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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클린마운틴(비대면) - 낙동강 세평하늘길

휴식과 치유가 공존하는 자연의 길
낙동강 상류 협곡의 비경 품은 오지
은빛 물결과 푸른 숲 따라 유유자적

  • 웹출고시간2022.03.17 16:33:54
  • 최종수정2022.03.17 16:33:54

낙동강 하늘세평길은 봉화의 대표적인 트레킹 코스다. 강원 태백과 경북 봉화 사이의 깊은 골을 지난다. 일찌감치 세상과 거리를 둔 오지(奧地) 두메길이다. 첩첩산중으로 둘러싸여 세 평의 하늘만 보이는 곳이다. 그만큼 첩첩산중 산간벽지란 풍유이자 은유다. 그런 곳에서 청량한 자연의 한복판으로 길이 난다. 산 마루금과 하늘 금이 포개지고 갈라진다. 백두대간의 봉우리들이 파도처럼 일어선다.

ⓒ 함우석 주필
[충북일보] 3월 11일 새벽 청주를 떠난다. 이른 오전 경북 봉화 분천역에 닿는다. 산타마을 식당에서 아침을 먹는다. 시장기를 만족시키는 기막힌 국밥이다. 때 묻지 않은 인심이 오감을 만족시킨다. 낙동강 세평하늘길 들머리를 찾는다.

분천역 철길을 왼편에 두고 마을길을 따른다. 바람이 시원하다. 걷기에 딱 좋은 날씨다. 낙동강을 가로지르는 비동1교를 지난다. 잘 생긴 소나무 오솔길을 만난다. 비동2교를 건넌다. 강변 따라 봄기운이 느껴진다. 잿빛의 교목과 잡목에 물이 오른다. 왕버드나무가 이리저리 흔들린다. 강물소리와 바람소리가 하모니를 이룬다.

협곡열차

태고부터 약속해 둔 강을 따라 길이 난다. 험준한 협곡과 시원한 물길을 간직한다. 첩첩산중 굽이 흐르는 풍경이 수려하다. 산골 오지 고립의 공간이 꽤나 자유롭다. 맑고 시원한 고립감이 참으로 여유롭다. 낙동강 상류에서 산길 물길이 발원한다. 바람이 좀 불어도 걷기에 딱 좋다. 세평하늘길에 봄이 내려와 따뜻하다.

백두대간 협곡이 수많은 절경을 숨긴다. 깨끗한 숲길과 맑은 물길이 쭉 이어진다. 강을 따라 어우러진 철길이 매력적이다. 결코 인위적 아름다움에 그치지 않는다. 기암 사이로 강물이 이리저리 굽이친다. 절경과 여울을 담은 한 폭의 그림이 된다. 봄을 재촉하는 물소리가 잔 운율을 탄다. 강물 따라 물소리가 서정을 선물한다.
강을 따라서 철길 밑으로 길이 이어진다. 마음이 살찐다는 비동(肥洞)역에 닿는다. 역사(驛舍)도 없는 역이 덩그러니 외롭다. 역사 알리는 하얀 표지판만 혼자 서 있다. 터널로 이어진 철길이 먼 세계로 이끈다. 이야기 자체가 시적인 스토리텔링이다. 작은 수고 하나가 더 없는 즐거움을 준다. 길손들의 가슴에 따스함을 느끼게 한다.

체르마트길이라 붙여진 길에 들어선다. 낯선 이름의 둘레길이 특이하게 맞는다. 오지산간마을의 정취가 물씬 묻어난다. 스위스 최고의 산간 휴양지 이름과 같다. 머리 들어 하늘 보니 하늘에 철길이 난다. 회색 기둥 녹색 난간의 철길이 굽이친다. 그 위로 빨간 협곡 열차가 천천히 달린다. 아래선 햇볕 받은 물결이 곱게 반짝인다.

양원역사

발아래로 시원한 강물이 흐른다. 강줄기를 내려다보며 철교 위를 걷는다. 가장자리에 낸 보도에서 영화적 감상을 한다. 터널 오른편으로 난 가파른 산길을 따라간다. 울창한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하다. 숨을 헐떡이며 가파른 언덕을 넘어선다. 발아래서 물줄기가 굽이친다. 백두대간의 험준한 산하를 구불구불 돌고 돈다.

산길을 내려서니 용골 쉼터에 인적이 없다. 잠수교와 철교 아래를 지난다. 국내 최초의 민자 역사로 불리는 양원역에 닿는다. 잠깐 다리쉼을 하고 길을 잇는다. 백두대간 협곡을 따라 걷는 비경길이 이어진다. 낙동강 상류의 속살을 파고드는 오지다. V 자형의 협곡 물길을 따라 열차가 달린다. 굽이쳐 흐르는 물줄기가 장관이다.

출렁다리

데크 계단을 오른 뒤 출렁다리를 건넌다. 세평하늘길 최고의 비경이 이어진다. 인적이 잦아들자 자연의 소리가 풍성하다. 풍경소리와 함께 강물이 찬란히 흐른다. 산 그림자의 작은 속삭임이 넋을 뺏는다. 달리는 협곡열차가 주변 운치를 더한다. 하얀 기관차가 붉은 객차를 매달고 간다. 협곡 따라 천천히 달리며 신호를 보낸다.

하얗게 칠한 기관차가 백호(白虎)와 같다. 붉은 색의 객차는 진달래를 연상시킨다. 연인처럼 마주한 연인봉을 바라본다. 설홍선녀와 남달의 사랑을 떠올린다. 몇 차례 굽이쳐 흐르는 강을 돌아 나간다. 거북을 닮은 바위와 봉우리가 봉긋하다. 어느새 철길과 다시 만나 나란히 걷는다. 여유롭게 걷는 부드럽고 평탄한 길이다.

열두 선경을 잇는 자연 속으로 빠진다. 백두대간 협곡을 따라 이어진 길이 정말 아름답다. 오로지 두 발로만 갈 수 있는 오지 중 오지다. 두메 중의 두메다. 협곡 양편으로 거대한 석회암 절벽이다. 곧게 뻗은 금강송들의 자태가 우람하다. 크고 작은 기묘한 바위에 마음을 빼앗긴다. 옥색 빛을 띤 강물은 속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철교 아래를 지나 나무계단을 오른다. 협곡 절벽 가장자리로 아슬아슬한 통로가 난다. 태극물길 전망대에서 협곡을 감상한다. 백두대간의 웅장한 산세가 느껴진다. 긴 세월 굽이쳐 흐르는 낙동강 물줄기가 압권이다. 협곡열차가 터널 속으로 숨었다 나온다. 강물 위로 달리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마치 한 장의 멋진 엽서 같다.

승부역사

여러 형상의 바위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머리에서 가슴까지 시원한 자연의 소리가 들린다. 흐린 안개 뒤에서 아련한 봄이 손짓한다. 바람이 시원한 자리에서 걸음을 멈춘다. 가슴이 뻥 뚫리는 조망에 감탄이 나온다. 시간의 깊이를 쉽게 가늠하기 어렵다. 구름의 놀이터 황홀한 선계다. 푸른 바람에 골짜기가 일렁인다.

절벽 모퉁이를 돌아 출렁다리를 건넌다. 강바닥 길과 오솔길이 이어진다. 승부역과 양원역, 분천역을 알리는 이정표가 반긴다. 철교 아래를 지나니 용관바위가 우뚝 솟는다. 뒤쪽으로 비룡산이 병풍처럼 둘러쳐 있다. 오른편 오르막길을 오르면 승부역이 보인다. 왼쪽 잠수교 방향은 배바위 고개로 넘어가는 산길이다.

신선이 노니는 듯 유유자적 하며 걷는다. 강물에 반짝이는 은빛 물결이 평화롭다. 물가에 불어온 한낮 봄바람이 싱그럽다. 금빛 억새 흔들림이 계절 변화를 알린다. 따사로운 햇볕에 고즈넉함이 더 커진다. 이즈음 봄은 색과 향으로만 오지 않는다. 벌 소리가 요란하지 않아도 매화는 핀다. 생강나무의 꽃봉오리가 잔뜩 힘을 준다.

3월의 얼음폭포

은빛 계류 따라 자연 속에 동화된다. 햇볕 받아내는 물결이 비단처럼 흐른다. 물소리와 산바람의 협주가 잘 어울린다. 포장길 지나 숲 풍경이 확연히 달라진다. 하늘도 세평이고 꽃밭도 세 평 만큼이다. 그만큼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산두메다. 기암괴석과 울창한 숲이 비경을 만든다. 강물에 잠긴 산 그림자 미소가 잔잔하다.

바람의 노래가 낙동강에도 봄을 부른다. 억새의 노래 잦아들며 내일로 넘어간다. 계절의 지체로 봄맞이 조바심이 커진다. 남도에서 시작되는 꽃 소식이 북상한다. 바람과 햇살이 동무 삼아 함께 걸어간다. 산골 아낙들이 삶의 빛을 향해 나아간다. 자연은 살아 숨 쉬는 모습 자체가 위로다. 세평길 하늘안색이 수시로 바뀐다.

고적함을 밟으며 승부역에 도착한다. 어묵탕에 좁쌀막걸리 한 사발로 목을 축인다. 협곡열차(V-train)를 기다리며 주거니 받거니 한다. 하얀 머리의 붉은 열차가 역을 비집고 들어온다. 모든 이야기의 시작이 길 위에 놓인다. 낮선 풍경마저 시가 된다. 파란 하늘 위 흰 구름과 흰 빛이 조화롭다. 열차에서 내려다보는 산천이 새롭다.

세평하늘길에서 우주만큼 넓은 기운을 얻어간다. 하루의 끝에서 커다란 선물을 받는다.


글·사진=함우석 주필

<취재후기>분천역에서 승부역까지

경북 봉화군은 대표적인 오지다. 지도를 보면 이해가 빠르다. 백두대간과 백두대간에서 태백산(1566m)을 기점으로 갈라진 낙동정맥에 둘러싸여 있다.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의 고봉들 사이에 낀 산악분지 지역이다. 봉화에서도 소천면 분천리와 석포면 승부리가 오지 중의 오지다. 두 마을은 옆 마을이지만 생활권이 서로 다르다. 두 마을 사이를 가로막는 거대한 산줄기 때문이다. 분천역에서 승부역까지는 12.4㎞다.

두 마을을 바로 잇는 교통편이 영동선 기차였다. 기찻길은 터널을 뚫어 산을 통과했다. 하지만 찻길은 산줄기를 한참 에둘러 났다. 두 마을을 잇는 기찻길은 12㎞다. 찻길은 44㎞나 된다. 분천리와 승부리에는 일찌감치 기차가 다녔다. 1956년 경북 영주와 강원도 철암을 잇는 영암선이 개통하면서 두 마을에도 기찻길이 놓여졌다.

이 기찻길을 따라 '낙동강 세평하늘길'이 놓여 있다. 승부역에서 시작해 양원역을 거친 다음 분천역에서 끝난다. 낙동강 물길과 기찻길, 걷기여행길이 나란히 누워 있다. 이 세 길 중에서 걷기여행길이 가장 최근에 생겼다. 2013년 4월 백두대간 협곡열차(V-트레인)가 개통했다. 비로소 걷기여행길도 완성됐다.

낙동강 세평하늘길은 낙동강 물길과 영동선 철길을 따라 걷는 느림의 길이다. 1코스 낙동비경길(5.6㎞), 2코스 체르마트길(2.2㎞), 3코스 비동·분천 구간(4.3㎞)으로 구성돼 있다. 각 코스의 시작점과 종점이 기차역이다. 1코스는 승부역에서 양원역까지, 2코스는 양원역에서 비동승강장까지, 3코스는 비동승강장에서 분천역까지다.

낙동강세평하늘길 시작점은 바로 승부역이다. 하얀 기관차가 붉은 관광열차를 달고 달린다. 천천히 낙동강과 협곡을 따라 손짓한다. 그림처럼 달려 운치를 더해 준다. 평균 시속 30㎞의 느린 속도다. 차창 밖으로 낙동강 비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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