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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클린마운틴(비대면) - 치악산둘레길 1코스(꽃밭머리길)

  • 웹출고시간2021.10.14 17:17:34
  • 최종수정2021.10.14 17:17:34

치악산 둘레길은 140km로 11개 코스로 이어진다. 코스마다 다채로운 풍경을 선물한다. 등산로와 샛길, 임도, 둑길, 옛길, 마을길 등이 교차한다. 치악산 국립공원을 넘나들며 걸을 수 있다. 풍광을 감상하며 느긋하게 걷기 좋다. 주변의 작은 마을 풍경을 즐기기에 적당하다. 언덕배기 곳곳의 전망대 시야가 시원하다. 각기 다른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꼭꼭 숨겨둔 비밀의 숲도 만날 수 있다.

ⓒ 함우석 주필
[충북일보] 치악산은 산세가 웅장하고 계절마다 매력적이다. 산 이름에 '악(岳)' 자가 들어간다. 정상을 오르다 보면 치가 떨리기도 한다. '악' 소리를 절로 지르기도 한다. 둘레길은 다르다. 좀 투박하고 오르내림이 있어도 비교적 순하다. 총 길이가 140㎞에 이른다. 11개 코스가 저마다 고유한 특징을 갖고 있다. 국립공원 경계를 넘나드는 풍광이 아름답다. 숨어 있는 비경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담소를 나누며 느긋하게 걸으면 된다. 1~3코스는 2019년 길을 열었다. 4~11코스는 올해 처음 공개했다.

꽃밭머리길 입구

시간은 점점 가을의 절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시원한 바람 안고 떠나기 좋은 계절이다. 뜨겁지 않은 따사로운 햇살과 동행하기 좋다. 여행하기 적당한 시간이다. 하지만 문턱을 나서기가 쉽지 않다. 버티고 선 코로나19 때문이다. 시월 초하룻날 청주를 떠나 원주로 향한다. 가을 냄새 맡으러 길을 나선다. 이른 아침 자욱한 안개 헤치며 간다. 치 떨리고 악소리 난다는 치악산에 든다. 맛 뵈기로 치악산 둘레길 1코스를 걸어볼 요량이다. 이름 하여 꽃밭머리길이다.

관음사 동종

치악산둘레길 종합안내도부터 살핀다. 산길을 알리는 아치형 대문 앞으로 간다. 기념촬영을 마치고 답사를 시작한다. 솔향기 풀풀 나는 소나무 숲을 지난다. 겹겹 나무 사이로 하얀 운무가 흐른다. 치악이 껴안듯 원주고을을 감싼다.

초입부터 빽빽한 소나무 군락이 산객을 맞는다. 어느 놈은 하늘 향해 쭉쭉 뻗어간다. 어느 놈은 축축 가지를 늘어뜨린다. 간간히 가을꽃이 마중을 한다. 토실토실 살 오른 밤이 지천이다. 가을이 익어가니 새소리가 더 감미롭다.

국형사에서 성문사로 가는 길로 접어든다. 커다란 소나무가 세월의 한 가운데를 지나고 있다. 짧은 시간에 치악산의 분위기가 완전히 바뀐다. 왼쪽 나무 사이로 원주혁신신도시 풍경이 스친다. 멀리서 보니 그저 한가로운 일상 같다.·

관음사 108 대염주

성문사의 현대적 분위기에 잠시 혼란스럽다. 다시 숲길로 들어서니 길이 조금 거칠어진다. 쉬엄쉬엄 숲 냄새를 맡으며 걸어간다. 널찍한 쉼터에 앉아 시원함을 즐긴다. 아침 솔숲향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한가로움을 원 없이 즐긴다.

아침이슬 매단 거미줄이 신비롭다. 인드라망처럼 얽힌 속세 인연을 알린다. 안개가 걷히고 서서히 하늘이 열린다. 시월 초순 하늘이 맑다. 가을색이 또렷해진다. 오르락내리락 산길이 적당히 긴장감을 준다. 시간이 멈춘 듯 만물이 고요하다.

오솔길로 가면 어김없이 갈림길이다. 현지 산객에게 두런두런 길 안내를 받는다. 갈 길 찾기를 걱정할 필요는 전혀 없다. 머잖아 언덕 위 관음사에 도착한다. 대웅전에 절하고 왼편 건물 문을 연다. 백팔염주의 정렬이 단정하다.

둥근 염주 108개가 꽉 차 있다. 염주 한 알의 크기가 농구공보다 크다. 가장 큰 모주(母珠)의 지름은 74cm다. 무게는 240kg에 달한다. 나머지 107개의 염주도 엄청나다. 각각 지름 45cm 무게 45kg이다. 전체 무게가 7.4t에 이른다.·

운곡 원천석 안내판

이정표가 알려주는 대로 곧바로 간다. 개울 지나니 침목계단이 가지런하다. 지나는 곳마다 가을녹음이 한창이다. 곧 다가올 단풍의 만추를 대비 중이다. 흙길과 어우러진 오솔길이 평탄하다. 구불구불한 소나무가 울창한 숲길을 벗어난다.

연암사 입구 삼거리를 거쳐 마을길을 걷는다. 마을을 벗어나 멋들어진 소나무 숲을 지난다. 운곡 원천석 선생의 묘를 바라본다. 운곡은 조선 태종 이방원의 스승이다. 운곡 묘역에서 옛 기억을 더듬는다. 마을과 산길이 번갈아 자리를 바꾼다.

별다른 어려움 없이 편안하게 걷는다. 산자락 아랫도리 따라 길이 이어진다. 구불구불 작은 오르내림이 반복된다. 큰 힘 들이지 않고 풍경을 즐기며 간다. 자연과 동화된 작은 벤치에 앉아 쉰다. 간단히 준비한 도시락을 까먹는다.

소나무숲과 푸른 하늘

노송들의 긴 행렬이 한동안 계속된다. 길이 고도를 올려 능선으로 안내한다. 낙엽송 타고 오른 담쟁이 잎이 물든다. 예쁜 간판이 내걸린 마을을 지난다. 별다른 기교를 부리지 않아 정이 간다. 이음길과 갈래길이 몇 차례 반복된다.

길은 다시 산으로 올라간다. 둘레길 단풍나무 잎이 파릇파릇하다. 하지만 이 기사가 나갈 즈음엔 화려한 색채를 띨 것 같다. 잠시 뒤 언덕 정상에 전망대가 보인다. 이정표에선 제일참숯 4.1㎞를 알린다. 길을 따라 가기가 수월하다.

전망대에 서니 시야가 시원하게 트인다. 치악산과 원주 시내 방향이 잘 보인다. 빠른 걸음으로 황골 마을을 지난다. 40분 정도를 내쳐 더 간다. 제일참숯에 다다른다. 멀리서도 쉽게 알 수 있다. 아름다운 풍경들을 마음에 저장한다.

새 길은 새 역사를 품는다. 또 하나의 길에 새로운 마음의 길을 놓는다. 걷는 이들끼리 서로 위로하고 위로받는다. 새 치악산 이미지가 별도로 각인된다. 수직에서 수평으로 새롭게 거듭난다. 평화로운 명상의 길로 마음에 새긴다.

/ 글·사진=함우석 주필

<취재후기>관음사 108 대염주

치악산 둘레길은 잠시 쉬어가라고 마련한 쉼터 같다. 웅장하고 험한 산속에 지은 휴헐산방 같다. 치악산 산길은 가파르다. 된 비알이 많아 치가 떨리고 악에 받쳐 올라간다. 산객들의 농담이 이해될 정도로 가파르다. 하지만 둘레길은 다르다. 작은 고갯길부터 둑길과 샛길이 섬세하게 이어진다. 그야말로 무장애 도보 여행길이다.

길은 걷는 자의 몫이다. 길 위에 선 사람이 자유롭든, 불편하든 그 사람 몫이다. 그 길에서 내면으로 이어지는 소통의 길을 닦는다. 세상과도 만난다. 치악산 둘레길은 안과 밖을 이어준다. 함께 어우러지는 길이다. 그 길을 걷다보면 관음사를 만난다. 거기서 사람들의 염원을 담은 거대한 108 대염주(大念珠)를 만날 수 있다.

염주는 글자 그대로 생각을 집중시키는 구슬이다. 끊임없이 일어나는 번뇌를 소멸을 돕는 도구다. 주로 108개가 기본이다. 그러나 108염주만 있는 건 아니다. 10배나 5배인 장주(長珠)도 있다. 단주(短珠)라고 부르는 20개에서 30개 사이의 염주도 있다. 손목에 차는 합장주도 있다. 다만 그 기준은 108염주다. 염주는 범어로 m·l·라고 한다. 수주(數珠)·송주(誦珠)·주주(呪珠)라고도 한다. 염불의 횟수를 기억하는 구슬이라는 뜻이다. 염불할 때나 다라니를 외울 때 사용한다. 일정한 수의 구슬을 끼워 연결해 그 수를 기억하도록 하는 도구다. 보통 108주(珠)를 사용하는데, 이를 108염주라고 한다.

치악산 관음사 108 대염주는 세계 최대 규모다. 관음사는 대한불교 태고종 계열의 사찰이다. 1960년대 창건돼 역사는 길지 않다. 그런데 세간의 관심이 유독 이 절집에 집중된다. 특이한 볼거리 때문이다. 바로 108 대염주가 주인공이다. 대웅전 좌측의 천일기도 도량에 봉안돼 있다. 크기가 장난이 아니다.

이 염주는 재일교포 3세인 임종구씨가 만들었다. 모국에 대한 그리움과 분단 조국의 평화통일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았다. 아프리카에서 자생하는 수령 200년의 부빙가 원목을 깎아 만들었다. 모주의 지름은 74cm나 된다. 무게는 240kg이다. 모주 좌우로 무게 60kg짜리 구슬 108개가 동아줄로 연결돼 있다.

임씨는 2000년 5월 똑같은 염주 세 벌을 만들었다. 하나는 일본 화기산 통국사에 있다. 남한과 북한에 각각 한 벌씩 봉안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두 벌 모두 관음사에 있다. 관음사는 치악산의 아주 한적한 곳에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지난 5월 개통한 치악산 둘레길 1코스 덕에 둘레꾼들의 발길이 잦다.

1코스 답사를 마치고 처음으로 돌아온다. 국형사 주차장에서 지나온 길을 되돌아본다. 울창한 숲을 뚫고 청아한 목탁소리가 들려온다. 108 대염주가 갖는 염원처럼 민족의 평화통일을 소망한다. 다시 하나 되는 날을 위해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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