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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12.20 17:15:48
  • 최종수정2015.12.20 17:15:51

윤영선

진천경찰서 수사과 순경

대한민국 여경으로 지낸지 어느덧 1년이 넘어간다. 작년 12월 중앙경찰학교 281기로 졸업을 하고 1급서에서 2달의 실습을 거쳐, 3급서인 진천경찰에 정식임용을 받은 여경이다. 일전에 지구대에서 야간 근무를 하던 중 새벽녘에 가정폭력 신고를 받고 출동하여 여성피해자를 지구대로 모셔 온 적이 있다. 같은 여자끼리만 할 수 있는 이야기라며 나를 붙잡고서 자신의 상황을 신세한탄을 하듯 풀어 놓기 시작한 것들은 대부분 전문적인 상담사가 들어야 할 내용들이었다. 물론 어느 정도의 공감과 가해자에 대한 임시조치나 긴급조치 등에 대한 설명은 해 줄 수는 있었지만 전문적인 피해자상담에 관하여는 분명한 한계를 확인하게 된 경험이었다. 필자가 이러한 경험을 서두에 내세운 이유는 피해 발생 즉시 전문기관에 인계하여 심리적 안정을 취하게 함과 동시에 신체 피해에 대한 치료를 해야 함에도 그러한 기관이 3급지에는 없었기 때문이다.

연계기관이나 출동상담사가 있기는 하지만 새벽녘에 발생한 사건에 대한 피해자를 언제든 받아줄 만한 곳은 마땅찮은 것이다.

반면 필자의 실습지였던 1급서 청주에서는 상담전문가이면서 경찰이기도 한 직원이 24시간 상주하는 '원스톱지원센터'(현 충북해바라기센터)에 피해자를 인계하도록 되어있다.

이 원스톱지원센터는 가정폭력이나 성폭력 등으로 인한 피해를 입은 피해자를 밤낮을 가리지 않고 피해자의 상태를 전문가가 판단하여 그에 맞는 신체적, 정신적 도움을 지원하는 곳이다. 필자는 경찰조직의 오랜 노력의 결실 중 하나인 원스톱센터를 보면서 적잖은 감동을 받은 기억이 있다. 하지만 그러한 감동이 3급지에 이어질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물론 3급서에서 1급서로 인계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기에 그러한 안내를 안 해본 건 아니다. 하지만 피해자의 NO라는 답변을 듣는 데에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이러니하게도 피해자들은 가정폭력을 피하고 싶어 하면서도, 자신의 집과는 멀리 떨어져 있는 것 역시 꺼려한다는 것이다. 차라리 가정폭력이 발생하였던 집으로 다시 돌아가는 쪽을 선택하는 경우도 적잖게 볼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 심리적인 상처가 사건화 되는 것을 뉴스를 통해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경찰청도 올해를 피해자보호원년의 해로 규정하고 피해자보호에 대한 심리상담 및 지원시책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것은 막대한 국가 세금을 들여 사업을 진행해야 하고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야 하기에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심리적인 치료 부분에 대한 예산은 뒷 순위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또한 국민들의 인식 역시 강력범죄자에 대한 처벌이나 검거는 큰 문제로 생각하는 반면 그 피해자의 심리상태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형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문제해소를 위해 피해자보호기관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한 홍보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라는 조금 식상해 보이지만 큰 의미를 지니고 있는 속담과 같이, '시작'이 3급지의 국민들도 1급지의 국민과 똑같은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첫걸음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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