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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수필과 함께하는 겨울연가 - 소망을 안고 걷는 길

  • 웹출고시간2019.01.10 17:27:18
  • 최종수정2019.01.10 17:27:18
[충북일보] 한 해를 마무리 하는 것은 또 한 해를 시작하는 것과 다름없다. 그렇게 끝과 시작은 늘 한 줄에 있곤 한다. 나무의 줄기가 하늘을 향해 오를 때 뿌리는 땅속으로 길을 잡지만 그 또한 한 줄이 되어 하늘과 땅을 이어준다. 그러고 보면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것에 연연하지 말고, 시간이 가는 대로 물이 흐르는 대로 살아야 할 일이다. 그럼에도 새 해를 맞이하면서 무언가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것은 아직도 걸어야 할 길이 더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새해를 맞이하여 충북 영동군에 있는 반야사 둘레길을 다시 찾았다. 이 길은 반야사를 안고 흐르는 석천(구수천이라고도 함)을 따라 걷는 길이다. 물길은 속리산에서 발원하여 상주땅 모동면을 지나 백화산 자락의 반야사에 이른다. 반야사를 지나면서 흐름이 완만해지고 월류봉 인근의 초강천에 안기면서 제법 강다운 면모를 보이다 금강에 합류한다. 곡선의 물길은 순하고 수량이 풍부하다. 서두르지 않고 다소곳이 흐르는 것이 단아하고 기품 있는 여인을 대하는 듯해 마음이 끌렸었다. 지난번 올 때는 월류봉에서 시작하여 반야사까지 물길을 거슬러 올라 걸었는데 이번에는 반대로 반야사에서 시작하여 물길을 따라 내려갔다.

젊은 시절에는 높은 산에 오르는 것을 즐겼었다. 배낭을 짊어지고 가파른 등산로를 땅만 보며 걸었었다. 주변의 경관은 아랑곳없이 오직 산의 정상에 오른다는 목표만이 있었다. 그러곤 정상에 올라 산 아래를 바라보며 포만감에 젖곤 했었다. 그런데 이제 나이가 들어서 인지 높은 산을 오르는 것 보다 가볍게 트레킹 하는 게 더 좋다. 주변의 경관도 살피고 나무 그늘아래 한가롭게 쉬기도 하면서, 낯모르는 사람과 말문을 트기도 한다. 가다가 힘들면 되돌아오기도 한다. 과연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한 걸까? 그저 목표를 정해 놓고 거기까지 쉼 없이 가는 걸까? 그래야 된다고 생각했었다. 허나 이제는 목표보다는 과정에 충실해지고 싶다. 물이 흐르듯 순리를 좇아 발길을 옮겨 보리라. 이 또한 즐겁지 않겠는가?

겨울의 한가운데 인지라 주위는 정적만이 감돈다. 성에가 낀 농가의 창은 굳게 닫혀 있고, 길을 나선 사람을 볼 수 없다. 석천은 두텁게 얼어 있고, 가지만 앙상한 나무는 침묵하는 하늘을 향해 말없이 서 있다. 하늘과 나무와 강을 천천히 바라본다. 하늘은 말없이 철새가 가는 길을 열어 주고, 나무는 묵묵히 산을 지키고, 얼어붙은 강 아래로 물은 시간을 밀어내며 쉼 없이 흐르고 있었다. 침묵하지만 모두들 무언가 자신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 동안 얼마나 호들갑스럽게 살아 왔는가? 자신을 포장하고 터무니없는 색깔을 입히려고 무던히도 애쓰지 않았던가? 이제는 아집과 편견, 가식에서 벗어나 말없이 자신의 길을 가보자. 이 또한 아름답지 않겠는가?

반야사에서 시작된 길은 내내 석천과 한 몸이 되어 어우러진다. 석천이 곡선을 만들면 길도 곡선이 되고, 석천이 잠시 머무르면 길도 휴식할 곳을 마련해 준다. 길은 석천을 몇 번인가 가로지르며 돌다리를 건너긴 하지만 결코 석천을 멀리 벗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길을 따라 넓지 않은 들녘이 있고 들녘을 벗어나면 야트막한 산길로 접어든다. 물이 굽이치면 길도 굽이치고, 들이 들어서면 산이 자리를 비워 주었다가, 들이 자리를 내 주면 다시 산이 다가오곤 한다. 물길과 둘레길, 산과 들이 조화를 이루며 아름다운 풍광을 만들어 주고 있다. 나는 가끔 세상에 홀로 남겨져 있는 것 같은 외로움에 빠질 때가 있다. 그럴 때면 길 잃은 아이처럼 누군가 다가와 내 손을 잡아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 누군가도 외로워 내가 다가가 손잡아 주기를 바라는 것은 아닐까? 석천과 길, 산과 들이 서로 어우러지는 것처럼, 그들과 내가 함께 손잡고 어우러져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 수 있다면, 이 또한 행복하지 않겠는가?

반야사에서 옥류봉까지 9킬로미터의 길을 쉼 없이 불어오는 겨울바람과 대화하며 걸었다. 꿈도 목표도 흐릿한 삶이라고 스스로를 질책하지 말자. 그래도 어떻게 사는 것이 즐겁고, 아름답고, 행복한 것인지 생각할 수 있어서 길은 따뜻하고 멀지 않았다.

신찬인

청주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푸른솔문학 등단

현)푸른솔문인협회 회장

충청북도의회 사무처장, 충청북도 문화체육관광국장 역임

공저 '은빛여울'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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