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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클린마운틴 - 2023년 새해 산행 속리산

백두대간의 하얀 준령 압권
아침 상고대와 눈꽃 환상적
주능선까지 전투적인 오르막
야누스의 두 얼굴 백색 속리
새해 첫날 천왕봉 일출 허탕

  • 웹출고시간2023.01.05 17:35:01
  • 최종수정2023.01.05 17:35:01

천왕봉 이르는 능선 길이 하얀 눈밭이다. 한마디로 온통 눈꽃들의 설국(雪國)이다. 파란 하늘과 어울린 상고대는 신비롭다. 눈꽃과 상고대를 매단 가지가 춤을 춘다. 어떤 가지는 빙화(氷花)를 매달고 춤춘다. 겨울 산의 표정은 늘 눈과 바람이 빚는다. 산이 잠자는 사이 다양한 모습을 그린다. 까마득한 정적 속에서 풍경을 조각한다.

[충북일보] 새해 첫날 속리산에 눈이 소복하다. 1월 1일 이른 아침 일출 산행에 나선다. 상고암에서 오전 6시 30분 출발한다. 목적지는 천왕봉이다. 오르는 길이 온통 하얀 눈 세상이다. 낮이면 펼쳐지는 겨울장관을 새벽어둠이 감춘다. 찬바람이 강하게 분다. 헤드랜턴 불빛에 의지해 발걸음을 옮긴다. 하얀 눈 위를 내딛는 첫 걸음이다.

길을 잘못 들었다. 천왕봉이 아니라 비로봉 쪽으로 샜다. 눈길이 정말 험하다. 아니 길이 없다. 후회막급이다. 빽빽한 조릿대 위에서 러셀을 한다. 쌓인 눈을 밟으며 나간다. 능선에 닿기가 너무 힘들다. 시간이 많이 지체됐다. 결국 해맞이를 포기해야 했다. 불행 중 다행인지는 나중에 알았다. 새해 첫날 천왕봉 일출은 없었다.

새해 첫 산행은 속리에서 호되게 치렀다. 그래도 천왕봉 아래 준령들은 압권이다. 눈이 시릴 정도의 하얀 설경은 덤이다. 겨울 산의 진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낸다. 신선대 문수봉 경업대 청법대가 예쁘다. 비로봉 천왕봉 구간은 두말이 필요 없다. 헬기장 아래 하얀 산길은 정말 눈부시다. 천국길 오를 때의 숨 가쁨 같은 희열이다.

상고암 극락전

속리산에 내린 눈을 처음 밟고 지나간다. 푸른 소나무들이 차가운 눈을 이고 선다. 상고암의 하얀 겨울 풍경이 수묵화 같다. 먹의 농담만으로 그려낸 듯 채도가 낮다. 속리산 절집의 하얀 풍경이 고즈넉하다. 산새 소리가 아름다운 숲의 적막을 깬다. 꼿꼿하게 버티던 소나무가 바람에 운다. 많은 생명이 숨 쉬는 산속으로 안내한다.

길을 잘못 들어서 비탐방로로 올라간다. 한 시간 쯤 길게 오르니 눈이 깊어 힘겹다. 이마에 땀이 좀 나고 허벅지가 팽팽하다. 촘촘한 조릿대 위에 하얀 눈이 쌓인다. 느린 운행에 좀처럼 효과가 나지 않는다. 기진맥진한 끝에 하얀 능선에 다다른다. 바람이 지나면서 비로봉을 휙 비쳐준다. 멀리 백두대간 속리천왕봉이 희미하다.

겨울 속리산 위로 흰 눈이 소복이 쌓인다. 숨 가쁘게 걷다보니 암릉지대에 이른다. 산속 세상이 온통 짱짱하게 얼어붙는다. 풍부한 적설량이 빚은 설경이 아름답다. 소나무엔 초록의 기운이 남아 싱그럽다. 겨울 멋과 낭만을 만끽하기에 충분하다. 비로봉 아래 눈 덮인 상고암이 드러난다. 설산과 절집의 조화가 아름답게 빛난다.

발목까지 차오른 눈을 밟으며 올라간다. 추운 날씨에 내뿜는 하얀 입김이 뜨겁다. 설산은 늘 경이롭지만 위험이 도사린다. 아주 작아도 비밀스럽고 긴장감 넘친다. 찬 공기는 서스펜스 매력을 극대화한다. 눈 덮인 모습만으로도 해맑고 신성하다. 변화무쌍한 흰 구름의 조화가 오묘하다. 강추위가 푸른 아침과 붉은 놀을 만든다.

속리주능선까지 전투적인 오르막이다. 고되게 조릿대 숲 지나면 바로 신선계다. 세찬바람 가르며 능선 길에 하얗게 선다. 능선으로 들수록 풍경은 점점 고요하다. 인적 없는 아침 고요가 온몸을 휘감는다. 알려지지 않은 산길 적막함이 색다르다. 세찬 겨울바람이 가슴에 들어와 박힌다. 길을 잃은 산객 마음이 맑고 투명해 진다.

속리산 천년송

장중한 백두대간 능선이 길게 늘어선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남과 북을 잇는다. 속리산의 하얀 겨울 주능선이 장중하다. 능선의 오르내림에 조망도 밀당을 한다. 하얗게 얼어붙은 설산이 정말 눈부시다. 황홀하고 장엄하지만 때로는 처연하다. 모진 바람과 추위 앞에서 홀로 견뎌낸다. 운명을 감내하면서 절실하게 깨닫는다. 백색 속리산에 커다란 바위가 우뚝 선다. 흰 눈 내린 오르막이 가파르게 이어진다. 능선에 올라서자 속리 진가가 드러난다. 시원한 풍경이 스트레스를 날려버린다. 흐릿한 아침 날씨에 오묘한 기운이 든다. 멀리서 달려온 찬바람이 벌떡 일어선다. 구름떼가 산 주인처럼 능선을 점령한다. 속리산군에 밀려든 겨울 기세가 드세다.

속리산이 한 폭의 수묵화로 되살아난다. 눈과 비가 상고대를 빚고 눈꽃을 피운다. 눈 내린 날 산길 걷기는 침묵의 횡단이다. 겨울 대자연과 마주한 감동은 찬란하다. 하얀 상고대와 눈꽃들이 반갑게 맞는다. 숲속에 작은 기쁨과 작은 기적이 흐른다. 천왕봉이 구름 속에 희미하게 드러난다. 날이 흐려 주위 풍경이 잘 보이질 않는다.

어렵게 올라온 능선에는 온통 눈밭이다. 축 늘어진 소나무 풍채도 예사롭지 않다. 주변엔 키 작은 나무들이 줄을 지어 선다. 맨 얼굴과 맨 손 강타하는 칼바람이 분다. 오로지 바람만이 눈을 지배하는 세상이다. 새해 일출 놓친 산객이 서둘러 내려간다. 잠시 칼바람 견디며 한 컷을 기다려본다. 기대했던 동쪽의 붉은 해가 뜨지 않는다.

구름떼가 잔뜩 인상을 쓰며 뭉쳐 다닌다. 위를 올려보니 모두 커다란 바위 더미다. 눈 맞은 소나무가 용의 몸통처럼 힘차다. 곳곳에서 한 폭의 겨울 산수화를 만든다. 궂은 날씨에도 멋들어진 조화를 보인다. 달콤한 겨울 맛을 맛보며 느리게 오른다. 능선 바위지대는 간간이 얼어 미끄럽다. 통과의례처럼 바위 구멍 밑으로 걷는다.

몇 개의 거대한 알 바위가 구멍을 만든다. 서로 기대어 사람 지나기 딱 좋은 크기다. 석문이나 통천문 같은 이름으로 불린다. 속리산 백미는 문장대까지 뻗은 경치다. 능선이 공룡 등껍질처럼 울퉁불퉁하다. 산줄기에서 우락부락한 힘이 느껴진다. 묘봉으로 이어진 서북능선이 선명하다. 검은 선으로 다가오다 하얀 눈에 빛난다.

천왕봉 표지석

언제부턴가 사람 발길 멈춘 곳으로 든다. 숨은 산군의 거대한 츠렁바위에 오른다. 겹겹이 쌓인 큰 바위가 험한 모양을 한다. 군데군데 바위너설이 날카롭게 솟는다. 기암절벽과 바위에 노송이 뿌리 내린다. 고고함이 어우러져 산수화가 따로 없다. 움직이는 걸음걸이에 풍경이 들고 난다. 멀어지고 가까워지고 높이마다 다르다.

남북으로 지리산 소백산이 이어 달린다. 아직 어두운 사방이 광채 부르는 의식이다. 빛줄기 희미하게 뿌리며 다가온 진군이다. 숨죽여 바라본 하늘에 뜬 해가 흐리다. 바람을 탄 구름이 붉게 흩어지고 피어난다. 산 능선 따라 새파란 조릿대가 군무를 춘다. 하얀 눈 털어내며 존재를 알린다. 저 봉우리 저 나무엔 한겨울 빛이 한창이다.

겨울에 만난 속리산의 자연 색이 반갑다. 빙수 쏟아지듯 겨울눈이 하얗게 내린다. 내려앉은 모양이 아주 푸르고 투명하다. 하얀 눈 맞은 바위가 창끝처럼 치솟는다. 조망이 막혀도 바위 무리 우뚝하니 좋다. 능선 곳곳마다 멋진 골계미를 드러낸다. 산을 타고 내린 물이 달천강으로 흐른다. 가슴 따뜻한 어머니 마음을 전하며 간다.

계절마다 순환하는 자연처럼 사려한다. 스쳐가는 인연에 온 마음으로 배려한다. 숲에 들숨소리와 날숨소리가 가득하다. 숲의 호흡에 맞춰 느리게 걸으며 숨 쉰다. 그리움이 짙은 지나온 시간 속을 걷는다. 오롯이 자연 속에만 존재하는 풍경이다. 겨울 자연의 오묘한 힘에 경탄할 뿐이다. 세상과 등 돌려 사는 느낌이 물씬 풍긴다.

하얀 능선이 겨울의 바람을 한껏 품는다. 얼어붙은 나무가 태양의 기운을 전한다. 들이쉬고 내쉬는 공기가 아주 달라진다. 빛과 어둠, 해와 달이 자리를 바꿔 앉는다. 새벽녘 고요가 풀잎마다 맺혀 침묵한다. 흐리고 바람 부는 날엔 사납고 음습하다. 어렴풋이 보이는 풍경조각에 끌려간다. 산 아래로 펼쳐지는 법주사가 부드럽다.

아침나절의 무량한 햇살이 자글거린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겨울왕국이 빛난다. 하얗게 눈 덮인 풍경이 이상향을 그린다. 시리게 파란 하늘이 눈부시게 펄럭인다. 한 겨울 그림 같은 풍경에 탄성이 터진다. 아름다운 향연들이 끊임없이 펼쳐진다. 꽁꽁 얼어붙은 상고암이 눈 속에 묻힌다. 평생을 함께 벗하고픈 순수의 자연이다.

부처님 얼굴바위

속리산 사계절은 나름대로 다 정취가 있다. 맛이 다른 분위기를 내는 곳이 너무 많다. 산쟁이들은 겨울을 으뜸으로 꼽기도 한다. 눈꽃 뒤덮인 설경 배경 삼아 산을 오른다. 잘 모르지만 인생의 쓴맛 같은 걸 느낀다. 추위와 맞서다 어느 덧 뜨거워지곤 한다. 뺨 위로 흐르는 땀방울이 너무 소중하다. 겨울산행을 즐기는 묘는 찬 뜨거움이다.

풍경보다 아름다운 건 김나는 사람이다. 길 위에서 마주치는 풍경에 시인이 된다. 겨울산행은 새하얀 신선함을 선물한다. 그러나 겨울산은 야누스의 두 얼굴이다. 강한 매력 뒤로 위험한 얼굴을 하고 있다. 자칫 방심하면 큰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곳곳에서 적잖은 위험요인을 동반한다. 게다가 산중 겨울 날씨는 변화무쌍하다.

눈 펄펄 날리면 히말라야 설산이 그립다. 자연은 늘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산은 계절과 빛에 따라 제 모습을 바꾼다. 눈앞에 펼쳐진 설경은 기막힌 장관이다. 붉게 물드는 일몰과 일출은 환상적이다. 맑은 날보다 구름 적당히 있는 날이 좋다. 구름이 높고 넓게 퍼진 날 가장 신비롭다. 직접 경험하고 상황에 대비하는 게 좋다.

거친 바람이 속리산을 하얗게 뒤덮는다. 하산 때까지 곳곳에 하얀 눈이 가득하다. 등산화 아래에서 뽀드득 소리가 들린다. 키 작은 나무들이 옹기종기 모여 떠든다. 눈옷으로 새하얀 소나무가 환히 웃는다. 이른 아침 산속에 빛 한 줄기가 쏟아진다. 길게 뻗은 산자락이 법주사로 내려간다. 고루 퍼진 햇살이 상고암을 얕게 비춘다.

겨울은 결코 하얀 죽음의 계절이 아니다. 밝은 미래를 준비하는 성숙의 계절이다. 추운 날 코발트 빛 맑은 하늘은 완벽하다. 마냥 높은 가을 하늘보다 투명하게 깊다. 하늘에서 내리는 눈은 하얀 추억거리다. 때때론 차가우면서도 따뜻한 느낌을 준다. 그리움이 짙지만 절제된 사랑의 이미지다. 우아한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소재가 된다.

도불원인인원도 산비이속속리산(道不遠人人遠道 山非離俗俗離山). 도(道)와 사람(人), 산(山)과 속세(俗世)를 떠올린다. 2023년 1월 1일 속리산을 새롭게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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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취임 두 달이 지났다. 그동안의 소회 말씀해 달라 2016년 국회 저출산고령사화특귀 위원장을 하면서 출산율 제고와 고령화 정책에 집중했다. 지난 6년간 대한민국 인구구조는 역피라미드로 갈 수밖에 없는 흐름이다. 2025년 초고령 사회 진입에 따른 인구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큰 틀에서의 인구미래전략이 필요하다. 취임 후 위원회가 해온 일을 살펴보고 관계부처, 관련 전문가, 지자체, 종교계, 경제단체 등 각계각층과 의견을 나눴는데 아직 연계와 협력이 부족하다. 위원회가 정책을 사전에 제안하고 부처 간 조정 역할을 강화해 인구정책 추진에 매진할 계획이다. ◇인구정책 컨트롤타워로서 위원회의 인구미래전략 비전과 방향은 현재 극심한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구구조가 크게 변화하고 있다. 위원회는 피할 수 없는 초고령사회를 대비하는 '미래 100년 준비'를 시작한다. 인구구조에 영향을 받는 산업, 교육, 국방, 지역 등 전 분야의 준비를 통해 사회구성원 모두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탄탄한 미래를 설계하고자 한다. 인구구조 변화를 완화하기 위해 출산율 제고는 반드시 필요하다. 새해에는 '2023년 응애! 응애! 응애!' 구호를 펼친다. 젊은 세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