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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보름달이 두둥실 뒷산에 떠올랐다. 마당에 서서 교교한 달빛을 가슴에 담는다. 우리네 달빛은 보아도보아도 눈부시지 않아서 좋다. 달빛에 드러난 수목은 더욱 은은한 자태다. 햇빛은 세상의 모든 것을 남김없이 드러나게 하지만, 달빛은 단점을 보완하면서 드러내주는 멋이 있다. 그래서 달빛 아래에서는 모든 것이 다 신비롭게 보인다.

달빛에 비치는 사물과 얼굴은 고요하고 평화롭다. 이처럼 달빛의 느낌과 배경에는 은밀한 멋이 스며있다. 그 옛날 선남선녀들이 휘영청 보름달이 떴을 때 강강술래를 하면서 달밤에 만났다면 그 용모가 얼마나 아름다웠을까. 아마도 낮에 마주하는 얼굴보다 몇 배의 조명 효과가 있었으리라 여겨진다.

생활 속에서 사용하고 있는 백열등 불빛은 그 조도(照度)가 달빛에 가깝다고 한다. 그래서 남녀가 맞선을 볼 때 백열등 아래에 앉아 있으면 평소보다 피부색이 고와 보이고 예쁘게 보이는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다. 이는 달빛의 무드(mood)를 응용한 조상들의 지혜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므로 아름답게 보이고 싶으면 남녀는 달밤에 만나야 제격이다.

예로부터 동양 문화권은 달을 숭상하고 좋아한다. 달을 얼마나 중시했으면 음양(陰陽)이라고 표현하면서 음(陰)을 먼저 두었을까. 반대로 서양에서는 달을 기분 나쁘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의 문화는 태양숭배로 이어졌을 것이며 시간의 기준도 양력이다.

공포영화에 등장하는 흡혈귀가 활동하는 시간에는 꼭 달이 떠 있으며, 사람이 늑대로 변하는 시간도 달이 밝은 한밤으로 설정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서양인들은 달이 상징하고 있는 감성적이고 여성적인 부분을 싫어했을 것이다. 따라서 정복과 투쟁을 중시하는 그들의 문명권에서는 달은 배척해야할 대상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 조상들은 달을 무척 아끼고 사랑했다. 유교의 선비들은 농월정(弄月亭)을 지어놓고 시를 읊었으며, 간월정(看月亭)을 세우고 달맞이를 즐겼다. 그야말로 달빛문화를 생활 속 깊이 정착시켰던 것인데, 이는 밤과 낮을 달리 보지 않았다는 뜻이다. 즉, 서산에 해가 졌다고 해서 인생이 시들어 가는 것을 걱정하지 않았고, 다시 동산에 보름달이 뜨면 인생의 시작을 깨달았던 것이다. 어찌 보면 낮무대의 주연이 태양이라면 밤무대의 주연은 달이 아니던가. 그렇다면 하루해가 졌다고 인생사가 끝난 것이 아니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지난해 이맘 때, 삼성 리움박물관에서 달항아리 특별전을 보면서 우리 민족의 정서는 달빛이라는 사실을 또다시 확인하는 기회가 되었다. 백자대호(白磁大壺)는 둥글둥글한 달덩이의 형상을 하고 있어서 일반적으로 ‘달항아리’라고 즐겨 부르고 있다. 아무런 장식도 없이 유백색으로 둥글게만 표현했는데 그 부드러운 곡선과 당당한 양감 때문에 보는 관람자의 시선을 아주 편안하게 해 주었다. 절제된 순백의 미(美)와 균형감의 조화가 바로 달빛의 특징을 잘 나타낸 것이었다. 만약에 우리 조상들이 달을 즐겨보는 품성을 지니지 않았다면 그토록 멋진 작품이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흔히 얼굴이 복스럽다는 뜻으로 ‘달덩이 같다’고 말한다. 이는 달이 지니고 있는 원만덕성(圓滿德性)을 잘 나타낸 말이다. 늘 보아도 지겹지 않고, 늘 만나도 물리지 않아서 기분 좋게 만드는 얼굴이 달덩이 같은 사람이다. 그러므로 얼굴에 대한 최고의 칭찬은 달덩이에 비유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가장 한국적인 미인의 기준은 달덩이를 닮은 둥글둥글한 얼굴인 셈이다. 우리가 선호하는 현대적 미인은 어디까지나 서구적인 개념이라는 사실도 알아두면 좋겠다.

최근 달맞이의 명소를 다양하게 소개하고 있지만, 내가 머물고 있는 이곳도 추천할만한 자리다. 그 옛날 이곳의 이름을 계월사(桂月寺)라고 불렀다는 기록으로 보아 아마도 숲 속으로 드러난 달빛이 꽤 운치가 있었으리라. 나는 올해 한가위 날에 이곳에 서서 망월(望月)을 즐기면서 소원을 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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