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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차 충북일보 클린마운틴

태안해변길7구간(바람길)

  • 웹출고시간2017.04.16 14:57:12
  • 최종수정2017.04.16 14:57:12

장삼포해변

바람길이 완연한 봄을 드러낸다. 애써 찾지 않아도 스스로 알린다. 생명들이 맥동하는 해변길이다. 모랫길이 숲길로 이어진다. 화사하고 곱고 예쁜 풍경이다. 봄바다가 길 여행자들을 맞는다. 고즈넉한 분위기가 서정적이다. 고단했던 삶의 노고가 풀어진다.

[충북일보] 2017년 4월15일 82차 충북일보 클린마운틴 회원들이 바람길을 찾았다. 바람길은 황포에서 시작해 장삼해변과 장돌해변을 지난다. 바람아래 해변을 거쳐 영목항까지다. 태안해변길 7구간으로 도상거리 15.6km다.

***봄바람이 시를 선물하는 풍경

운여해변

바람길엔 풍경의 장관이 많다. 그중 최고는 누가 뭐래도 운여해변이다. 사진작가들과 여행객들을 불러 모은다.

가지런히 이어진 곰솔 숲은 보기에도 좋다. 걷기에도 편하다. 길게 펼쳐진 방파제는 이국적이다. 일몰 때 붉은 석양은 환상적이다. 바람아래 해변도 빼놓을 수 없다. '포구기행'의 작가 곽재구가 예찬한 곳이다.

이곳에선 장고도와 고대도, 군관도 등 섬 무리를 볼 수 있다. 갯내음이 섞인 바람소리를 들을 수 있다. 허름하지만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다. 바람길을 걷다 보면 고요한 해변을 수없이 만난다. 곰솔 숲과 소담한 포구는 덤이다.

지난 15일 태안해변길 7구간에서 열린 82차 충북일보 클린마운틴 참가자들이 바람길을 걸은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바람길에 서면 시름과 고통을 바다에 내던질 수 있다. 한결 개운해진 마음을 만들 수 있다. 귀한 보물처럼 오랜 시간 꼭꼭 숨겨 두고픈 곳이다. 아름답게 펼쳐진 백사장도 거닐 수 있다. 저무는 노을에 감탄할 기회도 있다.

푸른 곰솔 숲과 부드러운 모랫길이 매력적이다. 해변에서 한참을 뒤로 물러난 바다는 풍요롭다. 아직은 차지만 새 생명을 만들어낸다. 조용한 파도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고즈넉한 곰솔 숲길은 매력적이다,

4월의 풍경은 더 한적하고 자연스럽다. 어느 바닷가보다 한가롭고 오붓하다. 봄 길의 운치와 재미를 즐길 수 있다. 해변길을 지나면 야트막한 산길로 이어진다. 다행히 경사가 그리 급하지 않다.
언덕을 천천히 오르면 전망대가 나타난다. 물 빠진 갯벌 풍경이 지루함을 잊게 한다. 불청객의 발소리에 놀라 푸드덕 나는 새들도 만난다. 눈 아래로 보이는 독살(돌담어장)은 신기하다. 얼기설기 만들어진 원시적인 어업풍경이 재미있다.

다시 내리고 오르길 거듭한다. 백사장과 산을 돌고 돌아 걷고 또 걷는다. 바람에 실려온 갯내음이 기분을 한량없이 높여준다. 해변 풍경이 지루하다 싶으면 숲길로 바뀐다. 심심하다 싶으면 언덕길이 숨차게 장난을 친다.

바람아래해변

만나는 전망대마다 하나 같이 전망 좋은 정자다. 여지없이 시원하게 펼쳐진 풍경을 선물한다. 물론 숨이 턱에 차야 받는 선물이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모래 갯벌이 아름답다. 썰물이 만들어낸 장쾌한 모래사장이다.

수평선과 맞닿은 섬들은 올망졸망하다. 갈매기 두 마리가 내려앉는다. 개펄 위를 서성이며 노닌다. 한 놈이 개펄을 파헤친다. 다른 한 놈은 날 준비를 한다. 여기에도 청춘의 사랑과 추억이 있다. 사랑이 운명처럼 공전한다.

바닷길 따라 터벅터벅 걷는다. 상쾌한 공기가 살갗을 스친다. 포구에 묶인 배들이 평화롭다. 넓은 모래밭이 길게 펼쳐진다. 모래언덕 위로 평화가 깃든다. 고귀함을 느낀다. 영혼을 일깨우는 철학을 배운다. 겸손과 절제의 지혜를 받아들인다.
우거진 솔숲을 지나니 탁 트인 바다다. 은빛 모래밭이 넓게 펼쳐진다. 모래가 곱고 단단하다. 아직은 썰렁한 분위기기다, 호젓한 풍경이 나름의 기분을 좋게 한다. 여기에도 거닐기 좋은 길이 길게 펼쳐진다.

마침내 바람아래 해변에 선다. 황포항을 떠난 지 네 시간만이다. 장고도에서 불어오는 비릿한 바람이 커피향보다 고소하다. '바람아래'란 이름에서 아이러니를 느낀다. 끝내 지중해를 떠올리며 웃는다.

서해 봄바람이 시를 선물한다. 잊지 못할 모래 풍경이 스쳐지나간다. 미처 발견하지 못한 너른 해변이다. 어촌마을의 그윽한 정취까지 더해진다. 밀물과 썰물이 너른 백사장을 교대한다. 아무도 딛지 않은 모래개펄이다.

바람이 찾아온다. 바람소리가 마음을 맑게 한다. 바람길이 깊숙한 그리움으로 남는다.

/함우석주필

취재후기 - 길 위의 행복

***하심(下心)의 인생을 깨닫는다

사람들의 모습이 참 예쁘다. 모랫길을 걷는 모습에 정이 넘친다. 처지고 지친 사람도 없다. 모두가 살갑게 이웃처럼 자유를 만끽한다. 밝게 웃으며 서로 교감한다. 가벼운 발걸음에 행복이 가득하다.

하루를 함께 한 회원들을 지긋이 바라본다. 그들의 취향과 성격에서 철학과 인생관을 찾아본다. 걷는 동안 나눈 진솔한 이야기에서 힘을 얻는다. 동행의 웃음소리가 널리 퍼진다. 길 위에서 만난 모든 게 아름답다.

사진 몇 장만으로 기억이 새롭다. 시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는다. 추억이 가슴 안에 똬리를 틀고 견딘다. 꺼내 바라볼 때까지 내 속에 산다. 바람길은 이미 내 속에 추억이다. 나머지는 길을 걸은 각자의 몫이다.

잠깐 동안 구름이 몰려든다, 사위가 어둡다. 햇빛마저 살짝 색이 바랜다. 풍경이 한 장의 흑백 사진으로 변한다. 옷깃 여미듯 마음을 추스른다. 오감이 예민해지니 귀가 열린다. 해가 만들어 내는 소리까지 들린다. 봄을 맞는 바닷소리다.

길의 끝에서 단호한 절연을 한다. 상실과 연결된 끈을 잘라낸다. 좀처럼 여기를 떠나고 싶지 않다. 바람의 유혹이 너무나 강하다. 장삼포 곰솔 향을 잊을 수 없다. 하루 종일 긍지를 느끼며 걷는다. 평화로우니 풍경이 더 아름답다.

진달래꽃과 제비꽃, 현호색, 민들레 향이 갯내음에 실려 바람으로 날아다닌다. 꽃 피고 바람 부는 길 위에서 꽃냄새로 거듭난다. 개펄 냄새와 희미한 꽃향이 따뜻한 사람 냄새로 바뀐다. 바람은 상큼하고, 풍경은 화사하다.

황포에서 시작한 길이 한참을 간다. 운여해변과 장삼포를 지난다. 장돌해변을 거쳐 바람아래 해변까지 내쳐간다. 황포항을 떠난 바람이 때마침 바람아래 해변에 닿는다. 여전히 바람의 질감이 촉촉하다.

바다가 서서히 해를 빨아들인다. 만물이 시적(詩的) 대상으로 변한다. 자세히 보고 생명들을 마주한다. 봄 길의 느낌을 담아내는 창작을 한다. 바람아래 해변이 유달리 싱그럽다. 모진 겨울을 견딘 덕이다.

바람길에서 청량(淸凉)으로 하심(下心)을 얻는다. 길을 걸으며 인생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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