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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수필과 함께하는 여름의 추억 - 환상통(幻想痛)

함기석의 생각하는 시

  • 웹출고시간2018.06.21 17:29:03
  • 최종수정2018.06.21 17:29:03
[충북일보] 김신용의 시는 아프고 눈물겹다. 버려진 자들의 황량한 삶이 절절하게 묻어난다. 한겨울에 지하도에서 추위와 배고픔에 시달리는 부랑자, 매혈로 끼니를 이어가는 자, 감방에서 숙식을 해결하기 위해 일부러 범죄를 저지르는 자, 부모 없는 고아나 지게꾼 등 살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해야 하는 자들이 등장한다. 이들을 통해 시인은 삶이 남기는 가혹한 상처의 무늬들을 섬뜩하리만큼 사실적으로 드러낸다.

놀라운 건 이런 혹독한 체험 대부분이 시인 자신의 실제 체험이라는 점이다. 즉 그의 시에 나타나는 공간과 인물은 상상적 허구가 아니라 기억 속의 실제 공간과 인물 들이다. 그만큼 고통은 삶 전체를 지배하는 강력한 물줄기고, 시는 그 악마적 고통을 되비추는 잔혹한 물의 거울이다. 시 「환상통」에는 시인의 이런 고통스런 기억이 새와 나무 이미지로 나타나 있다.

하루하루 생존을 위해 서울역 일대에서 쉼 없이 지게를 져야 했던 시인, 지게는 사물이 아니라 자신의 등에 접골된 등뼈였다는 고백은 눈물겹다. 지게는 시인의 삶을 간당간당 유지시켜준 생존의 마지막 도구이면서도 끝없이 고통과 슬픔을 환기시키는 소재다. 얼마나 지긋지긋했을 것인가. 그 한 맺힌 지게를 돌로 때려 부수고 다시는 지지 않겠다고 맹세했을 시인의 모습이 눈앞에 선하다. 그로부터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시인은 아직도 그 지게가 자신에게서 떨어져나간 몸의 일부로 느끼며 환상통을 앓는다.

주목되는 건 시인의 고통이 새가 떠난 후 가늘게 흔들리는 나무로 대체되어 내면화된 점이다. 대상과 자아를 일체화하여 고통조차도 아름답고 슬픈 서정의 풍경으로 치환한 점이다. 자신의 몸에 접골되어 있던 지게가 사라져버린 후의 빈 몸, 그 상처 자리에서 고통은 계속 흘러나올 것이다. 시인은 지게뿐만이 아니라 일상의 많은 사물들에게서 고통과 비애를 보고 그것이 자신의 육체와 닮았다고 느낄 것이다. 통증을 수반하는 기억은 유효기간이 없으니까.

이런 측면에서 보면 그의 시는 말의 차원, 관념의 차원을 넘어서서 몸이 내지르는 묵언의 절규고 아픈 사랑이다. 그의 시가 혹독한 비애를 간직함에도 감정적 비탄으로 흐르지 않고 고요한 서정의 물결로 채워지는 것은 세상 밑바닥을 사는 자들에 대한 연민과 그리움 때문일 것이다. 그에게 삶이 생존을 위한 치열한 사투의 격전지였다면, 시는 그 격전지에서 피어난 사랑의 풀꽃이다.

/ 함기석 시인

환상통(幻想痛) - 김신용(1945∼ )

새가 앉았다 떠난 자리, 가늘게 흔들리고 있다

나무도 환상통을 앓는 것일까·

몸이 수족들 중 어느 한 부분이 떨어져 나간 듯한, 그 상처에서

끊임없이 통증이 배어 나오는 그 환상통

살을 꼬집으면 멍이 들듯 아픈데도, 갑자기 없어져 버린 듯한 날

한때,

지게는 내 등에 접골된

뼈였다

木質의 단단한 이질감으로, 내 몸의 일부가 된

등뼈

언젠가

그 지게를 부수어버렸을 때, 다시는 지지 않겠다고 돌로 내려치고 뒤돌아섰을 때

내 등은,

텅 빈 공터처럼 변해 있었다

그 공터에서 쉬임없이 바람이 불어왔다

그런 상실감일까· 새가 떠난 자리, 가지가 가늘게 떨리는 것은·

허리 굽은 할머니가 재활용 폐품을 담은 리어카를 끌고

골목길 끝으로 사라진다

발자국은 없고 바퀴자국만 선명한 골목길이 흔들린다

사는 일이, 저렇게 새가 앉았다 떠난 자리라면 얼마나 가벼울까·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는 창밖

몸에 붙어있는 것은 분명 팔과 다리이고, 또 그것은 분명

몸에 붙어 있는데

사라져버린 그 상처에서, 끝없이 통증이 스며나오는 것 같은 바람이 지나가고

새 앉았다 떠난 자리, 가지가 가늘게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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