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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클린마운틴 - 지리산 특별답사

5월의 초록기운 타고 특별한 답사
지리산 칠선계곡 따라 천왕봉까지
선녀 떠난 골짜기에 봄이 사뿐사뿐
한 순간도 끊이지 않는 절경에 감탄
코로나19 극복 기원 기도산행 겸해

  • 웹출고시간2020.05.07 17:55:24
  • 최종수정2020.05.07 17:55:24

지리산 칠선계곡은 신이 빚어낸 공간이다. 너무도 아름다워 감히 비교할 데가 없다. 돌 하나하나에도 아름다움이 배어 있다. 자연이 품은 신비가 곳곳에 묻어 있다. 비선담에서 마폭에 이르는 물길이 찬란하다. 절경의 암반과 소(沼)와 담(潭)이 이어진다. 한 순간도 끊이지 않는 비경의 연속이다. 흡사 경치 좋은 곳으로만 길을 연결한 것 같다.

ⓒ 함우석주필
[충북일보] 충북일보클린마운틴이 지난 4일 지리산 칠선계곡을 찾았다. 예약 탐방제 추첨에서 운 좋게 기회를 얻었다. 전국에서 46명이 함께 특별한 산행을 했다. 코로나19 척결 소망 기도산행을 겸했다.

지리산 최후의 원시림이 다시 열렸다. 경남 함양군 마천면 추성동에서 지리산 천왕봉(해발 1915.4m)까지 9.7㎞ 구간이다.

오전 7시 마천면 추성주차장을 출발한다. 추성동을 지나 두지동 마을로 향한다. 들머리부터 노면이 날카롭게 선다. 도로가 끝나는 둔덕의 각도가 예사롭지 않다. 15분 정도 깔닥고개를 헐떡헐떡 넘으며 시험에 든다.
이내 계곡 길이다. 푸른빛을 띤 소(沼)와 마주한다. 자연스럽게 발길을 멈춘다. 숲은 온통 연두색으로 물들어 있다. 그 사이로 맑은 물이 흐른다. 높은 고도에 발바닥이 찌릿찌릿 하다. 때론 간질간질할 정도로 아찔하다.

발아래로 기암절벽이 펼쳐진다. 그 옆으로 울창한 수풀이 어우러진다. 찾는 이가 적어 원시적이다. 봄날 여름 멋을 제법 내려한다. 우람한 폭포가 곳곳에 숨어 있다. 자태가 우람하고 시원하다. 울창한 수풀이 짙은 그늘을 드리운다.

깨끗한 물이 흘러 시원하다. 그늘진 계곡을 따라 암반이 즐비하다. 연초록 숲 사이로 물소리가 퍼져나간다. 새소리와 바람소리가 합주를 한다. 칠선계곡은 확실히 다르다. "자연만큼 지루하지 않은 게 또 있을까." 되뇌어본다.

두지동 마을

두지동 마을을 지나자 황홀한 칠선의 향연이 시작된다. 막강 5월의 초록기운이 숲을 감싼다. 기분 좋게 맑아진 공기가 한 가득이다. 원시림이 세월의 흐름을 보여 준다. 선녀탕과 옥녀탕이 녹음에 둘러싸인다.

물소리가 이어진다. 눈길이 닫는 곳마다 아름답다. 목욕하는 선녀의 수줍은 모습을 닮아 있다. 은밀하고 깨끗한 옥녀탕을 지나간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하얀 암반을 만난다. 조금 걷다 보니 쌍폭포가 눈에 들어온다.

대륙폭포

물줄기가 두 갈래로 떨어진다. 폭포 가까이 가 기념사진도 찍는다. 옥녀탕을 지나 비선담까지 내쳐간다. 청옥빛의 비선담 아래로 가까이 간다. 비선담통제소에서 사진을 찍는다. 물속 깊이가 족히 2~3m는 넘어 보인다.

비선담의 매력에 푹 빠진다. 일곱 선녀들의 유혹인 듯 매혹적이다. 여기서부터 통제구역이다. 막힌 '출입금지 특별보호구역'으로 들어선다. 정비된 길이 없고 아주 험하다. 바위를 딛고 계곡을 가로질러 오른다.

칠선의 매력에 한없이 몰입한다. 감미로운 계곡이 야성적으로 바뀐다. 아직 이름이 없는 무명 소와 담이 널려 있다. 위로 갈수록 순수의 계곡이다. 이름 붙은 곳이 오히려 몇 안 된다. 대부분 아름다운 소폭에 이름이 없다.

칠선계곡이 눈부신 봄을 맞고 있다. 태고의 원시림 자태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숲이 차츰 원시림으로 변한다. 신비감과 은밀함이 공존한다. 초록과 햇빛, 새소리에 안긴다. 초록의 색감이 큰 감동으로 온다.
풍경이 급한 여울로 흘러내린다. 초록 향기가 경관과 풍류를 빚는다. 신록과 녹음이 어우러진다. 연초록의 경치가 밀려든다. 햇빛에 산란해 눈이 부시다. 연두색 신록이 하루하루 짙어져 간다. 이루 형언하기 어려운 아름다움이다.

세상 잊은 서늘함이 길옆으로 흐른다. 전인미답의 협곡이 우렁차다. 크고 작은 폭포수와 깊은 웅덩이가 절묘하다. 기묘한 바위들이 하나 같이 절경을 이룬다. 말 그대로 그림 같은 풍경이다. 맑은 날 수채화가 따로 없다.

여울을 넘어온 물이 숨을 고른다. 새 울음소리가 슬며시 끼어든다. 텅 빈 산에 사람이 없으니 새 울음이 더 아름답다. 물은 기운차게 흐르고 꽃은 곱게 핀다. 5월 처음 열린 칠선계곡의 봄 풍경이 귀하고 값지다.

계곡이 점점 깊어진다. 녹음은 점점 더 옅어진다. 고도가 높아지며 계절이 거꾸로 간다. 칠선폭포에서 잠시 쉰다. 온 몸에 흐른 땀이 식는다. 계곡을 건넌다. 작은 표지판을 따라 간다. 20~30분 정도 오르니 물줄기가 갈라진다.
대륙폭포다. 요란한 물소리에 몸이 빨려든다. 수량도 풍부하고 낙차도 크다. 웅장하고 경쾌하다. 계곡에서 숲 사이로 바라볼 때 한층 더 그림 같다. 삼층폭포도 빼놓을 수 없다. 수십 m에 이르는 바위 사이를 흘러 3층으로 떨어진다.

내 발걸음 하나가 역사로 새겨진다. 폭포의 앞까지 최대한 다가간다. 폭포가 떨어지며 내는 포말 음이 우렁차다. 처음 보는 아름다운 절경이 계속된다. 삼층폭포와 대륙폭포에 오래 머문다. 위로 오를수록 협곡이 점점 좁아진다.

마폭포를 지난다. 마지막 폭포다. 길은 여기서 다시 막힌다. 탐방 예약을 한 사람만 들어설 수 있다. 국립공원 직원이 문을 열며 줄을 걷어낸다. 다시 통제 데크 문을 지난다. 가쁜 숨을 고르며 가파른 비탈길을 오른다.

한 시간 정도 지나 고갯마루다. 전혀 다른 세계가 눈앞에 펼쳐진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다. 조릿대(산죽) 군락지가 곳곳에 있다. 큰 바위를 넘어서자 올라오면서 본 것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저 멀리 계곡 끝이 손에 잡힐 듯하다.

둘레 3m의 주목

짙은 이끼와 양치류가 고목을 덮는다. 주목 한 그루가 위용을 뿜어낸다. 어른 3명이 팔을 벌려야 잡을 수 있다. 원시시대 숲처럼 녹색 세상이 이어진다. 극강의 된 비알이 턱 버티고 막아선다. 고된 오르막은 천왕봉까지 계속된다.

등산로엔 돌이끼가 뒤덮여 있다. 마치 원시인의 옷차림을 보는 듯하다. 계곡 전체가 가히 자연박물관이다. 오를수록 경사가 점점 더 급해진다. 군데군데 아직 녹지 않은 얼음덩이도 보인다. 험준한 고통의 전주를 알린다.

몸을 들여놓기가 쉽지 않다. 길이 갈수록 흐려진다. 거칠고 투박한 산길을 이어간다. 때때로 산죽 밭 좁은 길을 헤치며 걷는다. 때론 밧줄에 의지해 바위를 넘나든다. 그래도 한 가지는 분명하다. 가쁜 숨에도 탄성이 끊이지 않는다.

비밀의 길 같은 느낌이다. 호젓함을 넘어 적요해진다. 길 위에는 습지와 신록의 나무가 무성하다. 초록의 풀들이 가득하다. 경사도 60도가 넘는 고난도 구간을 지난다. 마침내 천상을 기대케 하는 '천국의 계단'을 오른다.

천왕봉 정상 표지석

연신 가쁜 숨으로 헐떡댄다. 코가 땅에 닿을 듯 애써 몸을 낮춰 간다. 7시간 반 만에 천왕봉 꼭대기에 이른다. 평소 산행 때와 다른 만족감이 밀려온다. 정말 기쁘고 정말 힘든 산행이다. 첩첩산중 보며 황홀한 매력에 빠진다. 오후 3시 천왕봉에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넘쳐나던 인파풍경을 봐온 탓에 낯설다. 칠선의 감동이 더욱 진하게 밀려온다. 한동안 고고한 평화로움을 만끽한다. 지나온 계곡 길의 윤곽을 되짚어 본다. 칠선계곡이 내는 우렁찬 소리를 즐긴다.

천왕봉에서 지리산군을 천천히 둘러본다. 산객의 땀방울이 하나씩 모여 산행을 완성한다. 인내가 쌓여 지혜를 만든다. 지혜(智慧)의 산에 들어 반야(般若)를 만난다. 온갖 시름이 말끔히 사라진다.

글·사진=함우석 주필

[취재후기] 칠선계곡

5월, 지리산은 봄이 한창이다. 저마다 다른 연두와 초록으로 반짝인다. 물가에 산철쭉이 어울려 꽃길을 연다. 물줄기는 봄날의 동화처럼 눈부시다. 휘감아 도는 모퉁이 마다 연분홍 꽃이 핀다. 그 사이 사이로 연둣빛이 번진다.

칠선계곡엔 신비감과 은밀함이 공존한다. 철마다 다른 풍경을 선물한다. 7폭(瀑) 33소(沼)와 담(潭)으로 일컬어진다. 가는 곳마다 절경이다. 비가 내린 직후 가장 아름답고 화려하다. 선녀탕에서 마폭에 이르는 골짜기가 눈이 부시다.

칠선계곡은 지리산의 계곡 중 가장 길다. 계곡의 끝이 천왕봉에 닿아 있기 때문이다. 천왕봉에서 추성동까지 길이는 9.7km다. 최소 산행 거리만 따져도 추성동에서 장터목대피소까지 11.4km다. 로타리대피소까지는 11.7km다.

올라가는 경우 대략 7~9시간 정도 걸린다. 주로 마폭포에서 주릉까지(도상 거리 약 2km)에서 차이가 난다. 체력에 따른 산행 시간 편차가 2시간이나 된다. 마지막 구간은 코가 닿을 듯한 급경사가 계속된다. 그만큼 험한 골짜기다.

칠선계곡 등산로는 지난 1997년 태풍 '사라'로 사라졌다. 1998년부터 출입이 통제됐다. 2005년까지 7년 간 비법정 탐방로로 지정됐다. 2006년부터 비선담까지 개방됐다. 2016년부터는 매주 60명을 한정해 탐방을 허가하고 있다. 칠선계곡은 현재 생태계 보호와 계곡 오염 방지를 위해 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관리되고 있다. 5~6월과 9~10월 넉 달간 탐방예약제를 통해서만 개방된다. 칠선계곡을 탐방하려면 인터넷 예약을 서둘러야 한다.

탐방은 크게 두 코스로 나뉜다. 월요일 올라가기 코스는 오전 7시(탐방객은 30분 전 도착) 추성주차장에서 출발한다. 삼층폭포를 지나 천왕봉에 오른다. 편도 9.7km로 8시간 정도 걸린다. 산행 숙련자에게 추천할 만하다.토요일 되돌아오기 코스는 오전 8시(탐방객은 30분 전 도착) 추성주차장에서 출발한다. 삼층폭포까지 갔다가 추성주차장으로 되돌아온다. 왕복 13km로 약 7시간 정도 걸린다. 가볍게 산행에 나서는 초보자에게 적합하다.

칠선계곡은 지리산의 비경이다. 설악산 천불동계곡, 한라산 탐라계곡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계곡 전체가 가히 자연박물관이다. 수많은 생명을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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