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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9.09.22 13:24:37
  • 최종수정2019.09.22 13:24:37

대관령 소나무숲길은 가을과 잘 어울리는 장소다. 불어온 바람은 선선해도 녹음은 여전히 짙다. 하루 숲에 머물며 천천히 돌아봐도 좋다. 숲길이 너무 좋아 비가 조금 내려도 상관없다. 걷다 보면 불편함보다 새로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선조들의 질박했던 삶도 받아들이게 된다. 장쾌하게 도열한 소나무에서 삶의 활력을 얻게 된다. 가을, 숲길을 찾아 여행하기 좋은 시기다. 대관령 소나무숲길엔 언제나 활력이 흐른다.

[충북일보] 무더위를 이겨낸 100년 소나무숲이 가을을 맞는다. 수려한 경관과 청정한 자연을 자랑한다. 가을을 만끽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사색의 계절과 잘 어울린다. 똑같은 길과 숲이라도 계절마다 다르다. 갈 때마다 느낌이 새롭다.

대관령 소나무숲은 여전히 독야청청 초록이다. 형형색색 단풍과 하늘하늘 떨어지는 낙엽은 어디에도 없다. 북적이지 않고 고즈넉하다.

2019년 9월21일 토요일, 날씨가 흐리다. 태풍 '타파'의 영향으로 전국에 비소식이다. 오전 7시 충북일보클린마운틴이 청주를 출발한다. 비가 오락가락 한다. 오전 10시 강원도 대관령 소나무숲길 어흘리 주차장에 닿는다. 다행히 비가 내리지 않는다. 준비를 마친 클마 회원들이 어흘리 주차장에서 10분 정도 숲으로 걸어들어 간다. 이내 웅장한 폭포를 만난다. 삼포암 폭포다. 아래위로 3개의 폭포가 기막히다. 치마골에서 내려온 물줄기가 이곳에서 3번 떨어진다.
폭포 3개가 차례로 떨어진다. 폭포 옆으로 난 길로 클마 회원들이 걸어간다. 한참을 걸어 길 끝에 다다른다. 줄지은 나무들이 다시 길을 인도한다. 시간과 함께 깊어진 맛이 흐른다. 발 밑 촉감이 푹신하다. 때론 잘 만들어진 데크가 편안하다.

계곡물이 잔잔한 선율로 흐른다. 계곡물이 얼음처럼 차게 스친다. 차가움이 주는 청량감이 다르다. 가을의 녹색 강산에 어울리는 물빛이다. 한층 깊어진 고요가 숲에 깃든다. 따뜻한 숨결이 바람을 차고 간다. 솔향 가득한 바람이 분다.

푸른 물빛이 영롱하게 떨어진다. 작은 물방울이 새 풍경을 만든다. 물고랑 흐름이 어느새 느릿느릿하다. 움푹한 바위웅덩이에 물이 괸다. 구름 뒤로 숨은 햇살이 눈부시다. 산중 못에 비친 하늘 반영이 맑다. 이 폭포아래 가마소가 있다.

가마소 수심은 깊다. 그 옛날 사람들은 명주꾸리 하나를 다 풀어야 바닥에 닿았다고 했다. 삼포암 폭포에서 조금 더 가면 갈림길이다. 데크로 잘 만들어진 솔숲교를 지난다. 솔고개를 넘어 숯가마 쪽으로 방향을 바꾼다.
클마 회원들이 가파른 계단을 오른다. 숨을 몰아쉬며 솔향을 따라간다. 솔바람이 회원들을 마중한다. 가는 곳마다 울울창창한 금강소나무 숲이다. 걷기만 해도 저절로 삼림욕이다. 소나무숲길에서만 누릴 수 있는 호사다.

숯가마에 다다른다. 흘러내린 물이 골짜기마다 가득하다. 작은 폭포와 물웅덩이가 예쁜 풍경을 만든다. 물레방아도 돌아간다. 시원한 계곡 물소리가 경쾌하다. 굽이마다 숲 사이로 열리는 하늘이 찬란하다. 마음이 탁 트인다.

다시 소나무 숲길이 이어진다. 울울창창하다. 쭉쭉 뻗은 황장목이 고결미를 드러낸다. 올곧은 선비의 기상도 보인다. 적당히 떨어져 서로 배려하며 경쟁한다. 유지된 질서가 아름답고 귀하다. 상생의 이치를 말없이 일깨운다.

순식간에 원시림으로 순간이동을 한다. 쭉쭉 뻗은 붉은 빛깔 금강송이 놀랍다. 신비로운 자태로 거대군락을 이룬다. 길 양옆으로 빽빽하게 들어서 인사한다. 더 힘차게 하늘로 솟아올라 기운차다. 초입부터 왕을 영접 하듯이 도열한다.

금강송정에서 잠시 다리쉼을 한다. 간식도 맛있게 먹는다. 잠시 후 길을 잇는다. 대통령 쉼터, 전망대에 닿는다. 풍경이 아름답다. 한참동안 파란 소나무향에 취한다. 맛있는 점심시간이 이어진다. 솔향에 비벼 먹는 맛이 그만이다.

풍욕대를 거쳐 노루목이 쪽으로 날머리를 계산한다. 다소 오르내림이 있지만 천천히 걷기에 그만이다. 점심을 마치고 산을 내려간다. 숲속 소나무들이 대나무처럼 휘어짐 없이 곧게 뻗는다. 신비로운 자태로 거대한 군락을 이룬다.
한 아름 안아 보면서 천천히 음미한다. 눈으로 보는 것과 또 다르게 느껴진다. 곧게 뻗은 단단함에 놀라고 또 놀란다. 지그시 눈을 감고 깊은 숨을 크게 들이쉰다. 허파 깊숙이 시원한 들숨이 파고든다. 머릿속이 맑아온다.

바람결에 부대낀 나무가 고요를 깬다. 가늠할 수 없는 깊이의 감동을 전한다. 쏟아지는 빛과 향을 온 몸으로 받아낸다. 따뜻한 날숨을 뱉는다. 솔향이 콧속으로 스민다. 기분 좋은 냄새다. 나무 하나하나에 눈길을 맞춘다.

타임머신을 타고 원시림으로 순간이동을 한 듯한 느낌을 준다. 참 대단한 매력을 갖춘 나무다. 아름드리 노송을 두 팔로 다시 안아본다. 오히려 나무가 나를 껴안는다. 세월과의 포옹이다. 사랑의 손길로 가꾼 숲이라 더 소중하다.

숲과 새로운 교감을 한다. 이따금 생을 마감한 고사목들이 눈에 띈다. 삶의 순리를 배운다.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진다. 이마에 쏟아진 땀방울과 뒤섞인다. 원초적 행복에 젖는다.


<취재후기>대관령과 길, 그리고 소나무

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길을 따라 걷는 것 자체만으로도 행복해 한다. 자연스레 치유를 떠올린다. 길은 지역의 명소와 역사, 문화 자원을 연결한다. 일종의 통로와 같다. 길은 자연이고 휴식이다. 역사이고 삶이다.

걷기는 사람의 몸을 건강하게 하는 작용을 한다. 뿐만 아니라 마음을 풍요롭게 한다. 솔향기 물씬 풍기는 소나무숲길을 따라 가다 보면 저절로 편안해 진다. 숲길을 천천히 걷다 보면 삶의 의미를 찾는 시간도 갖게 된다.

대관령은 백두대간 줄기 중 중부 중심부다. 동쪽으로 내려가면서 강릉과 만나 영동의 중심이 된다. 서쪽으로 내려가면서 평창군과 만난다. 대관령의 겨울은 춥고 눈이 많이 내린다. 영동과 영서의 기후를 가르는 분기선이다. 한여름에도 대관령의 평균기온은 20도에 머문다. 고도가 낮아지면서 좌우로 가면서 기온도 높아진다. 가을이 깊어지면서 대관령은 혹독하게 추워진다. 저 아래 낮은 땅들보다 더 빨리 혹한을 맞는다.

대관령은 백두대간 줄거리 산들과 가지 산들 사이에 있다. 주변만 슬쩍 봐도 오대산, 황병산, 고루포기산, 발왕산 같은 해발 800m 이상의 산들이 즐비하다. 고원의 구릉에는 풍력발전기와 수백 년 수령의 나무숲이 있다.

대관령 인근 산악은 모두 상고대로 유명하다. 물론 아직은 볼 수 없다. 하지만 조금만 더 지나면 쉽게 볼 수 있다. 바람에 섞여 휘날리는 눈발은 찬란하다. 산정의 숲은 서리와 눈이 만나 백색으로 빛난다.

대관령 소나무숲은 국내 최고 소나무 숲을 가진 소나무 성지다.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숲을 지배한다. 지난해 12월18일 일반에 개방됐다. 총면적 400㏊로 울창한 모습을 자랑한다. 축구장 571개 수준의 규모다.

1922년부터 1928년까지 소나무 종자를 산에 직접 뿌려 조성했다. 일종의 '직파조림'으로 100년 가까이 유지되고 있다. 1988년 '문화재 복원용 목재생산림'으로 지정됐다. 가을이면 자연의 신성을 느끼게 한다.

소나무의 도열은 압도적인 풍경을 만든다. 위엄을 갖춘 황홀한 산경에 빠져들게 한다. 풍경이 장엄해 신음소리를 낼 정도다. 옛 선인들은 귀인을 뜻하는 '공'(公)자를 '소나무'(松)에 붙인 이유를 알게 된다.

소나무는 사시사철 푸르다. 곧은 절개와 비바람에도 쓰러지지 않는 강한 의지를 상징한다. 위엄 있는 자태에 민중의 삶에 가장 귀중한 자원으로 마다하지 않았다. 자신을 아낌없이 희생하는 귀인 중의 귀이다.

걷다가 힘들면 금강송의 두툼한 껍데기를 손으로 만져보고 안아도 보자. 천천히 숲을 음미하다 보면 다시 맑아진 내 영혼도 마주하게 된다. 그곳에서 휴식하며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지친 심신을 치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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