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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구

충북도립대학 교수

어느덧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기운이 돈다. 여름의 끝자락이 물러가는 모양이다. 인간의 세상이 아무리 무질서하고 혼란스러워도 자연은 스스로 그러하듯 천리(天理)대로 돌아간다. 날이 추워지면 서민들의 삶이 더 팍팍해진다. 얼어 죽는 사람은 있어도 더워 죽는 사람은 드물다. 없이 사는 사람에게 추위는 참을 수 없는 고통이다.

요즘 세금 문제로 주변이 시끄럽다. 날도 서늘해지는데 먼지만 날리는 주머니에서 더 탈탈 털어내라고 닦달하니 마음이 더욱 스산하다. 경제지표를 봐도 살림살이가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서민들의 체감 경기는 식어가는 것 같은데 각종 명목의 세금을 거두겠다고 하니 설상가상이요, 점입가경의 현실이다.

정부는 증세가 아니라며 눈 가리고 야옹하지만, 세금을 더 거두는 것이 확실한데 어찌 증세가 아니라고 강변하는 것인가? 인두세에 해당하는 주민세와 자동차세, 그리고 서민들의 기호품인 담뱃세를 2천원이나 올리는 등 서민과 직결된 세금을 거두려 하면서 증세가 아니라고 얘기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그야말로 등골 터지는 것은 없이 사는 사람들인 것이다.

국가 운영에 세금은 긴요하고, 국민은 납세의 의무가 있다. 예로부터 국가는 세금을 어떻게 부과하고 운용하는가에 따라 정치가 안정되고 백성들의 평화로운 삶이 보장되었다. 정치의 요체는 안민(安民)이다. 안민의 구체적 방법은 부역과 세금을 줄이는데 있다. 그래서 어진 임금은 농번기에 백성을 부역에 동원하지 않으며, 형편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여 곤궁한 백성들의 삶을 구휼하여 주었다.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는 가혹한 세금 징수와 관련된 말이다. 삼대가 호랑이에게 잡혀 먹었는데도 이사를 가지 못하는 이유가, 다른 곳의 세금이 너무나 혹독하니 차라리 호랑이에게 잡혀 먹힐지언정 그 곳을 떠날 수 없다는 여인네의 하소연을 보면, 당시의 세금이 얼마나 학정(虐政)의 수단으로 사용되었는지 알 수 있다.

19세기 조선의 삼정의 문란도 마찬가지다. 죽은 사람에게까지 세금을 물렸으니 말 다 한 셈이다. 결국 부세의 문제가 사회 혼란과 농민항쟁(민란)을 야기하고, 중세사회의 해체를 촉진하는 계기로 작용하였다. 이 시기 다산 선생은 강진에 유배된 신세로 참혹한 백성들의 삶을 목도하고 지은 '애절양(哀絶陽)'이라는 시에서 폭정(暴政)과 징세(徵稅)의 무서움을 생생하게 표현하였다. 죽은 시아버지와 배냇물도 안 마른 아기, 그리고 남편까지 모두 군적에 오르고 세금을 징수당하니 참다못한 남편이 자신의 생식기를 자른다는 소름끼치는 내용이다.

이제 정부는 국가로부터 혜택은 받고, 세금은 되도록 안 내고 싶다는 국민들의 심리를 어떻게 보듬으면서 세금을 부과하고 운용할 것인지 깊은 고민을 해야 한다. 세금을 내지만 더 많은 세금을 타가는(?) 국회의원들도 나라 운영의 한 축으로서 서민들의 삶을 어루만져 주는 선량이 되었으면 한다. 소주 한 잔에 시름을 털고, 담배 한 모금에 고민을 날려버리는 서민들이 담배를 더 자주 찾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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