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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차 충북일보클린마운틴-부산 동백섬에서 해운대 미포까지

  • 웹출고시간2018.12.23 14:51:52
  • 최종수정2018.12.23 14:51:52

겨울에 보는 부산 바다는 또 다른 감동이다. 해운대 동백섬을 둘러싼 바다가 눈부시다. 사방이 쪽빛이어서 아름다움을 비교할 길이 없다. APEC 건물에 서니 광안대교가 눈에 띈다. 하늘엔 구름 한 점 없고 땅에는 바람이 없다. 신라 말 동백섬에 감동한 해운 최치원 선생을 떠올린다. 천 년 전 랜드마크를 점지한 선견이 감동적이다. 눈이 시리게 아름다운 부산의 겨울 바다다.

[충북일보] 2018년 한 해가 가고 있다. 12월22일 충북일보클린마운틴 회원들이 부산 동백섬과 해운대를 찾았다. 늘 친숙했던 존재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아름다움을 잊고 지낸 국토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

오전 10시40분 부산 동백섬에 내린다. 바다 기운이 온 몸에 전해진다. 초장부터 기분 좋은 순환이다. 순환도로를 따라 천천히 걸어 오른다.

누리마루APEC하우스로 향한다. 도로 양옆으로 애기동백이 벌써 지고 있는 모습이다. 엄동설한에 핀 애기동백이 그새 꽃망울을 지운다. 순환도로 양옆에서 풀 죽은 모습이다. 바람과 바닷물이 만난다. 그 힘으로 동백이 피고 진다.
동백섬이란 이름이 무색하지 않다. 꽃 하나로 이름 값 제대로 하는 동백섬이다. 얼마 가지 않아 독특한 모양의 건물을 만난다. 지난 2005년 11월 APEC 정상회담 회의장으로 사용된 건물이다. 지금은 일반인에게 공개돼 관광명소로 변했다.

광안대교가 멀리 보인다. 바다 한 가운데를 가로질러 나간다. 그 뒤로 광안리해수욕장이 펼쳐진다. APEC하우스를 지나 동백섬등대 광장에 들어선다. 사진 촬영 포인트다. APEC하우스와 광안대교를 한 컷에 담는다.

등대광장에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인다. 셔터 누르는 소리가 빨리 퍼져 나간다. 사진 한 장에 추억을 쓸어 담는 장소다. 등대 아래 석각에 새겨진 '海雲臺' 글자가 보인다. 최치원이 자신의 호를 따 새긴 것으로 전해진다.
동백섬은 신라 말 최치원과 관련이 깊다. 해운대란 명칭도 그렇게 추정된다. 등대광장 앞쪽으로 동백공원 올라가는 길이 있다. 여기로 올라가면 최치원 동상과 비문을 만나볼 수 있다. 동백공원 산책로는 순환도로와 이어진다.

물론 순환도로에서 바닷가로 내려갈 수도 있다. 회원들이 출렁다리 지나 섬 옆구리를 탐닉한다. 출렁다리를 건너 동백섬 옆구리를 타고 걷는다. 바닷가 쪽으로 데크가 만들어져 해안까지 내려갈 수 있다.

어느새 섬을 버리고 바닷가로 향한다. 갯바위에 앉은 여인의 나신이 보인다. 슬픈 전설 품은 황옥공주 인어상이다. 고향을 바라보며 한없이 그리워한다. 인어상을 지나면 곧 해운대해수욕장에 다다른다.

조선비치호텔을 지난다. 오른쪽으로 동해바다가 펼쳐진다. 왼쪽으론 소나무 숲이 울창하다. 그 뒤로 포장마차와 고층 건물들이 이어진다. 해변에선 통통하게 살이 오른 비둘기들이 부산갈매기들을 대신한다.

모래밭에서 종종걸음 치며 먹이를 찾거나 사람들에게 먹이를 구걸한다. 사람들을 피해 달아나지도 않는다. 대신 사람들이 비둘기를 피해간다. 가끔 우스꽝스러운 광경도 목격된다. 외국인 관광객들의 웅성거림도 들린다.

추운 겨울에도 해운대를 찾는 국내외 관광객들이 많다. 해운대의 인기를 실감한다. 해변에 식당과 커피숍이 즐비하다. 따뜻한 커피 한잔을 들고 바닷가를 걷는다. 어느덧 해수욕장의 끄트머리 미포(尾浦)에 이른다.
미포는 달맞이언덕 아래에 있는 작은 포구다. 달맞이언덕은 소를 닮아서 와우산(臥牛山)이라 불리기도 한다. 미포는 소의 맨 아랫부분에 해당한다고 한다. 그래서 꼬리 '미(尾)'를 써서 미포라 부른다. 예상했던 '미(美)'가 아니라 좀 실망스럽다.

미포는 번성한 해운대해수욕장과 좀 다르다. 소박한 느낌이 드는 포구다. 영화 '해운대'의 촬영장소이기도 하다. 유람선 선착장도 있다. 동백섬과 광안대교, 오륙도를 해상관광을 할 수 있다. 유람선이 한 시간 간격으로 오간다.
미포 사거리에서 바다를 등지고 오르막길을 오른다. 동해남부선 기찻길이 나온다. 달맞이재로 가는 미포철로 산책길이다. 아날로그적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길이다. 미포를 지나 철길을 걷다 보면 달맞이언덕에 이른다.

반달모양의 해운대 백사장과 동백섬, 광안대교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이곳이 문텐로드의 출발점이다. 아쉽지만 클마 회원들은 여기서 발걸음을 멈춘다. 그래도 나름의 감동은 진하다. 명물 대구탕 맛집보다 진한 맛을 내준다.

/ 글·사진=함우석 주필

<취재후기>해운대 미포항-겨울바다의 낭만과 추억

해운대 삼포길은 동백섬에서 시작한다. 해운대를 지나 미포와 청사포, 구덕포를 거치는 길이다. 3개의 포구를 차례로 만나게 된다. 포구의 맛과 멋을 적당히 엿볼 수 있다. 곳곳에서 예스러운 풍경도 볼 수 있다.

삼포로 가는 길은 겨울철 낭만과 추억을 만들기에 안성맞춤이다. 해운대 해변은 연인이나 가족들의 추억 저장고로 남는다. 고운 모래가 깔린 해변 뒤로 고층 빌딩이 밀집한다. 색다른 풍경이다.

언뜻 보기에 걷기와 어울리지 않을 듯싶다. 하지만 생각이 바뀌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해변과 이어진 길을 잠시만 거닐어도 생각이 바뀐다. 소나무 숲속 길은 어느 곳에도 뒤지지 않는다. 동해남부선 폐철도 산책길은 낭만적이다.

삼포길은 바다를 끼고 걸어 운치 있다. 해운대 백사장에서 사진 몇 장 찍으니 금방 미포다. 벌써 해수욕장 끄트머리에 다다른다. 그리움 품은 소박한 바닷가를 소요한다. 포구의 겨울은 계절에 상관없이 후끈하다.

한겨울 추위에 맞선 어부들의 힘이다. 바다에서 잡아 올린 물고기들이 포구에 즐비하다. 좋은 생선을 저렴하게 고르기 위한 치열한 눈치작전이 벌어진다. 작은 카페에선 프레디아길라의 '아낙'이 애절하게 흐른다. 나나무스크리의 '오버 앤드 오버'가 이어 달린다.

미포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작은 포구다. 언덕 위론 철로를 끼고 있다. 기차 건널목 특유의 표식들이 골목을 따라 늘어서 있다. 이미 폐철도지만 기차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철커덩철커덩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바다풍경과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미포는 겨울의 맛과 기행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포구 가까이 가면 건물들과 배가 한눈 가득 들어온다. 유람선과 고기잡이배가 있다. 복잡하지만 활기찬 어촌의 풍경이다. 생선은 겨울에 지방이 풍부해져 맛이 최고다.

미포에선 겨울 바다의 낭만에 푹 빠질 수 있다. 그저 바닷가 작은 횟집에 앉아 있기만 해도 된다. 가족이나 친구, 연인과 함께 추억을 쌓을 수 있다. 언제나 여행객들로 활기가 넘치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포는 해운대 해수욕장 끄트머리다. 여전히 소박한 풍경을 유지하고 있다. 길목 길목에 작은 횟집들이 줄을 선다. 밖으로 펼쳐진 포구 풍경이 참 정겹다. 다닥다닥 붙은 작은 배들에 정이 간다. 작은 식당을 찾아 소주 한잔을 즐긴다.

번성한 해운대해수욕장과는 많이 다르다. 저 멀리서 오륙도가 님에게 손짓한다. 그리워진 중년의 로맨스를 자극한다. 여행객들에게 한낮의 술맛을 선물하는 장소다. 걷기 여행의 마무리를 좀 더 깊게 해 준다.

길 위의 삶을 충만하게 한다. 일상적 틀에 갇힌 긴 답답함도 털어준다. 별 것 아닌 작은 것들에도 감사하고 감동하게 한다. 잠시 앉아 보낸 선술집 풍경도 넉넉하다. 시간의 흐름 따라 얻는 게 많아진다.

미포에서 술 한 잔이 점점 풍요롭다. 바다의 아름다움과 사람들의 즐거움이 공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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