증과 번뇌를 잊게 하는 숲길이다. 마음의 문을 닫은 사람들에게 좋다. 마음을 열어젖히는 소통의 길이다. 알싸한 전나무향이 힘을 발휘한다. 속세서 가져온 마음의 때를 씻긴다.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선물한다. 본래면목 마음자리로 되돌려준다.

글·사진=함우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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