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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클린마운틴(특별산행) - 초가을 천상의 들꽃정원 소백산

  • 웹출고시간2022.09.01 17:20:16
  • 최종수정2022.09.01 17:20:16

가쁜 숨을 몰아쉬며 계단을 올라간다. 오르는 계단이 천국으로 가는 길 같다. 고산평야가 초원처럼 넓게 펼쳐진다. 비로봉 가는 길 둥근이질풀이 예쁘다.·국망봉엔 벌써 쑥부쟁이가 한창이다. 연화봉도 가을꽃 잔치를 준비 중이다. 하늘에선 하얀 구름이 고운 짓을 한다. 소백산엔 지금 여름 가을이 함께한다. 소백산 가을꽃은 10월까지 관찰된다.

ⓒ 함우석 주필
[충북일보] 며칠 전 내린 늦은 장맛비가 계곡을 가득 채운다. 흘러내리는 물소리만으로도 이미 시원하다. 비로봉으로 향하는 길은 여전히 초록이다. 비로봉 푸른 초원의 목장처럼 펼쳐진다. 계단은 마치 천국의 계단을 연상시킨다. 비로봉에서 연화봉까지 꽃정원이다. 소백산에만 있는 천상의 들꽃길이다.

이즈음 충북일보클린마운틴이 소백산을 찾는다. 때 묻지 않은 자연미를 온전히 즐긴다. 초가을 백두대간 바람의 산을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알프스를 닮은 넓은 고원을 보는 맛도 일품이다. 키 작은 생명들과 눈을 맞추며 겸손해질 수 있다. 순수하게 물들어가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국망봉 정상석

ⓒ 함우석 주필
<여름꽃 가을꽃 넘실넘실…들꽃길 따라 소백주유>

8월 말 가을 하늘 보러 소백산에 간다. 가을의 선물은 언제나 맑은 하늘이다. 심연처럼 텅비어 깊고 푸른 유혹이다. 무엇도 가리지 않는 시원함이 최고다. 산 푸르고 능선 푸르니 산객도 푸르다. 망망한 하늘에서 물이 떨어질 것 같다. 하얀 뭉게구름 뚫고 햇살이 쏟아진다. 산에 들기 좋은 초가을 사람이 젖는다.

1박2일 거대한 소백산군을 둘러본다. 천고지를 넘나들며 초가을을 즐긴다. 세상을 발밑에 두는 경험을 길게 한다. 진녹색의 시원한 어울림이 이어진다. 수많은 과거의 시간과 자꾸 마주한다. 반복되는 자연의 순환이 연신 고맙다. 멀리서 바람 소리가 가늘게 들려온다. 뒤엉벌의 날갯짓 소리가 윙윙거린다.

8월 등산로에는 산객들이 많지 않다. 초암사에서 국망봉 쪽으로 올라간다. 비로봉 연화봉 거쳐서 죽령까지 간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걸음을 이어간다. 차고 맑은 죽계계곡 물이 흘러넘친다. 초가을 날씨의 변덕에 길이 미끄럽다. 시원함으로 생기는 향기가 오묘하다. 꽃궁기에 가을꽃들이 지천으로 핀다.

얽히고설킨 참나무 그늘이 서늘하다. 계곡 바람 소리가 소름을 돋게 한다. 거울처럼 맑은데도 물이 아닌 숲이다. 수정 같은 계곡 물이 계속 흘러넘친다. 숲의 초록은 촉촉한 습기로 짙어진다. 운무 짙어 드러냄과 감춤을 반복한다. 바위에 부딪힌 물이 부챗살로 빛난다. 여인의 치마처럼 펼쳐져 흘러내린다.
ⓒ 함우석 주필
차가운 고요 속에 시원함이 흘러간다. 때 묻지 않은 낯선 아름다움이 반긴다. 힘든 오름과 아찔한 내림이 반복된다. 산을 타고 내린 물이 강을 따라 흐른다. 초록이 가득한 천상화원이 펼쳐진다. 사진이나 영상으로 보는 것과 다르다. 바람과 비가 아름다운 정원을 가꾼다. 비로봉서 연화봉까지 들꽃정원이다.

초가을 백두대간 바람의 산을 걷는다. 알프스를 닮은 넓은 고원이 펼쳐진다. 여름의 초록녹음이 여전히 이어진다. 때 묻지 않은 자연미를 온전히 느낀다. 초원을 걷는 듯 아늑함마저 느껴진다. 키 작은 생명들과 눈을 맞추며 걷는다. 순수함에 마음마저 곱게 물들어간다. 소백산의 고요가 부드럽게 흘러간다.

초원을 따르던 길이 잠시 숲으로 든다. 가팔라진 숲길에 숨결이 거칠어진다. 비로봉 바로 아래 숲은 참나무바다다. 푸른 고원과 시원한 바람이 손짓한다. 아름드리나무가 오르막길을 알린다. 햇빛 들지 않을 정도로 우거진 숲이다. 울창한 숲이 태고의 신비를 자아낸다. 곧바로 시원한 청량감을 느끼게 한다.

구석구석을 누비는 재미가 쏠쏠하다. 원시림 바람이 더위를 한 방에 날린다. 비로봉 정상이 파란 하늘과 맞닿는다. 남북으로 연화봉과 국망봉이 흐른다. 강한 햇볕과 큰 일교차로 꽃색이 짙다. 거센 바람 이겨내고 피어나 선명하다. 멀리 도솔봉이 구름에 떠 있는 듯하다. 높은 산봉우리 파노라마가 장관이다.

소백운해

ⓒ 함우석 주필
소백산 정상의 산봉우리는 민머리다. 나무가 없는 초지 형태의 아고산대다. 마치 산 정상에 목장이 펼쳐진 것 같다. 운상정원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다. 봄 여름 가을 소백의 주인은 야생화다. 안개비 먹고 자란 들꽃들이 곱디곱다. 푸른빛이 감도는 하늘과 잘 어울린다. 눈이 시리게 푸르른 하늘이 공활하다.

편안한 전망대에 배낭을 내려놓는다. 창틀처럼 생긴 보호대에 기대어 선다. 기꺼이 소백과 마주하며 나를 알린다. 늦은 걸음으로 온갖 경치를 다 즐긴다. 배낭을 베개 삼아 누워 산파도를 본다. 소백산이 온종일 청량미를 자랑한다. 시간에 따라 시크릿 가든을 연출한다. 산 아래에서 분 바람이 안개를 말린다.

길 주변은 온통 둥근이질풀 꽃밭이다. 분홍 꽃이 가파른 길을 따라 피어난다. 연지곤지의 새색시 볼을 보는 듯하다. 산 속 자연의 섭리에는 늘 변함이 없다. 서식환경에서 계절 변화가 느껴진다. 고산에선 이미 서늘한 기운이 감돈다. 보라와 연분홍 가을꽃이 다투어 핀다. 고고하게 펴 가을 전령사를 자처한다.

소백들꽃의 특징은 강한 생명력이다. 색채에서 강인한 선명함이 느껴진다. 더운 여름날보다 꽃물결이 화려하다. 큰 일교차와 강한 햇빛이 만들어낸다. 거센 바람을 이겨내고 선 꿋꿋함이다. 국망봉 아래는 쑥부쟁이꽃이 빛난다. 둥근이질풀꽃과 조화롭게 경쟁한다. 한데 어울려 초가을을 화려하게 한다.

소백산 야생화

ⓒ 함우석 주필
막바지 여름꽃의 화려함이 사라진다. 꿀과 꽃가루 배급소가 줄어들어서다. 고산 뒤엉벌에게 보릿고개의 시기다. 긴긴 고통이 절실한 기도로 이어진다. 간절함이 꿀 가득한 꽃들을 선물한다. 물과 나무, 바람이 함께 어우러진다. 내려가는 길에 자꾸 그리움이 남는다. 작은 샛길에서 다른 만남을 이어간다.

바람이 품은 아름다움이 쏙 드러난다. 산이 첩첩하니 골 첩첩 물이 첩첩이다. 햇빛이 강해지니 그림자도 진해진다. 한 쪽에서는 무영의 시간이 이어진다. 당당한 산풍경이 치유의 공간이 된다. 파란 신비와 하얀 신비가 서로 춤춘다. 산들바람이 살짝 아픔을 어루만진다. 심장 고동에서 생명의 숨결을 느낀다.

산수화처럼 널린 소백능선을 걷는다. 가슴 따뜻한 어머니 마음 느끼며 간다. 구름 쫓던 바람이 마루금 따라 달린다. 신록 품은 연봉들은 신선들 놀이터다. 열두 구비 능선을 하룻길에 내달린다. 국망봉에 숨은 거대한 바위에 오른다. 가까이 다가가 속살의 온전함을 본다. 하얀 구름이 물러간 하늘에 해가 진다.

빛이 여명 박명 일출로 날을 거듭난다. 해돋이 절정은 늘 능선에서 차지한다. 비로봉 마루금이 은은하게 드러난다. 연화봉 너머로 시야가 환하게 트인다. 묘적봉과 도솔봉이 구름을 뒤따른다. 연화선경 따라 일출풍경이 굽이친다. 말갛게 애틋해진 아침여명이 참 좋다. 소백산 저 산마루 산새들이 깨어난다.

제2연화봉전망대와 대피소

ⓒ 함우석 주필
대피소에서 운무 피는 아침을 맞는다. 자욱한 안개가 감동적 장관을 만든다. 나무와 구름 사이 소나무가 선경이다. 눈처럼 하얀 운무가 보물처럼 박힌다. 날씨와 시간이 만든 선물이 아름답다. 초록의 대자연이 안개바람에 춤춘다. 안개 속에 들꽃들이 행복하게 웃는다. 기나긴 기다림과 지난한 삶을 즐긴다.

초가을 아침 소백이 하얀 운무 속이다. 구름과 안개가 온 산을 하얗게 덮는다. 산 능선 아래로 흘러내려 강을 이룬다. 화려하던 여름꽃들이 자취를 감춘다. 가을꽃이 여름꽃을 더 빨리 밀어낸다. 원추리 대신 쑥부쟁이가 자리 잡는다. 산 아래에서 시원한 바람이 올라온다. 안개 속 꽃무리들을 사정없이 흔든다.

고추잠자리가 가을의 길목을 알린다. 세상을 깨우며 숲을 동적으로 바꾼다. 영화를 보듯 느리게 하늘을 관람한다. 어스름 올라와도 자리를 뜨지 않는다. 짙어지는 어둠의 고랑이 넓게 퍼진다. 청혼가 부르는 풀벌레 요동이 심하다. 저녁 바람이 지나는 소리가 생생하다. 어둠이 오면 또다시 이슬의 시간이다.

글·사진 = 함우석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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