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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클린마운틴 특별기획 - 더 뜨거운 네버엔딩 스토리를 꿈꾼다

에필로그

  • 웹출고시간2018.08.05 15:52:02
  • 최종수정2018.08.05 15:52:02

꽃구름의 왼쪽 윈난성에 닿는다. 파란 하늘 하얀 설산이 웅장하다. 만년설이 푸르게 하얗게 빛난다. 곧바로 낭만적인 여행지를 본다. 매력적 광경은 쉽게 볼 수가 없다. 샹그릴라 언덕에 서야 가능하다. 오색 들꽃들이 장관을 선물한다. 티베트 초원 위를 한없이 덮는다. 노란 유채꽃이 환하게 웃는다.

ⓒ 함우석 주필
[충북일보] ◇지나온 길을 다시 살피다

인천공항에서 청두로 출발할 때가 엊그제 같다. 그런데 벌써 한 달이 넘었다. 떠나기 전 영국작가 제임스 힐튼(James Hilton)에 매달렸다. 그가 1933년 발표한 '잃어버린 지평선(Lost horizon)'을 골똘히 봤다.

태양은 아침에 뜨고, 저녁에 진다. 똑같은 일을 365일 변치 않고 반복한다. 그 과정에서 지구 위 곳곳에 신비가 만들어진다. 이번 동티베트 여행은 태양이 만들어낸 신비의 변곡점 찾기였다. 산과 숲, 물과 바람 등 자연의 생몰을 찾아본 역정이었다.

나시객잔 알리는 표지석

ⓒ 함우석 주필
중국 스촨의 서부지역은 장족자치구다. 동티베트 여행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외국인에게 여행이 허락된 시점은 불과 10여 년 전이다. 짧은 역사에도 이미 꿈의 여행지가 됐다. 신비감을 주는 야딩의 태고적 자연비경 때문이다.

꽃구름의 남쪽, 윈난은 더 신비롭다. 신들과 가까이 있는 곳이다. 식물의 왕국, 꽃의 왕국이다. 채운지남(彩雲之南)의 뜻을 알게 된다. 호도협 따라 걷는 차마고도(茶馬高道)는 압권이다. 위룽쉐산이 돌보는 리장고성은 보석이다.

장족들과 함께 춤을

ⓒ 함우석 주필
열흘간의 낭만적인 여행지를 복기한다. 지나온 길을 다시 헤아려 본다. 산이 좋아 배낭을 쌌고, 꼬박 열흘을 걸었다. 하늘 아래 길에서 긴 시간 짧은 시간을 보냈다. 허리통증도 참을 수 있을 만큼 행복했다. 낙원이 준 선물이었다.

때론 햇살 내려앉은 푸른 숲길을 걸었다. 때론 맑은 영혼의 땅에 머물기도 했다. 고원 호수에선 마음이 자유로워지는 법을 배웠다. 매혹적인 물빛에 반하고 설산에 경배하길 거듭했다. 파란 하늘과 하얀 설산, 장엄한 호수는 아름다웠다.

초르텐 위에 날리는 타르초

ⓒ 함우석 주필
산을 내려온 지금도 몸과 마음은 파란 하늘 아래서 굽이굽이 흘러간다. 점차 하늘과 땅의 경계가 허물어진 길로 들어선다. 마침내 신들이 숨겨놓은 땅에 닿아 머리를 숙인다. 신이 깃들어 사는 영혼의 안식처에 감사한다.

오색의 룽다와 타르초가 흔들린다. 부처님의 말씀이 바람을 타고 흐른다. 마음이 치유되는 곳이다. 기적 같은 선물이다. 험난한 여정이 주는 진한 행복이다. 묘한 떨림이 계속된다. 설국의 설산에 시선이 멈춘다.

숨이 막힐 듯 적막한 세계다. 푸른 빛 고원으로 초대에 기꺼이 응한다. 마침내 찾은 샹그릴라다.

옴마니반메훔이 새겨진 마니석

ⓒ 함우석 주필
◇사천항공 사태 마음에 새기다

6월30일 산을 내려간다. 비가 그친다. 오후 4시10분 리장공항으로 출발한다. 1시간 정도 지나 공항에 도착한다. 가이드의 두 눈이 두리번거린다. 불안한 모습이다. 직감적으로 뭔가 잘못됐음을 느낀다.

불행의 예감은 언제나 정확하다. 청두 행 비행기 연착 소식이 들린다. 일행들의 낯빛이 어두워진다. 걱정은 점점 커져 불안으로 바뀐다. 밤 10시 불안했던 우려가 현실로 다가왔다. 공항 분위기가 우울 모드로 급변한다.

오후 5시20분 비행기는 이미 물 건너갔다. 밤 10시가 넘도록 출발하지 못하고 있다. 청두에서 인천으로 출발도 불안해진 상황이다. 비행기 연착이 무려 5시간을 넘고 있다. 태풍 탓이라고 한다. 그런데 중국인들은 무덤덤하다.

중국인들은 대형TV서 중계되는 월드컵 골에 격하게 환호한다. 우리의 불안감은 중국인들의 월드컵 열기에 비례해 커져갔다. 결국 인천행 비행기마저 탈 수 없게 됐다. 다음 날 그 다음 날 티켓도 확보하지 못했다.

인천으로 향하는 비행기는 이미 전석 매진이었다. 여행 마지막 날 벌어진 끔찍한 상황이었다. 모든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인천공항 입국 스케줄까지 무산이 됐다. 일행의 예정된 귀국은 이미 불가능한 일이 됐다.

리장공항의 밤은 길기만 했다. 동지나에서 불어온 태풍 소식에 더 불안하기만 했다. 여전히 항공기 이륙은 불가능할 것 같았다. 사천항공사 직원의 별다른 언급이 없었기 때문이다. 서울과 청주에서 일도 점점 걱정됐다.

하염없이 기다리는 지루한 시간이 이어졌다. 시계 바늘이 날짜를 바꾸는 순간이었다. 밤 12시가 다 됐다. 마침내 대체항공기 마련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밤 12시20분 아주 급하게 탑승했다. 그리고 다음날 새벽 1시50분 청두공항에 도착했다.

승객들은 빠르게 내렸다. 우리 일행들은 비행기에서 내리기를 거부했다. 무책임한 사천항공에 대한 무언의 항의였다. 사천항공은 비행기 연착과 관련해 아무런 사전 통보도 하지 않았다. 양해도 구하지 않았다. 그저 기상 때문이란 말만 되풀이 했다.

무리한 운항으로 인한 기체결함 등에 대해선 끝내 인정하지 않았다. 책임자로 보이는 사람과의 대화도 소득 없이 끝났다. 아쉽지만 사천항공이 제공하는 숙소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이때가 새벽 2시50분이었다. 숙소 상황은 욕이 나올 정도였다.

7월1일 오전 8시10분 사천항공 숙소를 나왔다. 사천항공은 끝내 사과의 말 한 마디 하지 않았다. 아침 식사는 한식으로 했다. 식사를 마치고 낮 12시10분 청두에서 북경으로 출발했다. 오후 3시 북경 수도공항에 도착했다.

현지가이드의 순발력과 친화력으로 기분은 좀 나아졌다. 하지만 우리는 항공료 보전은커녕 되레 추가경비를 부담하게 됐다. 북경으로 이동해 귀국 비행기를 타야 했기에 경비가 늘어났다. 천신만고 끝에 북경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오후 6시15분 마침내 김포행 비행기로 갈아탔다. 리장공항에서 벌어진 비행기 연착 사태를 떠올린다. 사천항공사의 태도도 다시 되짚어본다. 중국의 국격을 크게 떨어트린 일이었다.

함께 한 사람들

ⓒ 함우석 주필
◇다시 꿈을 꾸는 시간이다

7월 마지막 주말 어머니의 그리움 같은 피아골을 다녀왔다. 동티베트 여행을 함께했던 산우들과 다시 만났다. 시인 류시화의 '길 위에서의 생각'을 걷는 내내 떠올렸다. 이미 오래 전부터 내 생각을 꿰뚫어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이른 새벽 호도협 중도객잔의 바람이 그리워진다. 시간이 절벽을 뚫고 다시 하늘로 향한다. 억매이지 않는 마법의 시간이었다. 크로노스가 만든 역사를 들여다본다. 시간에 의미를 부여해 준 카이로스에 감사한다.

동티베트 여행에 값진 의미를 담는다. 인연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한다. 일행들의 한 마디 한 마디에 귀 기울여 소화한다. 웃는 표정 하나도 놓치지 않는다. 반짝반짝 윤이 나지 않더라도 꼭 간직해야 할 기억이다. 일행 모두의 인생에 소중한 기억이었으면 한다.

세상엔 수많은 갈래 길이 있다. 하지만 이정표가 없는 시대다. 하나의 문제를 놓고 몇 가지의 축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나 말고도 많은 이들이 이번 여행에서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 감동을 받거나 웃음을 되찾았다면 한다.

세상의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너무 빨라 10년 후는커녕 1년 후를 대비하기도 어렵다. 당연히 기준이 있을 수 없다. 그저 하고 싶을 때 하면 된다. 욕망의 나침반을 따라 나아가면 된다. 세상은 결국 그렇게 바뀐다.

역사는 늘 그렇게 말한다. 관목들은 겹겹의 만년설에서도 산다. 죽는 법도 배운다. 우리는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걸 즐겼다. 마음껏 느끼고 감동했다. 차마고도에 얽힌 수많은 스토리를 알게 됐다. 리장고성의 아픈 사연도 알게 됐다.

무엇보다 자연의 위대함을 알 수 있었다. 위대한 기억은 처음도 끝도 없다. 확신과 불신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이제부터라도 당당한 삶을 살면 된다. 마음이 가는 길로 가면 된다. 그게 부끄럽지 않게 사는 사는 법이다.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자신감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그게 청춘 같은 삶의 태도다. 여행은 우연의 기회이다. 하지만 여행자는 그 기회를 다시 즐기고 자기 것으로 만들 줄 알아야 한다. 다시 배낭을 싸고 신발 끈을 조여 맬 줄 알아야 한다.

아직도 눈을 감으면 중도객잔의 밤하늘이 떠오른다. 하바쉐산에서 흘러내리는 관음폭포의 장관이 그려진다. 야딩의 진주해와 우유해, 그 무수한 별들까지도 잊을 수 없다. 어떤 말로도 표현하기 힘든 순간들이 내 가슴에 남아 숨 쉰다.

더 벅차고 뚜렷한 감동을 위해 다시 꿈을 꾼다. 네버엔딩 스토리(never ending story)을 계획한다. 쓸모없음의 쓸모를 찾아 나서려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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