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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클린마운틴 광복 75주년 특별답사-울릉도와 독도

울릉도, 바다에 솟은 태곳적 풍경이 신비로운 섬
독도, 닿기 힘들어 더 끌리는 소망과 염원의 섬

  • 웹출고시간2020.08.13 18:00:18
  • 최종수정2020.08.17 12:49:05

울릉도는 하나의 거대한 보석이다. 환상의 섬이다. 머무는 동안 요동치는 가슴을 갖게 한다. 숨은 비경이 숨 막히게 펼쳐진다. 잉크 빛 바다와 울창한 숲이 절묘하다. 육지와 전혀 다른 천혜의 세계다. 가는 곳마다 깊은 감동을 준다. 무엇보다도 식물의 갈라파고스다. 해안 따라 움푹 들어간 해식동굴이 절묘하다. 해무 뒤로 숨은 해안 계단은 천국의 길이다. 가슴을 뚫는 쪽빛 바다로 다시 안내한다.

[충북일보] 태곳적 풍경이 신비로운 곳으로 간다. 한반도 동쪽 끝을 소망한다. 그 곳에서 여름이 무르익는다. 하지만 맘대로 갈 수가 없다. 하늘이 허락해야 닿을 수 있다. 충북일보클린마운틴 답사팀이 2020년 광복 75주년을 맞아 울릉도와 독도를 밟는다.
첫 날(7월27일)

오전 6시20분 청주 문의IC를 떠난다. 4시간 뒤 경북 후포항에서 울릉도행 쾌속선에 오른다. 동해 먼 바다 위의 한 점 섬을 찾아간다. 동해 바다가 온통 해무로 흐릿하다. 안개의 끝을 잡고 울릉도를 찾아 나선다. 뱃길 따라 2시간 30분 거친 파도를 견딘다. 해무 속으로 울릉도 풍경이 드러난다. 에메랄드 빛 바다 신세계가 열린다. 파란 바다와 기암괴석이 원시적이다. 작은 섬이 손에 닿을 듯 점점 다가온다. 한반도 동쪽 끝의 태곳적 풍경이다.

낮 12시50분 사동항에 도착한다. 하늘의 허락을 받아 태고의 섬에 닿는다. 배에서 내린 여행객과 마중 나온 여행사 직원들로 북적거린다. 섬에 드니 비로소 역동적인 섬을 본다. 도동으로 빠르게 옮겨 가볍게 점심을 먹는다. 오후 2시 넘어 나리분지로 향한다. 버스가 힘겹게 급경사의 시멘트길을 오른다. 고도 340m의 된 고개다. 길가엔 핀 울릉국화와 나리꽃이 줄은 선다. 수많은 산나물과 들풀이 자란다. 얼마 가지 않아 너와집과 투막집이 보인다.

울릉도 해안도로

차에서 내려 사진 촬영을 하며 부산을 떤다. 궂은 날 씨껍데기 술 한 잔을 걸쭉하게 들이킨다. 오후 3시20분 나리분지에서 내려온다. 곧장 해안도로를 탄다. 차창 밖으로 죽도 풍경이 흐른다. 관음도가 해무 속에 아득하다. 오후 4시30분 성불사에 도착한다. 깃대봉 중턱이 해무천국이다. 아무 것도 볼 수 없다. 대웅전에 들러 삼배를 올린다. 내일의 쾌청을 기도한다. 1시간 뒤 통구미 터널을 지난다. 마을을 향해 기어가는 형상의 거북바위를 만난다.

통구미

통구미는 한자어가 아니라 순 우리말이다. 해안도로에서 만나는 비경 중 으뜸이다. 양쪽으로 높이 솟은 산이 골짜기를 긴 홈통처럼 만든다. 멀리서 보면 거북바위가 하나다. 하지만 가까이 가면 여섯 마리부터 아홉 마리까지란다. 남통과 남양 터널까지 지난다. 해안도로 굽이를 돌 때마다 기암괴석 덩어리가 나타난다. 불쑥 모습을 드러내며 여행객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투구봉을 만난다. 바다와 화산암이 어울려 환상적이다. 천길 절벽은 위압적 경관이다.

오후 6시30분 도동에서 다시 저동으로 간다. 독도새우를 만나 소주 한 잔으로 회포를 푼다. 오랫동안 짙은 바다 냄새를 만끽한다. 불을 밝힌 저동항 일대에 먹구름이 낮게 깔린다. 흐린 날 포구의 추억이 낭만적이다. 가슴이 벅차오른다.

봉래폭포 삼나무숲길

여행 둘째 날(7월28일)

오전 6시50분 아침식사와 함께 해장을 한다. 30분 뒤 도동항을 떠난다. 1시간 뒤 다시 관음도를 만난다. 전날 조망과 비슷하다. '해무찬란'이란 신조어가 적당하다. 흐릿한 섬 윤곽만 보일뿐 주변 경관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관음도는 울릉도에서 독도와 죽도 다음으로 크다. 본섬과 100m 거리에 떨어져 있다. 1960년대까지 한 가구가 살았으나 지금은 무인도다. 2012년 8월 보행 연도교가 세워졌다. 입장료만 내면 걸어서 섬으로 들어갈 수 있다.

오전 8시30분 촛대바위 쪽으로 향한다. 곧바로 봉래폭포 트레킹을 시작한다. 봉래폭포는 저동천의 원천이다. 울릉군민들의 식수원이기도 하다. 주차장에서 10분 정도 가면 풍혈(風穴)을 만난다. 사계절 자연냉장고로 시원하다. 아름드리 삼나무가 하늘로 쭉쭉 뻗는다. 심호흡으로 숲의 기를 받는다. 계곡 옆에 만들어진 작은 폭포들이 아름답다. 30분도 안 돼 봉래폭포를 만난다. 삼단으로 쏟아지는 물줄기가 장쾌하다. 고운 비단처럼 부서지는 포말이 예술이다.

봉래폭포

봉래폭포는 사시사철 마르지 않는다. 유구한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품는다. 바위 절벽 위로 녹색의 숲이 이어진다. 나무 하나하나의 위용이 예사롭지 않다. 물보라를 타고 태고의 풍경이 흐른다. 거울 같은 물속에 숲이 하나 더 있다. 봉래폭포는 성인봉에서 흘러내린 신령수다. 한동안 넋을 잃고 풍경을 즐긴다. 섬 한 가운데서 압권의 풍경을 자랑한다. 다가설수록 물줄기의 위력이 힘차다. 사계절 내내 울릉도 지키는 에너지다. 그 기운을 받아 몸에 챙긴다.

봉래폭포 소리가 우렁차고 힘차다. 거기서 나온 상수(上水)가 계곡을 타고 유장하게 흐른다. 물줄기를 바라보며 다시 내려간다. 여운이 자꾸 남아 자꾸 뒤돌아본다. 기품 갖춘 3단 폭포가 영혼을 맑게 하는 보석으로 거듭난다. 내려오는 길에 주막에 들러 호박 막걸리를 마신다. 태고의 에너지를 그대로 뿜는 듯하다. 동해를 가로질러 세계로 뻗는다. 촛대바위에 도착한다. 왕복 한 시간 남짓이다. 폭우로 막힌 행남해안길 쪽으로 다가간다. 쪽빛 바다가 펼쳐진다.

오전 10시30분 도동으로 돌아와 이른 점심을 한다. 메뉴는 울릉도 특산물 중 하나인 따개비칼국수다. 오전 11시20분 독도로 출발한다. 망망대해 파도가 잔잔하다. 잉크색 바다가 오묘하게 출렁인다. 그 색이 한층 더 매력적이다. 굵은 비가 온 뒤에 하늘이 맑게 갠다. 파랬던 바다가 하얀색으로 부서진다. 눈부시게 반짝이며 포말을 그려낸다. 급작스런 해밀이 너무 맑은 광경이다. 운무 품은 독도가 당당하게 다가온다. 구름 안개를 물리치고 서서히 드러난다.

거수경례 하는 독도경비대

찬란한 독도의 풍경이 귀하고 귀하다. 동쪽 끝 섬에 오를 기대감이 점점 더 커진다. 마침내 오후 1시 27분 독도 접안에 성공한 듯 보인다. 하지만 이내 너울성 파도가 밀려온다. 독도경비대원들이 묶었던 밧줄을 다시 푼다. 염원이 무너지는 순간이다. 선상 선회관광으로 대체다. 선상에서 태극기와 함께 나라의 자존을 생각한다. 광복 75주년을 외치며 태극기를 든다. 경적소리가 출발을 알린다. 아쉬움으로 독도와 인사한다. 선상에서 독도 풍경을 길게 만끽한다.

울릉도 저동항

오후 2시2분 울릉도로 회항을 서두른다. 2시간도 안 돼 사동항에 도착한다. 곧바로 도동항으로 돌아와 행남 해안산책로를 걷는다. 울릉도를 찾은 관광객이라면 누구나 찾는 길이다. 산책로는 도동항과 저동항을 잇는다. 도동항 여객터미널 철계단을 오른다. 검고 거친 갯바위 따라 철제다리와 데크가 이어진다. 저동 촛대바위 쪽으로 이어간다. 행남등대 앞으로 동해가 압도적이다. 아름다운 풍경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철제다리의 경관이 독특하다.

해식동굴 물빛

해안의 연결선이 경이롭다. 바다색이 에머럴드로 빛난다. 해안선을 따라 걷는다. 청정 자연이 살아 숨을 쉬는 울릉도다. 흐린 날과 무관하다. 탁 트인 바다와 울창한 숲이 절묘하다. 새파란 바다 옆 해식동굴을 천천히 지난다. 해무 뒤로 숨은 해안 계단을 따라간다. 가슴을 뚫는 바다와 다시 마주한다. 해안선 아래 해안길 절경이 이어진다. 기암절벽과 천연동굴을 끼고 걷는다. 무지개다리가 바위와 바위를 잇는다. 아쿠아빛 색감이 그야말로 감탄이다.

장마의 계절에 울릉도 속살을 만진다. 깨끗하고 순수하다. 태고의 비경 앞에서 찰나를 즐긴다. 동행한 네팔 리, 이 사장이 참지 못하고 바다로 뛰어든다. 파도에 부딪히는 모습이 아름답다. 자연산 홍합탕에 소주 한잔을 청한다. 소라 안주로 또 한 잔을 한다. 마음속 근심이 사라진다.

동쪽에서 본 독도

여행 셋째 날(7월29일)

울릉도를 떠나는 날 아침부터 비가 내린다. 도동항에 장맛비가 추적거린다. 오후 2시 쾌속선에 몸을 싣고 사동항을 떠난다. 섬이 멀어지며 청량한 스펙트럼을 낸다. 태고의 신비를 느끼게 한다. 바다 위 수직절벽이 절경이다. 초록으로 빛나는 여름이 무르익는다. 녹색 보석의 기이한 산들이 첩첩하다. 섬을 둘러싼 절벽이 철옹성을 만든다. 일정한 패턴의 암석 덩어리가 도열한다. 절벽굴곡이 화산섬의 비밀을 알린다. 유구한 세월 흔적을 고스란히 품는다.

울릉도가 푸른 동해 한 가운데로 다시 솟아난다. 깎아지른 절벽이 섬을 에워싼다. 다양한 바다색과 기이한 바위가 경이롭다. 기이한 산들과 보석 같은 물빛의 바다가 있다. 지리적 풍경과 인문적 경관이 합쳐진다. 독특하다. 걱정스러운 게 없는 건 아니다. 물론 아직은 괜찮은 듯하다. 하지만 이대로 더 놔둔다면 걱정스럽다. 자칫 섬을 망칠 수도 있을 것 같다. 늘어나는 차와 몰려드는 여행자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울릉도의 미래를 걱정해야 할 때가 됐다.

걱정하는 마음을 갖고 울릉도를 떠난다. 외로운 섬 하나가 저 멀리 희미해진다. 바다의 고독을 느끼는 순간 전율한다. 그 옛날 화산섬의 절대고독을 받아들인다. 낯선 외로움이 깊게 스민다. 고독과 자유가 공존하는 공간이다. 2020년 여름, 울릉도와 독도를 기필코 기억하리라. 광복 75주년, 영원한 우리 땅을 잊지 않으리라.

/글·사진=함우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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