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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수필과 함께하는 여름의 추억 - 그날

함기석의 생각하는 시

  • 웹출고시간2018.08.16 17:41:59
  • 최종수정2018.08.16 17:41:59
[충북일보] 이성복의 시는 가족제도, 사회구조, 국가조직이 개인에게 가하는 폭력성, 왜곡되고 타락한 인간의 도덕과 사랑을 격렬하게 비판한다. 공적 발언과 사적 발언의 교차, 충격적 이미지의 반복적 배치 등 기존의 언술을 이탈하는 방식을 취한다. 전통적 시 문법의 해체와 통사론의 변형, 초현실주의 기법과 리듬 구사로 삶의 부패와 위악을 폭로한다.

이성복 초기 시의 기본 축은 시적 자아와 아버지 사이의 불화다. 아버지는 가족제도 속의 가장(家長) 이상의 의미를 띠는 상징적 존재, 폭력적 현실을 조장하고 탄생시키는 핵심 권력주체로 등장한다. 이런 아버지의 그늘에서 시적 자아는 심각한 상처를 받거나 거칠게 맞선다. 전자의 경우 고통과 상처 속에서 극심한 공포를 겪기 때문에 시적 자아는 몽상적 꿈의 세계나 초현실의 세계로 빠져들고, 후자의 경우 시적 자아는 아버지를 향해 비속어나 욕설을 내뱉으며 거세게 저항한다. 이성복의 초기 시에 초현실의 이미지, 욕설과 반항의 언술이 병존하는 것은 시적 자아의 이중적 배경 때문이다.

첫 시집 『뒹구는 돌은 언제 잠깨는가』(1980)에서 시인은 당대를 파시즘의 세계, 병적 마취의 세계로 인식한다.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는 무감각과 무통의 시대로 인식한다. 이런 현실인식이 고통의 병렬을 낳는다. 사적 진술과 공적 진술이 교차 병렬되면서 당대 사회의 마취된 실상을 아이러니컬하게 드러낸다. 따라서 시행들의 불규칙 분절과 의도적 리듬 파괴는 독재시대의 지배 이데올로기에 반발하는 저항의식의 발현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그가 서정성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김현이 이성복의 초기 시세계를 '따듯한 비관주의 세계'로 명시한 것은 비극의 장면들 이면에 숨은 서정의 순수와 온기를 포착했기 때문이다. 이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성장 서사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그의 첫시집 『뒹구는 돌은 언제 잠깨는가』에서 핵심 키워드는 '정든 유곽'이다. 시인에게 유곽은 성장의 아픔과 좌절을 뼈아프게 각인시킨 기억 공간이자, 부재와 불안을 환기시키는 상징적 현실 공간이다. 위의 시 『그날』 또한 이런 유곽의식이 내재되어 있다. 시인에게 현실은 삶의 희망과 낙관이 거세된 불임의 폐쇄공간에 가깝다. 잔디밭에서 잡초를 뽑은 여인들이 자기 삶까지 솎아내는 장면과 집 허무는 상처투성이 사내들이 자기 하늘까지 무너뜨리는 장면은 당대의 현실을 충격적으로 반영한다. 초현실적 이미지가 현실의 극한적 고통과 좌절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는 시인의 역설적 발언이 무겁고 깊다. 위의 시를 통해 드러나듯

그날 - 이성복(李晟馥, 1952~ )

그날 아버지는 일곱 시 기차를 타고 금촌으로 떠났고

여동생은 아홉시에 학교로 갔다 그날 어머니의 낡은

다리는 퉁퉁 부어올랐고 나는 신문사로 가서 하루 종일

노닥거렸다 前方은 무사했고 세상은 완벽했다 없는 것이

없었다 그날 驛前에는 대낮부터 창녀들이 서성거렸고

몇 년 후에 창녀가 될 애들은 집일을 도우거나 어린

동생을 돌보았다 그날 아버지는 未收金 회수 관계로

사장과 다투었고 여동생은 愛人과 함께 음악회에 갔다

그날 퇴근길에 나는 부츠 신은 멋진 여자를 보았고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면 죽일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날 태연한 나무들 위로 날아오르는 것은 다 새가

아니었다 나는 보았다 잔디밭 잡초 뽑은 여인들이 자기

삶까지 솎아내는 것을, 집 허무는 사내들이 자기 하늘까지

무너뜨리는 것을 나는 보았다 새占 치는 노인과 便桶의

다정함을 그날 몇 건의 교통사고로 몇 사람이

죽었고 그날 市內 술집과 여관은 여전히 붐볐지만

아무도 그날의 신음 소리를 듣지 못했다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
이성복의 시적 주체는 기억과 망각. 상처와 악몽, 과거와 현실, 가족과 사회 사이에서 끊임없이 떠돈다. 표류하면서 소외되고 소외되면서 불안과 공포에 휩싸인다. 이 불안과 공포가 광기의 상상력, 해체적 시의 전개, 낯선 형식과 틀을 낳고 있다.

기억과 악몽의 세계에 대한 강박은 두 번째 시집 『남해금산』(1986)에서 다소 누그러진다. 시집 『남해금산』을 지배하는 정서는 사랑이다. 이 시집을 통해 시인은 아버지의 세계에서 어머니의 세계로 이주한다. 파시즘적 권력을 상징하는 아버지의 자리에 누이 또는 어머니라는 모성(母性) 세계를 들인다. 시 「남해금산」을 음미해 보자.

한 여자 돌 속에 묻혀 있었네/ 그 여자 사랑에 나도 돌 속에 들어갔네/ 어느 여름 비 많이 오고/ 그 여자 울면서 돌 속에서 떠나갔네/ 떠나가는 그 여자 해와 달이 끌어 주었네/ 남해금산 푸른 하늘가에 나 혼자 있었네/ 남해금산 푸른 바닷물 속에 나 혼자 잠기네

/ 함기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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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