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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청주중앙여자고등학교 교사

바람과 햇살이 내기를 했다. 누가 더 힘이 셀까. 때마침 길 가던 나그네가 목표물이 된다. 먼저 바람이 쌩쌩 차가운 입김을 불어보는데, 나그네는 외투를 벗었을까? 아니다. 이번에는 공감하는 말과 공격하는 말이 내기를 한다. 누가 더 힘이 셀까. 때마침 우리와 인연이 닿은 그 사람이 표적이 된다. 먼저 공격하는 말이 쌩쌩 냉정한 언어를 쏟아보는데, 우리 앞의 그 사람은 마음을 열까? 이것 역시 아니다. 거센 바람이 할 수 없었던 나그네의 외투 벗기기를 따사로운 햇살이 성공한 이야기, 나는 이것을 슬며시 말에다 빗대어 본다. 공격적인 말이 할 수 없는 것을 공감하는 말이 성공한다는 것, 이것이 바로 따뜻한 말하기의 힘이다.

어떤 프로그램에서 매우 인상적인 모의실험을 하였다. 어른의 허리 높이인 두 개의 기둥을 약 2미터 간격으로 세우고 그 위에 투명한 유리를 놓는다. 이 유리 다리의 바닥엔 아가들이 무서워하는 동물 인형이 잔득 놓여있다. 이제 막 말귀를 알아듣는 아가들에게 주어진 미션은 눈 아래 무시무시한 동물 인형과 직면한 공포감을 극복하고 무사히 유리 다리를 건너는 것이었다. 출발지점의 두 아가는 유리 다리를 보자 똑같이 두려워했다. 그런데 아가 A는 이 미션을 훌륭하게 수행했지만 아가 B는 포기하고 말았다. 무엇이 이 아가들의 성공과 실패를 좌우했을까? 열쇠는 아가의 도착지점에 있는 엄마 A와 엄마 B에게서 찾을 수 있었다. 엄마 B는 공포심 앞에서 벌벌 떨고 있는 아가 B에게 "그게 뭐가 무서워! 하나도 안 무서워!"라고 말했고, 엄마 A는 "아가, 많이 무섭지! 엄마도 알아. 하지만 우리 아가는 할 수 있어"라고 말하였다. 엄마 B가 '바람'과 같은 공격적인 말하기를 하였다면, 엄마 A는 '햇살'과 같은 따뜻한 말하기를 하였던 것이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중요한 매개물이 무엇일까? 나는 그것이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성공적인 인간관계를 위한 의사소통 전략은 무엇일까? 나는 그것이 '공감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화자가 느끼는 것을 청자도 느끼는 것, 이 감정의 공유가 기본이 된 따뜻한 말하기를 나는 '36.5℃의 화법'이라고 부른다. 왜냐하면 이것이 인간적인 말하기의 출발이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우리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다고 해 보자. 그리고 우리는 그를 위해 '무슨 말'을 해 주었다고 해 보자. 만약에 그가 그 말을 '잔소리'로 받아들였다면 우리는 그저 시간과 열정을 허비했을 뿐이지만, 그가 그 말을 '조언'으로 받아들였다면 우리는 '그를 위한 좋은 말'을 한 것이다. 이 '잔소리'와 '조언'의 경계가 무엇일까? 나는 그것이 공감의 유무(有無)라고 생각한다. 상대방을 다 이해하지 못한 상태의 말하기는 상대방에게는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언어로 들리기도 한다.

바람은 왜 나그네의 외투 벗기기에 실패했을까? 36.5℃인 나그네에게는 바람의 온도가 너무 차가웠기 때문이다. 햇살은 어떻게 나그네의 외투를 벗길 수 있었을까? 햇살의 온도가 나그네의 온도와 딱 맞았기 때문이다. 만약에 더 뜨거웠더라면, 오히려 나그네는 태양을 가리기 위해 더 옷을 여미었을 것이다. 우리의 언어에도 냉정과 열정 사이, 그곳에 있는 온정(溫情)의 지점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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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