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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8.03.25 17:26:31
  • 최종수정2018.03.25 17:26:31

편집자

봄이 시작되는 계절에 남녘 끝을 찾는다. 이미 봄이다. 꽃샘추위가 매화나무 꽃잎을 떨어트린다. 그 옆에서 하얀 벚꽃이 꽃망울을 터트린다. 노란 유채꽃이 은근한 향기를 풍긴다. 마늘밭은 이미 짙푸르다.

걷기를 반복한다. 곧은 길, 굽은 길, 갈림 길을 이어 간다. 길 모양 따라 풍경이 변한다. 마음 속 느낌도 달라진다. 충북일보클린마운틴 회원들의 얼굴이 환하게 빛난다. 봄맞이에 발그레 달떠 탄성을 지른다.

봄날의 발걸음이 사부작사부작 소리를 낸다. 남해 바래길이 자연 그대로의 풍경을 선물한다. 해안을 끼고 있는 밭마다 마늘과 시금치 천지다. 해풍을 맞고 자라 초록 기운이 왕성하다. 걷는 내내 마늘 향과 갯내음이 귓불을 스친다. 가천 다랭이마을 풍경이 그림 같다.

ⓒ 함우석 주필
[충북일보] 2018년 3월 24일 오전 11시 평산항 주차장에 들어선다. 아담한 포구가 눈에 들어온다. 바래길 1코스 들머리는 평산1리 회관 옆쪽으로 돌아간다.

익숙한 디자인의 안내판이 보인다. 마을 뒷산을 넘어간다. 시원한 바다 조망이 펼쳐진다. 걷기에 아주 좋다. 편안함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다. 마늘밭이 파랗게 펼쳐진다. 붉은 황토에 파릇한 마늘잎의 대비가 아름답다.

쪽빛 바다와 어우러져 시원하다. 초입부터 마음에 쏙 드는 풍경이다.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한 걸음 물러서 더 아름답다. 밭 하나, 논 하나가 예사롭지 않다. 수 만 번의 손길이 만든 '남해의 걸작'이다.
ⓒ 함우석 주필
한참을 걷다 보니 바래길 바래지기 전화번호가 보인다. 주변에 화장실도 있고 쉼터도 있다. 잠시 다리쉼을 한다. 눈앞에 소죽도가 정말 작게 보인다. 독살(전통적 물고기 잡이 방식)을 품은 해안 풍경이 예스럽다. 색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해안 길을 접고 포근한 흙길로 들어선다. 작은 고개 넘으니 유구마을이다. 바닷바람이 제법 세차다. 따뜻한 봄바람이라기엔 좀 세다 싶다. 마을에서 만나는 돌담 풍경이 정겹다. 이채로운 풍경이다. 여기서도 마늘이 쑥쑥 자란다.

범 머리를 알리는 이정표가 눈에 띈다. 평산항에서 2.2km 왔음을 알린다. 사촌해수욕장까지는 4.8km가 남았다. 전망 좋은 작은 동산으로 향한다. 죽도와 소죽도 등이 아름다운 그림을 그린다. 탁 트인 풍경이 시원하다.

다시 해안선을 따라 간다. 처음으로 숲길을 만난다. 제법 운치 있는 길이다. 데크가 바다 풍경과 어울린다. 해안과 숲을 몇 차례 바꿔 걷는다. 날씨 탓에 풍경이 선명하지는 않다. 그래도 아스라한 느낌이 좋다.

옛 해안초소

ⓒ 함우석 주필
잠시 멈춰 숲 한가운데서 호젓함을 즐긴다. 건너편으로 독산이 보인다. 호두산과 독산 사이에 조그만 해수욕장이 예쁘다. 맑은 물과 파란 바다색이 잘 어울린다. 해수욕장을 지나 독산을 넘는다. 조릿대 터널을 지난다.

오솔길을 넘어서니 사촌해수욕장이 눈앞에 펼쳐진다. 해안선이 아주 길게 이어진다. 크고 작은 돌들이 반긴다. 철석거리는 소리가 생명의 맥동으로 들린다. 해안가 돌에 붙은 해초의 녹색이 선명하다. 자연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색감이다.

비릿한 냄새에서 바다의 봄이 느껴진다. 돌을 밟고 넘어 사촌해수욕장에 도착한다. 아직은 한적하다. 잠시 앉아 바다 저편을 바라본다. 마음에 평화가 깃든다. 편안함이 잔잔한 파도로 밀려온다. 여유롭게 향촌 마을로 향한다.

남해 진달래꽃 만개

ⓒ 함우석 주필
활짝 핀 동백꽃이 정열적으로 환영한다. 매화는 벌써 꽃을 지우고 있다. 벚꽃이 금방이라도 터질 듯 꽃망울을 머금고 있다. 화려한 계절을 준비를 하고 있다. 당산 느티나무도 푸른 잎을 틔우려 기지개를 켜고 있다.

선구 마을로 들어선다. 몽돌 해안이 보인다. 만나는 마을마다 작은 포구를 품고 있다. 바닷물 부딪히는 소리가 감미롭다. 모든 게 평온하기만 하다. 눈에 보이는 모든 생명들이 잠시 쉬는 듯하다. 길게 정적이 흐른다.

향촌 마을을 지난다. 운치 있는 마을길을 따라 걷는다. 1024번 지방도에 다다른다. 설흘산 능선 쪽으로 길을 잇는다. 왼편으로 설흘산이, 오른편으론 파란 바다가 펼쳐진다. 바래길의 개성을 제대로 보여준다.

마늘잎향이 비릿한 바다 향과 합쳐진다. 알싸하다. 조금은 가파르고 거친 산길을 내달린다. 다시 1024번 지방도를 만난다. 여유로운 발걸음을 잇는다. 조금 더 내려간다. 다랭이 마을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탁 트인 남해 풍경이 다랭이 논과 어우러진다. 멋지다. 봄이다. 바람이 스친다.

충북일보클린마운틴 단체사진

ⓒ 함우석 주필

취재후기 - 바래길은 생명의 길

남해 바래길은 2년 전 문화생태탐방로로 지정됐다. 다랭이지겟길로도 불린다.

평산항 선착장 옆에서 시작된다. 1코스 종점은 가천 다랭이마을이다. 평산항은 아담한 포구다. 규모는 작지만 오래된 마을이다. 일몰 풍경이 좋아 화가들이 즐겨 찾는다. 항구 가까이엔 작은 섬들이 옹기종기 떠다닌다.

걷기 시작하면 초입부터 감성이 솟구친다. 짙푸른 바다 풍경에 압도된다. 걷는 내내 행복해 어쩔 줄 모른다. 고즈넉함조차 고맙다. 파란 봄동 배추와 마늘밭은 담백하고 시원하다. 개발이 더딘 탓에 해안선이 그대로 살아있다.

남해의 어머니들이 하나 둘 보인다. 물때에 맞춰 소쿠리와 호미를 들고 갯벌이나 갯바위로 나간다. 물질하는 해녀도 눈에 띈다. 해질녘 해초류와 낙지, 문어, 조개들을 한 가득 담아 집으로 돌아온다. 모두 가족을 위한 모습이다.

바다가 준 선물은 때론 국이되고 무침이 된다. 어떤 건 말려서 도시락 반찬이 된다. 그래도 남으면 시집 간 딸래미(딸) 집에 보내진다. 어머니들은 대량 채취를 하지 않는다. 일용에 필요한 양 만큼만 채취한다.

'바래'는 어머니들의 그런 작업을 이르는 말이다. 그리고 바래길은 어머니들이 이 일을 위해 들고 나던 길이다. 바다를 생명으로 여기는 어머니들의 숨소리가 있다. 가족의 생계를 위한 소쿠리와 호미의 수고로움이 함께 한다.

바래길은 생명의 길이다. 어머니들의 고된 삶이 묻어나는 길이다. 단순히 걷는 것만으로 만족하는 길이 아니다. 선조들의 삶을 배우는 각종 체험 장이다. 어촌생활과 바래의 수고를 체험 할 수 있다. 선조들의 억척스러운 삶을 느낄 수 있다.

바래길은 강인한 생명력을 품고 있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고된 삶의 이야기가 짙게 배어있다. 다랭이 논을 일군 고단한 삶도 품고 있다. 급하게 떨어지는 비탈이 삶의 나이테다. 한 줄 한 줄 세월의 이야기다.

가천마을 다랭이논엔 수고가 묻어 있다. 층층이 계단식 논을 일군 세월이 차곡차곡 담겨있다. 농사지을 땅을 얻기 위한 힘겨운 싸움이었다. 묘하게도 가천마을 다랭이논은 공식적으로 108개다. 108 숫자 안에 모든 게 들어 있다.

물론 아쉬움도 있다. 인색한 이정표는 정말 아쉽다. 초행자의 길 찾기가 쉽지 않다. 갈래 길에서 헛걸음하기 쉽다. 저 아래 길이 보이는데 내려갈 길을 찾을 수 없다. 팬션 뒤편 산으로 돌아가는 길도 찾기가 어렵다.

물론 지금의 불편을 모두 받아들일 수 있다. 감수할 수도 있다. 길이 주는 호젓함 하나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남해 바래길은 지금도 걷는 내내 행복을 선물한다. 그래도 남해군이 약간의 수고를 더하면 좋겠다.

이왕 나선 남해군이다. 남해 바래길을 찾는 사람들은 점점 더 는다. 조금만 더 신경써줬으면 한다. 조금만 더 투자했으면 한다. 바래길을 처음 낼 때 심정으로 다듬기를 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봄날 바래길이 더 행복할 것 같다.

길섶에 노란 민들레가 방실방실 웃는다. 발걸음을 멈추고 한참을 머문다. 봄빛 일렁이는 남해 바래길에 행복이 깃든다. 느낌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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